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기 노화 속도가 개인마다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미리 파악해 관리하면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장기의 노화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20~90세의 성인 5676명을 모집했다. 그런 다음 1400여명의 혈액 내 단백질 수치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장기의 노화 정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혈액 내 단백질의 종류는 약 5000개였는데, 이중엔 심장·폐·신장·간·장·췌장·뇌·근육·지방·혈관계·면역계 등 11개 주요 장기와 조직에서 유래한 단백질도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 4000여명의 단백질 수치로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참가자 5676명의 실제 나이와 장기 노화 정도를 비교 분석했다. 단백질로 추정한 장기 노화 정도가 높으면 실제 나이보다 빠르게 늙고 있다는 뜻이었다. 분석 결과, 50세 이상 참가자의 18.4%는 노화 속도가 빠른 장기를 1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15년간 사망 위험은 노화 속도가 빠른 장기가 없는 사람보다 15~50% 높았다.
쉽게 말해 성인 5명 중 1명은 본인의 실제 나이보다 노화가 빠른 장기를 1개 이상 가졌고, 이로 인해 15년간 사망 위험이 최대 50%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심장 노화가 빠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부전 위험이 250%나 높았다. 뇌 노화가 빠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향후 5년간 인지 기능 저하를 보일 가능성이 18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뇌혈관 노화가 빠른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도가 높았고, 신장 노화는 고혈압·당뇨병과 연관성이 높았다.
연구팀은 장기 노화 속도를 파악하면 그에 따른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만큼 수명이 증가하는 건 물론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의 저자 토니 와이스 코레이 교수는 “이 방법을 더 큰 규모 연구에서 검증하면 건강한 장기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노화가 빠른 장기를 찾아내면 질병 위험을 예측해 예방, 치료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전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빨리 늙을 확률이 큰 장기는 신장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가 가장 심한 조직은 신장과 폐다. 그다음이 근육, 심장이며, 뇌는 비교적 천천히 늙는다. 신장은 체내애서 대사되는 각종 노폐물을 여과하는 기관인데 특히 약물 과다 사용은 신장 손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 폐에는 특별한 여과 장치가 없어서 공기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데 담배연기는 물론 미세먼지도 폐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