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여행-32
"와아~ 캐나다 동부는 다 볼 수 있겠네요. 멋져요. 오빠. 다음에도 오빠하고 서부 여행 할 수 있을까요."
"윤주야~ 있을까요 가 아니라 당연히 가봐야지. 그리고 미국 남부도 우리 윤주 손잡고 가봐야지.
그렇게 하자면 무엇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지?"
"저요!'
"어. 윤주 학생 말해봐요."
"첫째, 건강이요."
"둘째도 있어?"
"예. 있어요. 둘째는 성욕이요~"
"아하하하. 뭐 라고! 성욕? 그거 뭐하는 건데?"
"아이잉~ 오빠~"
"내가 뭐라했는데? 그냥 물었잖아."
"아이~ 오빠. 그런 것 있어요. 네가 나중에 아르켜 드릴께요. 참 오빠도 짖굿게 그래요."
그들의 차가 퀘벡에 들어서자 밖에는 잔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몬트리얼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쳐 다니며 잘 보고 듣고 나온 시각은 오후 4시였다.
그리고 지금은 6시 45분. 여행 중에 윤주는 정말 다시 여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이 조잘거리고 웃고 마음껏
마음의 날개짓을 하였다. 옆에서 강석은 하나도 넘기지 않고 대답하고 묻고 들었다.
"오빠. 오늘 많이 걸었어요. 많이 보고 듣고하였으니 이제 피곤해요."
그럴 것이다. 특별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왕 왔다고 여기 저기 그림과
설치물들을 보았다.
"그래. 힘들거다. 다리도 아프고 게다가 배도 고플거고. 그쟈."
"ㅎㅎㅎ 오빠. 그쟈 하는 그말 옛날 어릴 때 친구들과 많이 썻던 말이예요. 오빠. 언제 도착해요?"
"10분 쯤 더 가면 호텔이 나올거다. 첵크 인하고 나가서 저녁 먹든가 아니면 라면 끓여 먹어도 좋아."
"어마~ 라면을 어디서 먹을 수 있어요. 퀘벡에서?"
"응. 퀘벡에서. 윤주가 원한다면, 먹을 수 있고 다른 것들도 먹을 수 있어."
"오빠. 가요. 라면먹으러. 벌써 한국 음식이 그리우니 어떡해요."
"ㅎㅎ 멀리 안가. 윤주가 원하는데 어디 멀리갈까. 내가 차에 다 준비해 놓았지. 내용물 말해줄까?"
"우와~ 내 오빠. 너무 멋지다아~ 뭐가 있는지 다 말해줘요. 지금 당장."
"지금 당장?"
"예. 오빠. 알고 싶어요."
윤주는 배도 고프지만 강석이 무얼 준비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오케이. 나는 기본적으로 트렁크에 간이 의자 2개, 버너와 부탄깨스 그리고 나무 젓가락과 라면.
쌀 조금, 고추장 등 간단히 음식을 만들 것을 가지고 다녀. 그리고 이번에 라면과 초고추장, 된장,
그릇 등을 더 챙겼어. 어디서 어떤 상황을 맞드라도 굶지는 말아야지. 더구나 윤주라는 귀한 동반자와
함께 여행하는데 당연히 준비해야지. 끝."
"아와와아~ 제가 감동하고 또 감동하고 무지하게 사랑하게 되었어요. 베리 굿이예요. 완전 내 사랑이예요."
"말로?"
"아니예요. 오빠. 뭐든 다 해줄거예요. 오빠가 원하는 것 뭐든지."
"뭐든지?"
"예. 뮈든지."
윤주는 너무 감격해서 대답하며 걱정하였다. 정말 뭐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못해주는 것이 뭘까 하는 걱정이.
"됐다. 윤주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더 마음에 꽉찼다. 끝."
"오빠. 정말 나 라면 먹고 싶어요. 삼양라면에 계란넣어서 먹고 싶어요."
"오케이. 호텔 방에서 살며시 끓여먹자. 계란도 냉장 박스안에 있다."
"어머. 좋아라. 말만들어도 너무 좋아요."
"어. 말로 하는게 아닌데. 손님. 다 왔습니다. 저어기 보이지."
잠깐 말하는 사이에 시간은 그렇게 갔다. 'Micro Hotel'이라고 쓴 네온싸인을 윤주가 봤다.
"여보~ 저기 보여요. 5층짜리. 맞지요?"
"응. 다왔어. 윤주가 먼저 내려가면 좋지만, 같이 들어가면 더 좋겠지."
"예. 같이 들어가야죠. 폼 좀 잡고요."
호텔은 멀리 로렌스 강이 보이는 높은 곳의 넓은 평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변은 주택지와 복합 인더스트리얼
죤이 어우러져 대체로 넓고 깨끗했다.
강석은 정문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두개의 가방을 트렁크에서 꺼내 들고 앞섰다. 하나는 윤주의 가방이었다.
"오빠. 손."
옆에 따라걷던 윤주가 강석의 가까이 와서 어린 여동생 같이 칭얼거리듯 말했다. 강석이 말없이 가방 하나를
어깨에 메고 한 손에 가방을 들고 왼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윤주가 잡았다.
"오빠. 이 손 내꺼야 알았지."
"그래. 니 다 해라."
강석이 윤주를 내려다 보며 귀여운듯 말했다. 그들이 들어 선 호텔 라비는 깨끗하고 적당히 넓었다.
강을 볼 수있게 창가로 의자를 배치해 놓았다. 그 좌측 옆으로 체크인. 아웃 데스크가 있었다.
분위가 상큼하였다. 라비에는 얼핏봐도 약 12명 정도의 괸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빠. 제가 가서 체크 인할께요."
잡았던 손을 놓고 성큼 걸어서 카운터로 갔다. 강석은 뒤를 천천히 띠라가며 미소지었다. 꼭 어린 시절
졸 졸 따라 다니던 국민학교 후배 동네 여자 아이같았다. 헐렁한 흰색 면 반바지를 입은 히프가 보기에는
볼륨이 있고 노섹시끼가 있었다. 면 티셔츠위에 입은 얇은 면 자켓이 만든 허리와 어깨도 보기 좋았다.
흰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다리의 종아리도 아직은 팽팽해 보였다. 대체로 노섹시끼가 충분하였다.
"오빠. 몇 박?"
ㅎㅎㅎ 듣기가 좀 그렇다. 영어로 해라. 이 넘아.
"1박. One night. Okay?"
"I got it. One bak. 아니다 1박."
복창하는 모습이 영낙없는 귀여운 여동생 같았다.
체크 인을 마치고 뒤에 서서 기다리는 강석에게로 오며 윤주는 흐뭇해서 미소지었다. 그 미소도 노인네 답지않게
부드럽고 쎅시하였다. 뭐가 잘못되어 과거로 돌아간건가? 강석은 머리를 흔들며 다가 온 윤주에게 칭찬했다.
"할매. 잘 했니더. 멋져부렀오. 그래서 그런지 쎅시미가 철 철 흐르오."
"오~빠~ 얼른 내 쎅시미 닦아줘요."
하며 와서 강석에게 안긴다.
"오빠. 오빠하고 이렇게 다니니 온 몸과 마음이 젊어진 것 같아요. 지금의 저를 잊고 과거의 대학생 시절로
돌아 와 있는 것 같아요. 이상하죠?"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마음이 젊어졌으면 몸도 젊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오빠! 그것. 걱정마요. 제가 만들께요. 제가 누구예요. 간호학 박사 공부한 사람이예요."
"이그~ 공부 많이한 사람 그런 것들 못해. 이론과 실제가 달라요. 나중에 따져보고 올라갑시다. 간호학 석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