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미사일
“저기요! 아까 핵잠수함 설명하실 때, 우리 해군이 추진하는 원잠 SSGN에는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지금 북한이 운용하는 원잠 SSBN에는 탄도미사일 SLBM을 장착한다고 하셨는데,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은 어떻게 다른 겁니까?”
‘해미특전대’ 홍두일 소령이 계면쩍은 얼굴로 질문을 했다.
조금 전에 비싼 핵잠수함 한 척 만드는 것보다 디젤 잠수함 10척 만드는 것이 낫지 않냐고, 괜히 설명하는 박제민 실장에게 얼굴을 붉히며 따졌다가, 잠항시간 차이에 대한 박 실장의 차분하고 성의 있는 설명을 듣고 한 수 배운 홍 소령이다.
질문하는 말투도 한결 부드럽고 마치 공부하는 학생 같은 진지한 표정이다.
“예, 아주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음… 한마디로 탄도미사일은 곡사포고, 순항미사일은 직사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즉, 미사일의 비행방식이 다르다는 겁니다. 각도를 주고 공중으로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목표물에 도달합니다. 반면에 순항미사일은 지정된 일정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으로 비행해서 목표물을 공격하는 형태입니다.”
박 실장이 무테 사각 안경을 쓴 매서운 눈에 애써 부드러움을 띄우며 홍 소령을 바라보고 설명했다.
“순항미사일은 크루즈미사일입니다. 문자 그대로 일정한 속도로 날아간다는 뜻이지요. 크루즈미사일은 보통 지상 수십 미터 정도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고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사정거리가 3,000km 이내로 제한되고 속도가 느려서 일단 발견되면 요격당하기 쉽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미국의 토마호크미사일이 대표적인 크루즈미사일입니다.”
박 실장이 순항미사일을 먼저 설명하고 잠시 좌중을 둘러보며 뜸을 들였다.
듣는 사람이 잘 이해했고, 혹시 질문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 같다.
“그리고 탄도미사일은 크루즈미사일에 비해 사정거리가 길고 속도가 빠릅니다. 사정거리가 1만km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 있고, 속도도 음속의 10배 이상이어서 요격하기 힘들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북한의 스커드, 노동, 대포동 미사일이 모두 탄도미사일입니다. 어떻게, 구분이 되십니까?”
설명을 마친 박 실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예, 설명을 아주 잘 해주셔서 확실히 구분이 됩니다. 혹시 교수님 하시다가 오셨습니까?”
고지식한 정의파 홍 소령이 만족한 듯 웃으며 농담까지 했다. 그새 박 실장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게 된 모양이다.
하하하, 하며 소리 내어 웃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이구, 교수는 무슨.. 요! 여의도 연구소에서 일할 때 억지로 숙지해둔 겁니다.”
기분이 업 된 박 실장이 밉상스럽지 않은 겸손을 떨었다.
“저기, 박 실장님! 혹시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미사일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대도무문’ 대표위원으로 참석한 전창배 대도정밀 전략실 부장이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는 박제민과 미국에서 MBA 과정을 함께 수학한 동문이다. 전창배가 이종사촌 형인 대도정밀 신창원 회장에게 박제민을 천거해서 구국대열에 영입하게 된 것이다.
오늘 박제민의 가치를 뚜렷이 부각해서, 전투부대도 아닌 미래준비단의 대등한 위치에 의문을 갖는 일부 대표위원들의 불만을 완전히 불식시키려고, 일부러 나선 것 같다.
“그럴까요? 그런데 이거, 군사전문가도 아니고 예비역 병장인 제가 계속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제민이 너무 오버했다 싶은지, 해미특전대 부단장인 황일관 대령을 바라보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우리 전투전문가들보다 훨씬 박식하신 미래준비단 실장님이 이런 기회에 좋은 교육을 좀 시켜주십시오. 안 그렇습니까, 단장님?”
황 대령이 웃으며 오른쪽의 상석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해미특전대 단장 곽지수 준장을 쳐다보고 물었다.
“아, 그럼! 박제민 실장은 전에 청와대의 정책수립 자문도 맡아 본 대단한 분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 우리 미래준비단 대표위원이신데, 앞으로는 수강료를 내고라도 모셔서 강의를 듣도록 합시다. 허허.”
곽지수 준장이 기분 좋게 웃으며 옆자리의 유진중 구국대열 사령관을 돌아봤다.
“그렇게 하세요. 저기, 우리 미래준비단 단장이신 이재성 사장님도 무선통신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분 아닙니까? 앞으로 미래준비단에서 대원들 교육프로그램도 좀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허허.”
유진중 대장이 멀찍이 앉아있는 고교 동기동창 이재성 사장을 바라보며 ‘그럴 거지?’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요, 박 실장. 다음에 전체 대원들에게도 중요한 주제 별로 교육스케줄을 잡아보도록 합시다.”
이재성 사장이 옆에 앉은 박제민 실장에게 지시하며 유진중 대장의 요청에 동의를 표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미흡하나마 제가 우리 한국군 미사일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음…”
박제민이 잠시 내용을 정리하는지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국방과학연구소인 ADD를 설립해서 탄도미사일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당연히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아야 했는데, 이때 합의된 양국 미사일 지침에 따라 사정거리는 180km로 제한되었습니다. 평양까지 공격할 수 있는 거리였지요. 그 후 90년대 들어 북한이 1000km가 넘는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자, 우리 탄도미사일 사정거리도 300km로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설명을 듣고 있던 대표위원들 표정이 역시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니 한심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그런데 탄도미사일의 경우는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으로 제한을 했지만, 크루즈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500kg 이내면, 사거리는 1000km가 넘든 말든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탄도미사일의 경우, 미사일 기술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미사일기술통제체제인 MTCR 기준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는 2001년에 MTCR에 가입했습니다. 탄두중량 500kg이라는 기준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최소 중량이 500kg이어서, 그 이상은 수출할 수 없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거리 300km의 제한을 둔 이유는 북한 이외의 인접국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크루즈미사일 사거리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크루즈미사일이 운반할 수 있는 탄두 중량이 핵무기를 운반할 수 없는 범위로 제한되었고, 요격도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관대한 기준이 적용된 겁니다.”
박제민 실장이 마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의 제한에 대한 과거사를 조리 있게 정리해서 설명했다.
대부분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거리 300km에 묶여있던 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2012년에 와서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800km까지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서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 현무-2C를 개발했지만, 사거리를 늘릴수록 탄두중량은 줄이도록 하는 한미 간 협의에 따라 탄두중량은 500kg으로 제한되었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에이, 씨~”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500km의 현무-3A, 사거리 1000km의 현무-3B, 사거리 1500km의 현무-3C가 있습니다. 만약 군사분계선에서 발사한다면, 현무-3A는 함경북도 청진까지 도달할 수 있고, 현무-3B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도쿄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박 실장이 잠시 뜸을 들이고 좌중을 둘러보자,
“현무-3C는 일본 본토 전부 다 커버하겠다.”
“러시아도 블라디보스톡항까지 가겠는데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군바리 출신 노병들이 안 졸고 교육을 잘 받고 있다는 증거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은 현무-2A가 사거리 300km에 탄두중량은 2000kg이고, 현무-2B가 사거리 550km에 탄두중량은 1000kg입니다. 가장 장거리인 현무-2C는 사거리 800km에 탄두중량이 500kg입니다. 사거리 800km면 포항에서 발사할 경우 북한 전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오고, 제주도에서 발사해도 평양 너머 신의주까지 사정권에 들게 됩니다.”
하고 나서 박 실장이 다시 좌중을 둘러봤다.
“사거리 하고 탄도 중량은 완전히 반비례 하는구먼!”
하는 모범 교육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탄두중량이 500kg이라도 축구장 수십 개 면적을 파괴할 수 있어서, 웬만한 비행장 활주로 정도는 파손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대부분의 중요 시설을 7000여곳에 이르는 지하 시설에 숨겨놓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500kg의 탄두로는 큰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전투기에 탑재해서 북한 지역에 투하할 수 있는 사거리 500km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의 탄두중량도 480kg이고, 사거리가 2000km가 넘는 토마호크 미사일 BGM-109의 탄두중량도 450kg입니다.”
박제민 실장이 목이 마른 지 테이블 위의 물컵을 들고 잠시 목을 추겼다.
다른 참석자들도 자기 앞의 물컵을 들고 꼴깍꼴깍 소리 내어 먹느라고 잠시 휴식타임이 되어버렸다.
노병들 앞에서 찬물도 못 마셔? 하품처럼, 회의 중에 물 마시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그러면,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어떤 미사일로도 북한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듣다가 열 받은 ‘삼통사’ 소속 의리파 다혈질 고문도가 또 참지 못하고 나섰다.
“다행히 한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역시 전투기에 탑재하고 날아가서 투하하는 건데, 공대지 유도폭탄인 벙커버스터 GBU-57은 탄두중량이 2.4톤에 달합니다. 북한 김정은이도 이것만큼은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하하.”
박제민이 너무 염려 안 해도 된다고 웃었다.
“그런데, 그 벙커버스터 GBU-57은 미국 공군이 운영하는 스텔스기 B-2에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군의 공격수단은 아닌 것 같은데요?”
느닷없이 대도정밀 전략실 부장 전창배가 의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까는 미사일에 대해서 설명해주라고 나서더니, 너무 설명을 잘하니까 질투가 나서 친구를 비행기 태웠다가 추락시키자는 수작인가?
아니면, 둘이서 미리 짜고 치는 고도리 판 연극인가?
“아, 예. 맞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작년 7월에 우리 정부에서 사거리 800km 탄도 미사일 현무-2C의 탄두 중량을 현재의 500kg에서 1톤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탄두중량을 늘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왔고,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금년 3월에 북한이 워싱턴을 때릴 수 있는 사거리 12,000km의 ICBM 발사에 성공하고 이어서 4월 초에 1톤급 핵탄두 지하폭발 시험에 성공하는 바람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와서 지금까지 지지부진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젤 무서워하는 타우러스는 두께 6m의 강화콘크리트도 뚫을 수 있습니다.
(지하에 숨어도 파고들어 터뜨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