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무 이야기
데칸고원 남부에서 지냈던 까닭에 열대과일들을 참 많이 먹었다. 망고, 파파야, 이찌. 야자, 바나나, 코코넛 등등을 원 없이 많이 억었다. 그 중에서 일상으로 가장 많이 먹게 되는 것이 값이 저렴한 파파야와 바나나 이었다. 파파야는 맛이 부드럽고 달콤한 것이 특징이지만 가끔 석유 냄새가 나기도 하고 구린내가 나기도 한다. 바나나는 미끈거리며 달콤하기도 하지만 시고 떫은맛이 나기도 하며 종류가 300여 종이나 되며 고구마처럼 식사대용으로 쪄서 먹는 바나나도 있다. 색깔도 노란색, 초록색, 빨강색 등이 있으며 크기도 검지 손가락만한 것부터 시작해서 아기 팔뚝만큼 큰 것도 있다.
내가 자주 방문하던 라열라시마군에는 바나나와 파파야 농장이 많았다. 특히 카다파 일대와 난달지역은 산지로 유명하였다. 우리 희망공동체 인근의 농부의 두 나무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분은 파파야와 바나나를 재배하는 농부 였다.
“글쎄 두 나무의 성격이나 성장 과정이 서로 다른데 바나나에게서 교훈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나나는 어미 몸이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 몸 주변에 새끼 나무들이 나옵니다. 어미는 꽃 핀 후에, 바나나 열매가 충분히 익으면 영양분을 새끼들이 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먼저 죽어 갑니다. 어미 몸체는 죽어도 새끼들은 어미 뿌리에서 영양분을 공급 받아서 성장을 하게 되지요. 우리 농부들은 그 새끼를 하나씩 잘라서 모종해서 새 바나나 밭을 만듭니다.
파파야도 어미 몸체가 자라면 주변에 새끼가 쳐서 나옵니다. 그러나 어미 몸체가 죽기 전에 새끼가 먼저 말라 죽습니다. 맨 나중에 어미가 죽어요. 파파야는 새끼가 먼저 죽기 때문에 어미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 납니다. 항상 새 묘목을 구해야 합니다.“
그 농부는 말을 덧 붙였다.
“바나나처럼 살아야겠지요. 자기는 죽으면서 새끼를 살리는 바나나처럼,”
“바나나처럼 살아야겠지요. 살면서 후세대를 키우는 바나나처럼”
바나나를 보면 저절로 농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내 나이가 바나나처럼 후세대를 양육하며 그들을 위해서 죽어야하는 나이가 되었다. 파파야처럼 나도 죽고 너도 죽는 기성세대로서가 아니라 죽으면서 젊은 세대를 양육하는 바나나처럼 살고 싶다.
한 알의 밀알처럼 땅에 떨어져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으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과 바나나 이야기처럼 살아야겠다. 언제 어디서나 후세대를 세우고 청년들의 길을 열어주는 자로서 살 것이다.
2019.1.1.화 신년 아침에
우담초라하니
첫댓글 살신성인
내리사랑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