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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없는 CF100, 사기 취급받을 수 있다[ESG 세상] RE100 대항마 CF100? 오해와 진실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편집자말] |
▲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 추이 그래프 ⓒ 세계경제포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은 3372GW로 전년(3077GW) 대비 8.9% 증가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2018년 50.21TW를 고점으로 2020년 37.20TW까지 감소하다 2021년 43.66TW으로 늘었지만 2018년의 발전량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도 2020년 6.41%에서 2021년 7.15%로 0.74%p 증가하는 데 그쳤다.[1]
IRENA의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사무총장은 지구표면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로 제한하려면 연간 재생에너지 용량이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의 3배로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6차 보고서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2030년대 중반까지 현재 대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히는 등[3]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것에 합의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민간 기업 주도로 'RE100'이라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용협약에 4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관한 대중의 흔한 오해는 재생에너지가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공급에는 변동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열이나 수력과 같은 대체 재생 에너지원을 함께 활용하면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게 에너지 저장 솔루션과 혼합 재생에너지원 개발이 중요하다고 RE100은 강조하고 있다. [4]
RE100에서 7/24 CFE로
▲ 구글의 24/7 Carbon-Free Energy(CFE) 목표 ⓒ 구글 홈페이지
100% 재생에너지에 이어 100% 무탄소 에너지 사용이 국제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100% 무탄소 에너지 사용을 세계 최초로 선언한 곳은 구글이다. 2017년에 처음으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 구글은 2018년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24/7 Carbon-Free Energy)' 사용을 선언했다.
구글의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연간 전력 사용량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2배다.[5] 구글은 2030년 '24/7 CFE' 100% 달성을 목표로 2021년 사용한 에너지의 67%를 무탄소로 조달했다.[6] 2017년에 RE100을 달성하고도 구글이 아직 무탄소를 구현하지 못한 이유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못한 부분을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촉발한 '24/7 CFE'는 현재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CFE는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무탄소에너지 즉 청정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외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청정수소, 탄소 포집·저장(CCS)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RE100은 100% 재생에너지 충당이 어려울 때 그만큼의 REC 구입을 인정한다.[7] 따라서 '24/7 CFE'가 RE100보다 훨씬 까다로운 개념이다.
'24/7 CFE'는 시간·위치 기반 청정에너지 조달에 중점을 둔다.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디서나 무탄소로 충당해야 하므로 '시간 일치' 및 '현지 조달'의 원칙이 중요하다. 무탄소전력 수급을 시간별로 계획해 구매한 청정에너지가 전력소비로 연결하도록 하고, 소비지역에서 청정전력을 구매해 전력 소비자가 자기 책임하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전력소요시설과 가까운 곳에서 청정에너지를 끌어오거나 시설 자체 혹은 인근에 배터리를 갖춘 태양광·풍력발전소나 하이브리드 발전소를 스스로 건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원자력, 지열, 수력, 장주기 저장, 그린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US) 등 관련 신흥 기술은 낮은 경제성이 걸림돌이지만 이러한 기술들의 결합과 함께 새로운 정책, 잘 조직화한 지역 에너지시장, 유틸리티 개발 등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재생전력을 구입·활용해 탄소 기반 전력을 퇴출할 수 있다. RE100과 달리 '24/7 CFE'는 에너지 구매자, 공급업체, 정부, 비정부기구, 학술기관 등 에너지 생태계 전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열려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이러한 기술들이 태양광·풍력발전을 더 잘 적용하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으로, '24/7 CFE'의 중심은 재생에너지라는 사실이다.[8]
▲ 7/24 Carbon-Free Energy Compact, ⓒ FlexiDAO
2021년 9월 미국 뉴욕시에서 주요 에너지 구매자, 공급업체, 솔루션 제공업체, 정부 등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SEforALL)' 및 유엔에너지(UN-Energy)와 협력하여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 협약(24/7 Carbon-Free Energy Compact)'를 출범했다. SEforALL과 구글은 이 협약이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무탄소 전력 부문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새로운 세계적 노력을 뜻한다"고 밝혔다.
협약의 창립 서명자로는 구글 외에 AES코퍼레이션, 오스테드, EDP,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시, 아이슬란드 정부 등이 있다.[9] 현재 서명단체는 총 133 곳(동북아시아 5, 유럽 46, 북미 51, 오세아니아 10, 기타 21)이며, 미쓰비시,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수력원자력 등 기업, 조직, 정부를 포함한다.[10]
'24/7 CFE'는 RE100 달성을 우선한다. 구글과 같은 대규모 에너지 구매자(기업, 기관, 지방정부 등)가 매년 100% 재생 에너지 구매 목표를 달성한 후, 추가적으로 전력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추진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CFE를 선택한다.
2030년까지 '24/7 CFE'를 발표한 구글과 MS에 이어 글로벌 스토리지 및 정보 관리 서비스 기업인 아이언마운틴은 최근 연중무휴 100% 재생 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미국 9개 주 전역의 데이터 센터 및 기타 시설에 대해 연중무휴 24시간 무탄소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업체인 RPD에너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한 에너지 솔루션 회사인 엔지와 계약을 맺어 유럽 데이터 센터에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네바다전력회사와는 협업하여 구글에 각각 350MW의 태양에너지와 최대 280MW의 저장 공간을 제공했다.
MS는 유럽 데이터 센터 중 3곳의 수요를 연중무휴 재생 에너지로 맞추기 위해 스웨덴 유틸리티 바텐폴과 계약을 체결했다[11]
미국 연방정부의 무공해 전력 구매 행정명령
▲ 미국 바이든 정부의 연방 지속가능성 계획 ⓒ 과학기술정책지원서비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2월 미국의 모든 연방 기관에 '24/7 CFE' 조건의 전력 구매를 요구하는 행정명령 14057호에 서명했다.[12] 2030년까지 100%의 CFE를 달성하고, 이 중 50% 이상을 연중무휴 대응할 수 있는 현지의 재생에너지로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13] 그 외 2035년까지 탄소무공해 차량(ZEV) 100% 조달,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65% 감축, 2050년까지 전체 연방 운영에서 탄소 순제로 배출량 달성 등 5개 목표가 있다.[14]
목표 달성을 돕기 위해 올해 미 연방총무청(GSA)은 미 연방정부와 '아칸소 에너지(Arkansas Energy)'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4/7 CFE를 위한 무탄소에너지 구독서비스, 재생에너지 저장 자원 제공, 지역망에 연결된 재생에너지 공급업체와 에너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중계서비스 등을 준비 중이다.
또한 전 세계의 전기 자원 및 탄소배출량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전기 지도(Electricity Maps)와 무료 무탄소 에너지 계산툴(FlexiDAO),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의 재생에너지 거래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기술, 고객의 시간별 RECs 거래 검증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다.[15]
한국형 24/7 CFE인 CF100
한국에서는 '24/7 CFE'라는 국제적 명칭 대신 RE100에 대응하여 'CF100(Carbon Free 100%)'이 쓰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17일 "CF100으로 RE100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CFE 포럼'을 출범했다.[16]
CFE포럼 출범은 유럽연합(EU)이 RE100을 이유로 한국 수출 기업을 잇달아 압박한 기후무역장벽 상황과 맞물려 있다. BMW,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부품 수출 기업에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 목표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17]
수출기업을 돕기 위한 명분의 CF100의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인 RE100과 달리 한국 정부 주도로 CF100을 국제 캠페인으로 홍보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가리기 위한 의도로 비판받는다.[18]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대응 정책인 RE100을 건너뛰고 CF100으로 전향하느냐는 국내외 우려가 크다. 산업부는 "무탄소에너지 논의를 시작한 것은 RE100을 부정하거나 CF100만을 추진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RE100을 보완 병행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보고 국제적 확산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RE100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중심 접근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등 사전에 정의된 특성 재생에너지만 친환경으로 인정하게 되어 최근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등과 기술발전에 따른 잠재적 대안을 수용할 수 없기에, 기술중립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새롭게 제시한 CF100이 한국에 매우 유리한 제도라는 입장이다.[19]
정부의 CF100 추진 정책에도 불구하고, CF100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 수준과 참여 의향은 낮은 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RE100에 비해 CF100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았다. [20] 응답 기업의 31.4%만이 "CF100의 정확한 개념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RE100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을 넘었다. "CF100 캠페인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기업의 69.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CF100 캠페인 참여 의사를 물었을 때는 기업의 17.6%만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21]
▲ 국내 기업의 CF100 인식수준 조사결과, ⓒ 전경련
미국 전력 탈탄소화 미래 시나리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에너지 효율 및 재생 에너지 사무국의 지원을 받아 2035년까지 미국 전력 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 보급, 비용, 이점, 과제를 모델링하여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탄소 배출량 감소에 따른 건강 및 기후 이점이 100% 청정(무탄소) 전기를 얻기 위한 전력 시스템 비용을 상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35년까지 미국 전력망을 탈탄소화하려면 새로운 송전 및 기타 인프라 개발에 따라 추가 전력 시스템 비용이 총 3300억~7400억 달러에 달한다.
동시에 2035년까지 운송 분야의 석유 사용과 건물 및 산업 분야의 천연가스 사용이 크게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2035년까지 최대 13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어 사망 방지 비용만으로 3900억~40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산불,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 비용을 고려하면 미국은 추가로 1조 2000억 달러 이상을 줄일 수 있어 사회에 미치는 총혜택이 9200억~1조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NREL은 미국 전력 시스템의 '24/7 CFE'로 전환에는 기술 비용 절감 이상의 것이 필요한데, 향후 10년 동안 몇 가지 주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22]
▲ 구글 아이오와 데이터센터의 2019년 CFE 상황판 ⓒ 구글
구글은 2017년 RE100을 처음 달성한 이후 2022년까지 6년 연속 RE100을 달성했다. 전체 소비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가 아닌 부분은 REC로 충당하면서 살펴보았듯 계속 재생에너지 소비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 정부 개념의 CF100이 RE100의 기반 위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기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는 '24/7 CFE'와 CF100은 완전히 다른 정책이다. RE100 없는 CF100은 기후위기 시대에서 일종의 사기로 취급받을 수 있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신우·김민주기자(지속가능바람),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1] 한국통계포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비재생폐기물 제외, 2019년 4/4분기~)「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 한국에너지공단
[2] Roberto Bocca, (Mar.27.2023), Worldwide renewable energy capacity rises 10% in 2022: What you need to know about the global energy transition this week, World Economic Forum.
[3] AR6 Synthesis Report: Climate Change 2023
https://www.ipcc.ch/report/sixth-assessment-report-cycle/
[4] RE100 홈페이지.
https://www.there100.org/our-work/publications/mythbusting-renewable-electricity
[5]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2768.html
[6] Michael Terrell, (Dec.17.2021), Why 2021 was an electrifying year for 24/7 carbon-free energy, Google
https://cloud.google.com/blog/topics/sustainability/the-year-in-carbon-free-energy-at-google?hl=en
[7] 7/24 Carbon-Free Energy(CFE)
[8] 곽지혜, (2023.6.15.), 끝판왕 '24/7 CFE', 헤럴드경제
[9] SeForAll
[10] UN Energy Compact , 24/7 Carbon-free Energy Compact
[11] Nate Hausman & Lori Bird, (May.5.2023), The State of 24/7 Carbon-free Energy: Recent Progress and What to Watch
[12] *FACT SHEET: President Biden Signs Executive Order Catalyzing America's Clean Energy Economy Through Federal Sustainability
[13] (2021.12.8), 과학기술정보통신부(KISTEP), 미국, 청정에너지 경제 촉진 행정명령 발표
[14] 미국 백악관, FACT SHEET: President Biden Signs Executive Order Catalyzing America's Clean Energy Economy Through Federal Sustainability
[15] Nate Hausman & Lori Bird, (May.5.2023), The State of 24/7 Carbon-free Energy: Recent Progress and What to Watch
[16] 2022.5.18. CFE 포럼 출범식, 대한상공회의소 보도자료
[17] 이지훈, (2023.5.15.), 보호주의에 궁지 몰린 韓 부품사, 한경
[18] 최지훈, (2023.7.11.), [ESG 경영]산업부 "RE100 기업에 큰 부담, CF100 전환해야"...500대 기업 중 82% "참여 의사 없다", 녹색경제신문
[19] https://wikyung.com/news/article?news=1337
[20]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102개사 응답)으로 실시해 발표한 조사(2023.6.9.)
[21] 전경련, (2023.6.7.), CF100 기업인식 조사 결과
[22] Nate Hausman and Lori Bird, (May.23.2023), The State of 24/7 Carbon-free Energy: Recent Progress and What to Watch, World Resource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