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47
미러링(mirroring)
누구나 자기 자신을 볼 수 없습니다. 거울에 비추거나,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이치로 자기 자신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상대에 비춰 자기 자신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아라는 인식이 최초로 엄마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고, 나는 자식을 낳았습니다. 그 자식은 또 자식을 낳습니다. 이렇게 대를 잇는 과정에서 이들은 외모는 물론이고 성품이나, 취향, 습관 등이 서로 매우 닮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하고 그렇게 어머니를 부정하고, 독립적으로 살아왔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말할 때 엄마는 이렇게 대꾸했었죠. “너도 너와 똑 닮은 아이를 낳아 고생 좀 해봐라!”
닮고 싶지 않은 엄마의 행실이 어느새 저에게도 배어 있었고, 저의 아이는 그런 저에게, 옛날 제가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야.” 선언합니다.
대를 이어 같은 습관이나 행실이 반복되는 것을 ‘업’ 또는 ‘카르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행히 부처님은 벗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확하게 그 반복적인 행태와 사이클을 인식한다면 말이죠.
마음공부를 하니 참 좋습니다. 카르마라고 절망하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과 어머니, 자식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상대는 나를 비추는 거울임을, 더 나가 또 다른 ‘나’임을 확실히 깨닫게 해줍니다. 종국에는 다른 모든 존재가 다 ‘나’임을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