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상습침수지역 늑장행정 주민 반발
주민 “말로만 보강공사…시 예산 수립 계획 없어”
지자체 “이달 중 용역 마무리”…뒤늦은 해명 눈총
2021년 03월 07일(일) 17:46
최근 열린 제5차 주민설명회에서 농성·화정동 침수피해 주민대책위를 대상으로 광주 서구의회 전승일 의원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제공
광주 서구 화정동 서석고등학교 일대 주민들이 해마다 극심한 침수피해를 겪고 있는 것과 관련, 최근 정비에 합의한 관할 지자체가 사업 진행에 늑장을 부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구청이 침수지역 주민들과 이달 중 시비 추가 확보와 공사에 필요한 조사 용역 등을 발주한다고 공언했으나, 광주시와 사전논의가 없었고, 향후 사업계획 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7일 광주 서구청과 농성·화정동 침수피해주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주민대책위는 지난달 24일 서구청이 실시한 ‘제5차 침수구역 공사 주민설명회’에서 서석고등학교 인근 하수관로 신설 공사에 합의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제5차 주민설명회에 앞서 하수관로 공사 쟁점 지역의 상호 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주민들과 관계자 등 10여명이 직접 하수관로 전체에 대한 탐사를 진행했다.
탐사를 끝낸 이들은 ‘사업비 10억원(시비 7억·구비 3억)이 확보된 기존 교량 구간 앞까지의 하수관로 신설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3월 중으로 시비 등 예산 추가 확보를 통해 대책위에서 설치를 요구한 상무대로 아래 하수관로 실시 설계 용역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구청은 주민들과 합의했던 내용과 달리 일주일이 넘도록 광주시와 추가 예산 확보와 관련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구청과 시청에 예산과 관련 협의를 종용하자 최근에서야 각 담당자들이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상습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도 서러운데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관할 지자체가 주민들을 상대로 거짓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며 “상급기관인 광주시와 논의도 하지 않은데다, 이후에도 광주시 예산부서와 사업비 편성에 대해서도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책위는 “매년 해당지역 주민들은 침수피해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지만 서구청은 진정성 없는 늑장행정으로 지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현재 서구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현안사업에도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구청은 주민들과 협의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사전 조건을 밟아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마 등 본격적인 강우기를 4개월 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아직까지 공사에 필요한 설계 용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의회 전승일 의원은 “3월 중으로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합의가 됐지만 광역자치단체와의 협의를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주민설명이 미흡했던 것 같다”며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구청 담당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석고 일대는 남구 방림동과 진월동, 백운동 일대에서 유입되는 우수가 광주천으로 빠져나가는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집중호우 시 배수 또는 유입되는 많은 양의 빗물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해 인근 주택과 상가 등의 침수피해가 자주 발생한 지역이다.
이에 서구청은 지난 2018년에 광주시와 협의를 통해 사업비를 지원받아 우선 통수단면 확대를 위한 서석고 주변 하수관로 신설공사를 추진했다. 구는 지난해부터 실시 용역을 진행, 올해 3월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상무대로 인근 하수관로와 추가 연장 공사를 요구, 지난해 9월 이후 서구청 관계자와 주민대책위, 용역사 등은 지난 2월 중순까지 5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김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