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를 보면 내 마음에 모종의 바람이 인다.
비어 있지만 충만한 그 무엇이 그곳에서 이 만큼 떨어진 공간 사이로
그 충만의 낮은 목소리로 간절하게 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이 영악한 세상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
결코 이루어지는 법 없는 세상이
또한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도 아닌 채
온전한 이루어짐이란 단지 이 세상의 멸망 밖에 없음을 은유하더라도
설령 내가 멸망에 이르러 죽은 내 몸을 이 세상이
멸망 속에 가두어 둔다 해도 내 마음을 거기 두지 않으면
나는 멸망되지 않음을 믿으려 하는 것이다.
세상을 이루는 이런 무지막지하게 긴 세월의 하 많은 시공 중
하필이면 지금 이 시각 이 공간 이 희귀한 곳에서 순간적으로 마주 친
너와 나, 그러나 조금 전까지 마주 서서 하필이면 철천지원수로 만나
알을 어깨 너머로 주고받은 그런 사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이제 믿으려 한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 뒤섞여 주고받지 않으면 세상을 이룰 수 없는
각각 다른 하나의 점 다만 그 점만이 세상을 구성하고
그리고 그 점으로써 너도, 이 점으로써의 나도
서로 아무리 부인해도 결코 부인되지 않는 세상 그 자체라는 점을
- 畵 이철수의 판화 / 音 Sabina Sciubba & Antonio Forcione ‘Estate’
.
첫댓글 세상살이는 그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상대하기 싫었던 사이라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그사람이 좋아지고
그사람이 아니면 안될거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사람 사이란 것은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도움도 주고 그러는 것이고, 그게 우정이고 사랑이고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겁나 가만 있으면 존재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는,
그 빈터에 열두칸 기와집을 지었다 부셨다
하루에도 열두번 마음이 바뀌어 잡생각만 하고 있능게 아니가 합니다
수시로 변하는 마음 누가 잡아줄수 있을까요? 공상속에서 헤매고 있는것 같은 마음. 정신을 차려야지
현실에 충실하자.
삼천 평 상추밭을 가꾸면 겉으로 보기 좋을지 몰라도
상처 하나 없는 상추잎이란 것은 이 세상에 없는 이론적인 말이라는 것이지요.
팔이 바깥으로 절대 굽지 않는 것처럼 생명은 어차피 자기애가 강한 것이지만
그러니 없는 마음이라도 내어 항상 상대를 먼저 배려해야
좋은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