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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지난 밤에 마구 들이킨 보드카의 취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함께 간 친구는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바얀차강솜 주유소가 보이는 마을 어귀까지 배웅나온 울지, 나라, 뭉흐 바트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울란바타르로 향했다.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자밍우드에서 울란바타르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일행은 중대한 결정을 하였다. 울란바타르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테를지에 가서 말을 타기로 하였다.
비가 내린다. 톨골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는 계획도 포기하였다. 항 테를지 여행자 캠프에 들려 점심식사를 했다. 라면도 끓였다.
테를지 호텔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말을 탈 것이다. 말을 타고 톨골을 건너 대평원을 달려 볼 것이다.
자야가 아는 사람을 추천하였다. 부째, 그녀는 두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이었다. 자야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답다.
그런데 비가 점점 세차게 내린다. 결국 나와 속이 좋지 않아 고생을 하는 친구는 말타기를 포기했다. 4마리의 말이 톨골을 향하였다.
비르가 투어에 전화를 하여 나는 오늘 공항에 나가지 못하고, 6시에 민속공연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1시간 후 돌아온 일행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춥다. 차 안에서 히터를 틀어 몸을 말렸다.
테를지에서 울란바타르로 향하는 길,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긴 차량 행렬과 수시로 끼어들기가 반복된다.
비도 세차게 내린다.
6시에 민속공연장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은 불가능해졌다.
7시 20분이 되었는데도 공연이 끝나지 않았다. 관람객이 만원이어서 공연이 늦게 시작되었다고 한다.
민속공연장에서 오늘 몽골에 온 일행 12명과 몽골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14명의 여행자를 동시에 만났다.
민속공연 주차장에는 고인 물로 가득 찼다. 패인 곳에는 어김없이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잘못 내딛으면 신발에 물이 가득 고인다. 배수시설이 전혀 안된 것은 그만큼 내리는 강수량이 적은 기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저녁식사 장소가 달랐다. 오늘 새로 몽골에 온 일행들은 몽골 레스토랑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민속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식당이었다.
나는 새로 몽골에 온 여행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고 몽골 레스토랑으로 갔다.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몽골인 특유의 느림과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조급증의 충돌이다.
뭔가 일이 잘 풀릴 것같지 않은 예감이 엄습한다. 저녁식사 장소를 한국식당으로 정할 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도 든다.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1인당 10,000원은 있어야 하고, 운전사와 가이드의 식사비를 지불하려면 1인당 13,000원 -15,000원은 있어야 한다.
기어이 불길한 예감은 호텔 로비에서 터졌다. 3인실 룸에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예약하였던 호텔은 아침식사가 부실하다고 하여 취소하고, 새로운 호텔을 물색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다른 방에서 샤워를 하고 잠은 3인실에서 자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앞으로는 숙소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기존의 2인 1실(90 - 100$)의 호텔보다 더 좋은 숙소를 예약해야겠다. 칭기스호텔, 화이트호텔, 바양골호텔은 150 - 200$일 것이고, 2011년에 문을 연 라마다호텔은 250$일 것이다.
7월 31일.
06시 45분에 몽골항공으로 귀국하는 친구를 공항에서 보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식사가 7시 30분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도 2011년보다 변한 몽골의 모습이다.
오늘부터는 13명의 여행자가 델리카 3대로 아르항가이로 간다. 이 여행자들도 6박 7일의 짧은 일정이라 아르항가이의 어르헝 후흐레, 차강 노르 등을 보지 못하고 돌아간다.
여행의 여백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다시 오고픈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느라고 11시가 넘어 출발하였다.
울란바타르는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길이 엉망이다. 도심을 빠져나오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다행인 것은 하르허린까지 포장되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다.
룽솜에 도착하여 레스토랑에서 비프 스테이크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맛있다.
엘슨 타사르 하이에서 낙타를 타려고 하는데 세찬 비가 쏟아진다. 낙타꾼들이 차 밑으로 몸을 숨겨 비를 피한다.
그치기를 기다려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낙타털은 이미 비에 젖었다. 오늘은 낙타를 탈 수 없다.
하르허린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거북바위와 남근석을 보고 뭉흐 텡게르 여행자 캠프로 갔다. 2인 1실로 예약을 하였다. 반가운 건 24시간 전기가 가동된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맥주를 한 잔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8월 1일.
아침식사 전에 박수원 선생님과 몽골제국 지도가 부조된 기념탑까지 트레킹을 하였다. 어르헝골 관개시설이 있는 곳에서 언덕으로 올라갔다. 장엄한 일출도 구경하였다.
에르덴 죠 히드를 관람하고 시장으로 갔다. 일행들이 고기를 사는 동안 사진도 찍고 아이들에게 학용품도 나누어 주었다.
2011년보다 물가가 3배 이상 올랐다. 특히 기름값과 고기값이 많이 올랐다. 경유는 한국과 비슷하고, 소고기는 1kg에 10,000원, 돼지고기는 1kg에 16,000원이다. 소고기가 없어서 염소고기를 샀다. 작게 썰어달라고 했는데, 고기파는 사람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다. 눈치 빠른 운전사 처거가 잽싸게 칼을 뺏어들더니 잘게 썰어 비닐에 담는다.
하르허린에서 체체를렉도 포장이 되었다. 이 도로는 체체를렉을 지나 촐로트골까지 포장이 되었다고 한다. 차강 노르를 가는 여행자나 차강 노르를 지나 홉스골 노르로 가는 여행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몽골제국 시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살던 호통트솜을 지나서 델리카는 비포장도로로 들어섰다. 칭케르 온천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칭케르골을 건너지 못하면 체체를렉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길로 가도 돼.
문제 없어.
처거가 말했다. 처거는 사회주의 시절 돈도고브의 어느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교사였는데, 사회주의가 해체된 후에는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0년 초에 울란바타르로 이사를 와서 운전을 하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 시절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었다.
칭케르골을 건너 나무가 보이는 산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나무가 많은 곳으로 가자고 했는데, 처거는 나무가 적은 곳으로 간다.
나무가 많은 곳에는 모기가 많다고 한다. 생활에서 우러난 지혜일 것이다.
햇반과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염소고기를 구워먹었다. 약간 질겼는데 소주를 넣고 구웠더니 질기지 않았다.
칭케르 온천으로 가는 길에 유목문화 체험을 하였다. 유목민 게르는 사철 칭케르골의 지류가 흐르는 곳에 터를 잡았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명당일 것이다. 아주머니가 반갑게 일행을 맞는다. 더구나 운전사 남질의 친척이라고 한다. 수태차도 먹고 아이락도 먹고 아롤도 먹고 으름도 먹었다. 아롤과 아이락을 싸주시기까지 한다.
칭케르 온천 여행자 캠프가 보인다. 2011년에 비가 와서 차가 빠진 기억과 일행 중 1명이 샤워장에서 넘어진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먼저 말을 타고 나중에 온천을 하기로 하였다. 말이 올 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하여 달걀을 들고 온천물이 나오는 곳으로 갔다. 달걀 하나에 1,000 투그릭, 20개를 샀다. 20분만 기다리면 노른자까지 익는다. 유황 냄새를 맡으며 달걀이 삶아지기를 기다린다. 어워도 한 바퀴 돌고, 말똥가리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칭케르 지구루 여행자 캠프의 사장님이 올해도 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샤워장의 타일을 교체했는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말하며, 샤워장에 들어갈 때는 슬리퍼를 신을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슬리퍼를 신었더니 미끄러지지 않는다.
2명씩 들어간 게르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난로를 피울까? 운전사들에게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며 윗옷을 벗고는 벌렁 드러눕는다. 메트리스도 바뀌고 이불도 바뀌었다. 한국에서 사왔다고 한다.
운전사들은 좋다고 겅중겅중 뛰어보기도 한다.
8월 2일
칭케르 온천에서 체체를렉으로 가는 길은 야생화가 만발한 언덕이 있고 타미르골을 건너야 한다. 2011년에는 홍수가 났었는데, 2012년에는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잘 보수되어 있었다.
체체를렉에 도착하여 먼저 약수를 먹고 민속박물관을 관람하였다. 2011년에는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완공이 되었다. 입장료도 5000투그릭으로 올랐다. 민속박물관 정원에는 어린 아이가 늑대의 젖을 빨고 있는 투르크 신화가 부조된 석물과 앞면에는 태양, 뒷면에는 달이 새겨진 청동기시대의 사슴돌이 있다. 사슴돌 유적은 전세계에 약 900여개가 있는데, 몽골에 600여개가 있고 무릉 오시깅 우브레에 18개가 모여 있다.
시장에서 소고기도 샀다.
어기 노르로 가는 방향에 있는 모야네 집을 방문하였다. 모야 부모님이 환대해 주셨다. 무엇보다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락도 먹고 아롤도 선물로 받고 아르히도 선물로 받았다.
칭케르솜에 도착하여 타미르골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어기 노르는 아르항가이 아이막에 속한다. 물고기가 많기로 유명한 호수인데 땅속에서 샘이 솟아 만들어진 호수로 나가는 곳이 없다.
칭케르솜에서 어기 노르로 오려면 마의 구간 뻘밭을 지나야 한다. 비라도 조금 오면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몽골여행을 할 때는 도처에서 이런 지역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한다.
어기 노르 근처에서 어르헝골(하르허린)과 타미르골(체체를렉)이 합류하여 셀렝게골로 흘러간다.
어기 2 투어리스트 캠프는 2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약 25분 정도를 가면 있다. 특히 허르헉 요리가 맛있어서 부탁을 많이 한다. 이번에도 허르헉 요리를 주문하였다.
사장님은 특별히 캠프 화이어를 해주었다. 달빛 아스라한 호숫가에서 불을 피워놓고 노래를 불렀다. 음료수와 맥주는 내가 샀다.
말도 탔고, 호수에서 수영도 했다.
올해도 제비들이 식당 건물 처마 밑에 집을 지었다.
8월 3일.
몽골에는 하르 발가스가 2개 있다.
하나는 호통트솜에 있는 위구르시대(840년 - 920년)의 것이고, 하나는 다싱 치흐솜에 있는 하르 발가스인데, 거란시대 유적이라고 하며, 청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촉트 타이지가 독립운동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독립운동을 실패하였고 유적은 철저히 파괴된 채로 남아 있다.
현재 하르 발가스를 만들었던 위구르족들은 신강 위구르 자치구로 옮겨 갔으며, 다른 하르 발가스를 만든 거란족들은 멸종되었다.
룽솜에서 어기 노르로 가려면 2011년에는 비포장도로를 약 2시간을 갔는데, 30분만 가면 된다. 그만큼 접근이 수월해졌다. 다른 표현을 빌리면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유유자적하던 몽골여행의 멋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입장료를 2000 투그릭을 내고 작은 박물관을 관람하였고 사진도 촬영하였다. 하르 발가스를 관람하고 끝없이 곧게 이어진 포장도로를 달렸다.
룽솜에 도착하였다. 하르허린으로 갈 때 점심식사를 한 레스토랑에서 비프 까스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운좋게 최규서 팀을 만났다. 최규서 선생님은 다른 여행자들과 고비를 여행하고 또 다른 여행자들과 홉스골 호수를 가고 있었다. 넓디넓은 몽골 땅에서 운명처럼 만나게 될 줄이야!
울란바타르 시내를 빠져 나오는데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테를지에 도착하여 산을 넘어 톨골에서 말을 타려고 하였는데 강물이 범람하여 강을 건널 수 없다고 하였다. 대신 산 쪽으로 들어가는 코스를 정하여 1시간 동안 말을 탔다.
오늘의 숙소는 항 테를지 캠프인데 24시간 전기가 가동된다.
8월 4일.
아침 식사를 하고 밀히 하드(거북 바위)와 기도 바위를 보고 칭기스항 동상으로 이동하였다.
입장권을 끊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동상 위로 올라갔다.
동상 안에 만들어진 박물관도 관람하였다.
흉노 시대에 만들어진 향로가 눈길을 끈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 장 촬영하였다.
자연사 박물관을 보고 캐시미어 매장과 백화점 쇼핑을 하였다.
저녁식사는 비르가 투어 사장님이 bds에 초대를 하였다.
로얄 호텔 내에 있는 아이리쉬 팝에서 몽골 선생님(2012년 4월 20일 - 6월 13일까지 춘천 봉의고등학교에서 교환 근무한 뭉흐 에르덴과 바트 체첵)을 만났다. 맥주를 한 잔 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8월 5일 새벽 4시 30분에 호텔을 나와 칭기스 공항으로 갔다.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에 들어갔더니 담뇨를 뒤집어 쓰고 의자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여행자들이 많았다. 확인해 보았더니 8월 4일 23시 30분 대한항공이 기류 때문에 뜨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오전 7시 쯤 출발하였고, 몽골항공은 7시 30분에 출국하였다.
2012년 여름, 23번 째 몽골여행이 끝났다.
7월 25일 - 7월 31일의 고비사막 여행도 탈없이 끝났고, 7월 30일 - 8월 5일의 아르항가이 여행도 무사히 끝났다.
짧은 일정 속에서도 7월 29일 날 아이락몽골 카페가 후원하는 바얀차강솜 학교도 방문하였고, 나라 선생님 댁에서 허르헉과 보드카로 분에 넘치는 환대도 받았다. 8월 4일 날에는 4월 20일 - 6월 15일까지 8주 동안 춘천 봉의고등학교에 교환 교사로 파견되었던 뭉흐 에르덴과 바트 체첵을 로얄 호텔 아이리쉬 팝에서 맥주를 마시며 재회하였다.
몽골이여! 안녕.
민속공연
우산과 장화
룽솜 레스토랑
한 폭의 수채화
밀히 하드
여행자 캠프의 저녁식사
어르헝골
어르헝골 주변의 여행자 캠프
뭉흐 텡게르 여행자 캠프
에르덴 죠 히드
델리카는 달리고 싶다
어워
유목체험 활동
말타기
달걀 삼기
타미르골
연지곤지 찍고 싶네
민속박물관
모야네 집 방문
캠프 화이어를 함께 한 몽골 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