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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희 시집
『가을, 금홍빛 물들어』
979-11-92613-79-6 / 128쪽 / 130*210 / 2023-08-31 / 10,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2017년부터 시작 활동을 해온 김옥희 시인이 『가을, 금홍빛 물들어』를 펴냈다. 시인은 그간 써온 가족 사랑을 담은 시, 주변 사회에 관해 돌아본 시, 자연과 일상을 소재로 쓴 시 등 60편의 시를, 4부의 <창>, <보름달에도 그믐이>, <시가 꽃피는 나무>, <가을 눈빛이 금홍빛 물들어> 에 나누어 실었다. “사랑과 존경, 강건한 믿음”으로 “애틋하고 곡진한 삶의 애환”을 한 걸음 한 걸음 건너왔다는 시인 삶의 체험과 육성이 잘 물든 가을날의 금홍빛 감성으로 승화한 시집이다.
■ 저자 소개
김옥희 시인
- 대구 출생
- 안동교대, 대구교대 졸업
- 대구성동초등학교 정년퇴직
- 《노을강시학》 신인상(2017)
- 〈올해의 맛있는 시〉 작품상(2018)
- 육필시집 『내 마음의 꽃다발』 외 9권
- 시집 『꽃피는 강』(2020, 공저)
- 노을강시학 동인
- 국제펜한국대구지역위원회 이사
■ 목차
시인의 말
1 창
창 / 카디건 걸친 의자 / 겨우살이 / 효령댁 사공 씨의 방 / 빈 봉투 / 모다깃비 / 꼬마 시인 / 사랑꽃 / 아기천사 / 가매실 농부 장디아재 / 불혹의 정거장에서 / 푸르게 홀로 서는 청춘아 / 산나리처럼 / 고로쇠나무 / 빈집 다시 귀한 집 되어 / 시어머님 소천 / 시부모님 합장
2 보름달에도 그믐이
보름달에도 그믐이 / 신문 / 망종 / 억새 / 발칙한 플라스틱 / 잃어버린 시간 / 튤립 봉오리 같은 사람 / 폭 / 우리 공장 감나무 / 어느 노숙인 / 봄, 입이 없다 / 왕버들 백서 / 2월의 더딘 걸음 / 인양 / 주름살 / 번개시장 / 유월 다부원에서
3 시가 꽃피는 나무
시가 꽃피는 나무 / 시월 두물머리 / 봄길 / 한티 가는 길 / 시인의 길 / 금오지 올레길 / 벼꽃 피어 글꽃 될 때까지 / 서시 / 개망초 / 바다를 먹고 사는 동반자 / 홍매화 / 정월 / 오월 / 초록 숲에서 / 호수에 가을빛 물들다 / 가을 편지 / 첫눈 / 서리꽃 / 무릎과 어깨 사이 / 나의 말도 길들이고 싶다 / 문향의 바다에 닿고 싶다
4 가을 눈빛이 금홍빛 물들어
가을 눈빛이 금홍빛 물들어 / 가시연 / 복수초 / 만추의 생각은 갈색이다 / 새벽 기도 / 맹물 / 덕유산의 겨울 / 겨울 해파랑길 / 꽃무릇 / 관봉에 서서 / 겨울 들판 / 바위 소나무 / 슬픔을 등불로 / 물향기 정원에서 / 각시붓꽃
|해설| 이해리_가을 눈빛이 금홍으로 물드는 사랑 노래
■ 출판사 서평
먼저, 초등학교 교사로 아주 오랫동안 교직에 재직하며 교단에서 만난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과 스승의 자리에서 느낀 보람을 꾸밈없이 쓴 시「창」(“나의 창은 꾸밈없는 아이들이/ 세상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을 시작으로, 저 홀로 푸른 겨우살이를 “겨우 사신 엄마의 무릎 관절 수액 다 뺏어 먹고 아직도 새파랗게 살아있는 나”에 비유한 「겨우살이」, ”효령댁이라 불리던 시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넉넉했던 방을 그린 「효령댁 사공 씨의 방」,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두 아들에 관한 격려의 시(「모다깃비」, 「푸르게 홀로 서는 청춘아」), 손자 연수, 첫 손자 연우, 손녀 연빈에 주는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시(「꼬마 시인」, 「사람꽃」, 「아기천사』) 등, 가족 한 명 한 명을 간절히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로서 한없이 넓고 깊은 사랑의 마음을 시로 그려내었다. 「시어머님 소천」과 「시부모님 합장」의 시편에서는 죽음을 초월하여 영속하는 사랑의 크나큰 힘을 담았다.
“…/ 잡풀이 우거진 마당 귀엔/ 상처 난 은행 그루터기/ 피멍 든 곳에 새싹 피워 올린다/ 반질반질 장독 먼지 덮어쓰고 발효 중이다/ 마른 대추나무 기울어 가는 생을 붙잡고/ 담벼락에 기대어 열매 매단다/ 떠난 아기새는 엄마새 되어 돌아온다// …” -「빈집 다시 귀한 집 되어」중에서
시인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도 시로 다루었다. ‘영끌’로 폭등하는 “아파트 숲 위로 환한 보름달 떴다/ 청약 없이 달은 높이도 올라간다// 바벨탑이라도 쌓을 듯/ 끝없이 올라가는 집값”(「보름달에도 그믐이」)이라고 하거나, “플라스틱 인간이 되어간다/ 평생 나만 사랑해 주기로 약속한 발칙한 애인/ 앙큼하게 모든 것에 들어있어 독이 되지만/ 사랑 막 주니 너무 편해서 잠시 정신 잃었다”(「발칙한 플라스틱」)라며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초록초록한 세상” 살리기를 염원한다. “暴, 暴, 暴이 부추겼는지/ 다시 일어나는 코로나/ 마스크, 언어, 난폭한 업무/暴이 판치는 사회/ 세상 살기 힘든 날은 강변을 걷는다”(「폭暴」) 등 현재 우리 사회의 절망스러운 현실 상황을 염려하면서도, 언제나 꺾이지 않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시로 노래하고 있다,
“속 깊은 가을에 단물 들어/ 빈 하늘에 통째로 매달려 있다/ 푸른 시절엔 떫었지만 홍등이 달려있어 까치도 오고/ 부리에 묻은 살이 달고 연하다/ 가난한 외국 근로자들의 허기/ 땡볕의 그늘막에서 붉게 핀다”(「우리 공장 감나무」)
“푸나무 뿌리에/ 영혼이 뒤엉킨 피의 능선/ 많은 말들은 사라지고/ 오직 사랑한다는 말만 남아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꽃 필 때마다/ 깃발처럼 흔들리고 있다”(「유월 다부원에서」)
“시인은/ 파닥파닥 뛰는 물고기/ 잘 때도 눈 뜨고 잔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는 불의에/ 눈 감지 않고 지켜보는 자이다// 물고기의 모국어는 침묵이다/ 늘 맑은 물살 향하여/ 침묵으로 제 길 닦는다/ 없는 길 쉬지 않고 길 내면서/ 드맑은 상류 물길 찾는다/ 도시 빌딩 숲속에 자기를 밀어 넣으며/ 날마다 새로 차오르는/ 바다 키운다// 금빛 비늘 찬란해도/ 적막한 날엔 아가미로 뽀글뽀글/ 내뱉던 생의 물거품/ 삶의 그물에 걸리는 것은 어둠이지만/ 튀는 빛살로 세상을 끌어안는다/ 지느러미 쉴새 없이 파닥거린다/ 거세게 철썩이는 파도에/ 제 스스로 울면서 견딘다” -「바다를 먹고 사는 동반자」 전문
시인은 이처럼 사랑과 희망을 담은 빛살 같은 환한 시를 쓰는 시인이기를 소망한다. 시집에는 스스로 “시가 꽃피는 나무”가 되어 “늦저녁 풍금 소리로/ 못다 한 말 노래”하는, “눈 맑은 시인”으로 시작 詩作의 길을 걷겠다는 시인의 고백을 담은 시편이 많다. “섬진강 따라 매화길 걸으며/ 은빛 모래의 강물 위에/ 속살 드러낸 알큰한 시를 쓰고/ 돌담길 따라 산수유길 걸으며/ 연하고 어린 것들 마음 설레는/ 별빛 같은 시를 생각한다(「봄길」)”라거나 “나무의 언어는 초록이다/ 초록은 촉촉하다/ 촉촉한 나무의 언어를 빌려/ 편지를 쓰고 싶다”(「초록 숲에서」), “너와 나를 단절시키는 여우 길들이듯/ 나의 말도 길들이고 싶다/ 그래, 나를 잃어버려야/ 나를 찾는 거지”(「나의 말도 길들이고 싶다」) 같은 서정적인 구절의 시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려는 시인의 열망을 보인다.
“가을 눈빛이/ 모두 제 빛깔로 뜨거워지고/ 갈색 고요는 안쪽부터 타오른다/ 마지막 한 잎까지 활활 타올라/ 청춘 잃은 낙엽도 땅바닥에/ 몸 던져 붉게 타오른다// 하늘까지 타오르면/ 짧은 잔치는 끝나고/ 모두 갈바람에 시리고 아프리라/ 외롭고 슬픈 영혼들의 합주// 저물기 위해 저토록 몸부림쳐야/ 깊이 사색하며 가라앉는가 보다/ 마른 잎의 향기로운 말에/ 순해지고 조용히 사라진다/ 가을 이마에 내린 햇살에/ 사위어 가는 불씨 하나 살려/ 등불 하나 켜 놓고 싶다 -「가을 눈빛이 금홍빛 물들어」 전문
“살아온 날이 그렇듯 이제 금홍빛으로 물든 가을 나무처럼 생의 완숙기에 도달하였으니 그것은 가을 눈빛이 금홍빛으로 물든 사랑의 모습으로 이어진다.”(이혜리 시인)라는 해설대로 “희미한 안개 속,/ 방향을 이끌어 주는 끈 같은/ 목마른 삶의 갈증도 풀어주는/ 담백한 생명수 같은 물(「맹물), ”겨울 들판은 어미의 품/ 모두 주고도 아직 남았다/ 죽은 듯한 외진 들녘에도/ 초록 다문다문 물든다“(「겨울 들판」), “새 슬픔이 올지라도/ 그 불덩이가 밝혀지며/ 당신이 오시는 길/ 등불이 되리라”(「슬픔을 등불로」), “강물에 붓, 꾹 찍어 선을 긋는다/ 환해지는 먹빛에 껍질을 벗는다/ 강가 보라옷 입고 나들이 나온 나의 붓/ 꽃봉오리로 오월을 그려 놓는다”(「각시붓꽃」) 등, 편 편마다 사랑의 등불 하나씩을 켜 놓은 듯한. 시인의 원숙하고 깊은 사유가 가득한 시집 『가을, 금홍빛 물들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