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행이냐 8강에서 머무르냐…. 피말리는 승부차기. 한국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는 한국과 스페인 선수 세차례 모두 차넣으며 더욱 뜨거운 승부를 연출했다. 한국의 4번째 키커는 안정환. 지난 이탈리아전에서 PK를 실축한 바로 안정환이었다.
하지만 안정환은 이번에는 틀렸다. 이케르 카시야스가 버틴 스페인의 골문 한가운데를 향해 정확히 차넣었다. 그리고 안정환은 박수를 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운재가 그 자신감을 이어받은 것일까. 이운재는 4번째 키커 호아킴의 슛을 오른쪽으로 쓰러지며 정확히 막아냈다.
마지막 키커는 홍명보. 홍명보만 넣으면 한국의 승리였다. 페널티 마크 1m 뒤에 서있던 홍명보. 그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른발 인프론트로 공을 날렸고 이 공은 카시야스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국이 기적과도 같은 4강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한국은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8강전에서 스페인과 120분간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명 키커 전원이 다 성공시키며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 최고 성적(66년 북한)을 뛰어넘는 사상 최초로 4강을 이뤄냈다. 또한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다른 팀을 이끌고 2대회 연속 4강을 이뤄내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체력은 분명 이전과 달랐다. 지난 18일 117분의 연장승부를 벌인 한국은 이전 경기때와 같은 압박과 조직력이 없어 보였다. 실수도 잦았고 선수들의 발도 무거워 보였다. 한국은 전반 11분 박지성의 인터셉트에 이은 역습으로 분위기를 끌어봤지만 이후 주도권은 한국보다 체력에서 앞선 스페인의 것이었다.
스페인은 양날개 호아킨과 데 페드로를 앞세워 측면공략에 중점을 두었다. 데 페드로의 왼발은 코너킥과 프리킥을 가리지 않고 한국문전을 계속 괴롭혔고 호아킨은 오른쪽에서 쉴새없이 한국을 괴롭혔다. 특히 전반 26분 데 페드로의 왼쪽 프리킥을 받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헤딩슛과 44분 호아킨이 한국 수비수 4명을 제치고 돌파한 것은 최대 위기였다.
수세의 연속이었지만 한국은 GK 이운재의 선방과 스페인의 문전처리미숙으로 전반을 비긴채 마감했다. 한국이 전반에 날린 슛은 단 한개일 정도로 철저히 밀렸다.
그러나 후반은 다소 양상이 달라졌다. 전반 김남일 대신 투입된 이을용이 제몫을 해내며 분위기가 뒤바뀌었고 이천수까지 투입된 후는 스페인의 체력저하와 맞물려 분위기는 완연한 한국의 페이스였다. 극도의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한국선수들은 자신들보다 2일이나 더 쉰 스페인의 운동량을 넘어섰다.
후반 20분 송종국의 코너킥에서 이어진 혼전중 이천수와 박지성의 연속 가위차기가 상대 수비와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간헐적인 스페인의 공격도 있었지만 한국의 우세는 이어졌다. 하지만 득점과는 무관했고 경기는 결국 연장이었다. 연장에서 한국은 7분 이천수의 26m짜리 프리킥이 아깝게 나가는 등 기회도 많았지만 10분 호아킨의 스로인을 그대로 터닝슛으로 연결한 모리엔테스의 슛이 포스트바를 맞는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양팀 모두 체력이 고갈돼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지난 미국전과 이탈리아전에서 2차례 연속 PK를 놓친 한국이기에 다소 불안했지만 한국은 정신력으로 기적같은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3일 뒤인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독일과 결승을 놓고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