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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영조 작곡가_오페라 '춘향'을 향한 시간
기사승인 2026.02.22 16:48:22
- 전통과 세계 사이, 음악의 길을 묻다
‘정체성’이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서
작곡가 이영조의 음악을 관통하는 질문은 언제나 같았다. 한국 음악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전통을 인용하거나 현대성을 흉내 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조성 음악과 전위, 판소리와 관현악, 자연과 인간의 내면—를 하나의 사유 속에서 묶어내려 해왔다.
최근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극장(https://www.theaterdo.de/)으로부터 오페라 <<춘향>을 위촉받으며 그의 이름은 다시 한 번 국제 무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영조에게 ‘해외 진출’이라는 단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눈을 뜨면 한국 오페라인데, 눈을 감고 들으면 낯선 외국 음악처럼 들리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우리 음악을 깊이 배우지 못한 교육 환경에 대한 자성. 그의 말투는 단호했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 음악을 통해 세계와 대화해온 한 작곡가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2026년 상반기만 해도 그의 일정은 빼곡하다. 관현악곡 <여명>의 연주, 미국 미시간 대학 리사이틀 홀에서의 가곡 발표, 국악관현악단과의 콘서트, 그리고 채동선 기념사업회 위촉작 <동물 악대>까지. 장르와 편성은 달라도 그 안에는 하나의 질문이 흐른다. 한국 음악은 어떻게 세계와 만나야 하는가. 작곡가 이영조와의 대화를 들어보자.
“정체성 없는 음악은 결국 사라진다” 눈을 감고 들어도 한국 음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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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 최근 근황과 작업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올해 상반기에는 여러 작품이 연주됩니다. 2월에는 청주시립교향악단이 관현악곡 <여명>을 연주했고, 같은 달 성남아트센터와 프라움 악기박물관에서도 성악곡과 피아노 작품이 소개되었습니다. 4월에는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소프라노 조윤조 리사이틀로 <엄마야 누나야>가 연주되고, 5월에는 세종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콘서트가 있습니다. 6월에는 채동선 기념사업회 위촉곡인 관현악 작품 <동물 악대>가 벌교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다양한 편성과 장르 속에서 제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울리는지 스스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Q2. 도르트문트 오페라극장의 <춘향전> 위촉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한국에는 이미 다양한 <춘향>이 존재합니다. 판소리도 있고 오페라도 있고 영화도 있지요. 그런데 저는 그 음악이 종종 ‘원자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감각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전통의 외형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작품의 대본은 도르트문트 오페라 극장장 겸 예술감독(Intendant der Dortmunt Oper)인 헤리베르트 게르메스하우젠 박사(Dr. Heribert Germneshausen)가 직접 쓰고 있습니다.
엄격한 논리 구조 위에 세워진 독일 오페라와 보다 원초적인 춘향의 이야기가 만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국의 민요·판소리·정가라는 세 가지 성악 요소를 서양 발성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농악의 리듬과 춤사위를 어떻게 음악적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일부 전통 음악가들도 제한적으로 함께 참여할 예정입니다.
독일의 논리 구조와 한국의 원초적 이야기 사이에서 민요·판소리·정가, 서양 발성 안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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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독일 극장이 왜 <춘향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극장장 부인이 한국인 소프라노 손지혜 씨인데, 도르트문트 오페라단 전속 가수입니다.
두 분이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다양한 문화재와 전통을 접했고, 중국에는 <투란도트>, 일본에는 <나비부인>이 있다면 한국에도 대표 오페라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춘향> 프로젝트로 이어졌습니다.
Q4. 오페라라는 장르에서 특히 탐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모든 음악은 비극적인 소리조차도 결국 아름다움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오페라는 기악곡과 달리 ‘가사’가 있습니다. 그 가사는 우리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이며,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관객은 무대 속 인물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일종의 강제된 축복을 받게 됩니다. 관현악곡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경험이지요.
예술은 자아의 발로입니다. 내가 확실히 있어야 다른 문화와 대등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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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현재 한국 창작음악이 마주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체성입니다. 한국 오페라라고 하지만 무대만 보면 초가집과 한복인데, 눈을 감고 들으면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1970년대 유럽 현대음악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기도 하지요. 예술은 자아의 발로입니다. 내가 확실히 있어야 다른 문화와 대등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음악을 깊이 배운 경험이 부족했고, 작곡 교육에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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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조 작곡가가 자택에서 본인이 직접 만든 풍경 앞에서 |
Q6.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영성·자연관은 최근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젊은 시절 장자의 ‘소요유’를 읽고 삶의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인간은 삶과 죽음, 명예와 권위 같은 여러 속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는 내가 주인이 아니라 자연이 주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하루에 몇 번이나 감탄하고 감동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 질문이 제 음악의 바탕입니다.
Q7. 동시대 현대음악의 경향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음악미학자 홍정수 교수는 제 음악을 두고 조성 음악, 전통 음악, 아방가르드를 모두 포용하려는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과거와 현재가 감성적으로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사람과의 관계를 잃어버린 음악은 결국 메마르게 됩니다. 저는 감성적 끈을 놓지 않는 현대음악을 지향합니다.
Q8.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첫째는 한국 민속 요소를 서양 음악 형식과 구조 속에서 국제 언어로 승화시키는 작업입니다.
오페라 <처용>, <황진이>, 관현악곡 〈여명〉, 〈Arirang Festival〉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둘째는 ‘소리 자체’로서의 음악입니다. 오르간곡 〈Cosmos〉나 관현악곡 〈무늬〉처럼 제목에서도 한국성을 드러내지 않는 작품들이지요. 저는 Y자 형태로 두 갈래의 작곡을 합니다.
문경새재 아리랑 (민속예술가곡) Young Jo Lee - Munkyung Saejae Arirang/ Sop.손지혜
1. 문경새재 아리랑 (민속예술가곡) Young Jo Lee - Munkyung Saejae Arirang
Q9. 앞으로의 장기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무엇보다 <춘향>입니다. 이 작품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제 음악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에필로그
Y자 형태의 음악, 그리고 춘향 이후
이영조의 말 속에는 늘 두 개의 길이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한국적 정체성을 세계 음악 언어로 번역하려는 길,
다른 하나는 국적과 개념을 넘어 순수한 소리의 질서를 탐구하려는 길이다. 그는 그것을 “Y자 형태”라고 표현했다.
갈라진 두 방향이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도르트문트에서 시작될 <춘향>은 그 두 갈래가 다시 만나는 지점처럼 보인다.
독일 오페라의 논리 구조와 한국 전통의 원초적 서사가 충돌하고 결합하는 과정 속에서, 그의 오랜 질문—한국 음악의 정체성—은 또 다른 답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서 자신이 작아지는 순간을 이야기하던 작곡가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감탄하는가.” 어쩌면 그의 음악은 그 질문을 반복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감탄할 수 있는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 그리고 그 감각을 소리로 남기려는 작곡가. 이영조의 다음 시간은, 독일에서 시작될 한 편의 한국 오페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_ 임효정 기자
이영조
한국 전통음악의 어법과 서양 현대음악의 작곡기법을 결합해, ‘한국적 현대음악’의 지평을 넓혀온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음악사상가다. 특히 국악관현악, 관현악, 실내악, 성악, 합창 등 폭넓은 장르에서 활동하며 한국 음악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왔다.
이영조의 음악은 전통 선율과 장단, 음색을 단순히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적·형식적 차원에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판소리, 산조, 정악, 굿 음악 등에서 발견되는 시간관·호흡·에너지 흐름을 서양 현대음악의 음렬·음향·텍스처 개념과 접목해 독자적인 어법을 구축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동양적 서정과 현대적 긴장이 공존한다.
2026 상반기 직품 발표 일정
Jun 17
“동물 악대”
음력 12 지간 동물 주제의 관현악곡“
채동선 기념사업회 위촉곡
김정호 예술 감독
채동선 음악다당 (벌교) PM 7.00
May 13
“이영조와 함께하는 국악 콘서트”
이영조-세종국악관현악단
군포 문화예술회관 AM 11:00
Apr 25
“엄마야 누나야 Dear Mommy & Sister”
조윤조 Choyoon Cho Sop. Recital, Prof. Matthew Thompson, Piano
Britton Recital Hall Univ. of Michigan, U.S.A. PM 03:00
Feb 17
“여명” (黎明) Yeo Myung, Glory of Dawning for Orchestra
김경희 지휘, 청주 시립교향악단
청주 예술의 전당 PM 04:00
Feb 11
“이영조-엄마야 누나야”, (민속예술가곡) “한 오백년”, “옹혜야”
문혜연 Sop.
성남 아트쎈터 앙상블 시어터 PM 07:30
Feb 11
“바우고개 변주곡” (이흥렬 주제) /“그리운 강남” (안기영주제, 위촉 초연)
안미현 Piano 독주회, Praum 악기박물관 콘서트 홀
(이흥렬 유품 상시 전시장 2층} PM 12:00
임효정 기자
자료출처 : THE MOVE 모바일 사이트, [people] 이영조 작곡가_오페라 '춘향'을 향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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