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매달 버는 돈은 월 230만원 정도입니다. 연봉으로 치면 3000만원 될 겁니다.
이 정도면 어디가서 못 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이 번다 들을 정도도 아닙니다.
다만 ... 버는 건, 버는 건데 저는 좀 힘들게 이돈을 만들어 냅니다.
아버지가 메인으로 있는 피자가게에서 일을 도와주고 30만원을 받고,
야간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한 달에 8일 정도 해서 60만원 벌고,
시설관리 직장에서 2교대로 한 달 일하면 4대보험 제하고 실수령액으로 141만원을 받고,
그거 다 합쳐야 231만원입니다.
230만원에서 적금으로 106만원 납입, 청약저축 50만 납입
통장에서 자동으로 156만원씩 빠져나갑니다.
이렇게 살아서 156만원 적금으로 빠지면,
저한테 남는 건 70만원 정도 떨어집니다.
여기서 담배값과 차비와 식대와 휴대전화 비용을 빼면 50만원 정도 남습니다.
50만원 정도가 남습니다만 ... 저는 이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저축합니다.
이 돈을 모아두어야 내년에 사이버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1년치 등록금이 되고,
그 후에는 대학원 등록금이 될 테니까요.
꼭 그런 거 아니더라도 ...
제가 넣는 적금 156만원과,
부모님이 저 결혼하라고 제 명의로 넣어주시는 160만원,
합쳐서 매달 316만원인데 ... 2014년 8월에 만기되면 1억 2천인데,
저는 그때까지 따로 3천만원을 통장에 더 모아서,
제가 34살이 되면 1억5천으로 방 3개짜리 빌라를 서울에 마련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안쓰고 통장에 넣어두는 겁니다.
2.
피자가게에서 일할 때나 시설관리 직장에서 당직설 때는,
주택관리사 시험과목인 민법, 회계원리, 시설개론 인강듣고 기본서 공부하거나,
전기기능사 인강 듣고 기출문제를 풀면서 보냅니다.
능력은 없는 몸입니다만,
근성으로, 악으로, 깡으로,
돈도 돈대로 벌고, 저축도 저축대로 하고, 공부도 공부대로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3.
사실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이 청춘을 열심히 사는 것 같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
가끔씩 ... 너무 외롭습니다.
저한테 시간이 ...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한달이 어떻게 가는지,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고 ... 정신없이 살다보면 뭐가 휙휙 넘어갑니다.
여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가을이 되고 곧 겨울이 됩니다.
마음도 무언가에 쫒기는 것 처럼,
오늘은 이거 방어하고, 다음달에는 뭔가 경제적으로 누수가 되지 않게 또 뭘 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고 있지만 꼭 기분은 ...
물 한 방울 안나오는 사막에서 아무도 없이 살아남겠다고 곡갱이 한자루 쥐고 우물파는 기분입니다.
회사에서도 직장동료들이 당구치러 가자, 술 한 잔 먹자, 노래방 가자,
그런 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뒤로 슬쩍 빠지고 ... 정말 피치 못하게 참석해야 할 때는 참여하지만,
저는 돈을 안내고 ... 나중에 저 쉬는 날 피자와 후라이드 치킨 또는 오븐 치킨 이런 걸로 돈 대신 생색을 냅니다.
4.
부모님은 저를 ... 자기들 자식이지만 정말 독한 놈이라고 말하고,
회사는 저를 ...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만 ... 실속만 챙기는 인간미 없는 사람이라고 보고,
가끔씩 ... 제 지인들 중에서,
해탈님한테도 천안으로 놀러가겠다고 말만 하고 가지 못하고,
신학교 선배인 최준도 목사님한테 난곡교회로, 무료공부방으로 놀러가겠다고 말만 하고 가지 못하고,
사회실천연구소 사회주의자 분들한테도 참여한다고 말만 하고 막상 가지를 못하고,
순 ... 뻥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완전 개뻥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에는 기쁨과 만족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언제나 부족함과 언제나 죄의식과 언제나 죄책감과 언제나 쫒기는 기분으로,
이제는 빚도 없어서 누구한테 쪼임을 당할 이유도 없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제 마음은,
문국현 신부님처럼 노동자들과 길 한복판에서 동거동락하는 곳에,
제 소망은 이태석 신부님이나 허병섭 목사님이나 문익환 목사님 같은 삶에,
있지만 ... 있으면서도 ... 저한테 당장과 앞으로 몇 년 해나가야 하는 일들이 있어서 마음과 달리 현실에만 충실합니다.
앞으로 1년 뒤에 자격증을 따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취직을 하고 초봉으로 연봉 3천쯤 받더라도,
아마 그때도 저는, 제 성격 같아서는 그 일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피자와 커피를 같이 파는 카페를 아파트 근처에 개업해서 또 다시 투잡을 할 거 같습니다.
제가 저만 생각하는 게 남도 생각하고,
타인 중에서도 어려운 형편의 분들을 돕는 쪽으로 남은 인생을 보낸다고 할지라도 ...
저는 결혼해서 제 처자식에게 고통을 분담시키거나,
부모님의 노후를 외면하거나, 제 피붙이인 남동생이 어떻게 살든지 말든지 내버려두거나,
그럴 생각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합니다.
제가 하고자 갈망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도,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끔 단단한 울타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부모님을 살살 달래서 적금 깨지 말고 모아서 결혼비용으로 나한테 줘야 손자를 안겨줄 거 아니냐.
그리고 내 명의로 전세대출을 받고 월세 낸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7-8년 있다가 갚아야 ...
그 집에서 노후도 보내고 또 그래야 남동생한테도 나한테 준 거 만큼 물려주실 거 아니냐.
그러고 나중에 노인되면 국민연금으로 생활비 쓰시고 제가 매달 용돈 드리면 서로 다 사는 거 아니냐.
부모님이 저를 통제해줬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가족 전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길이 너무 명확하게 보이니까,
제가 부모님을 통제합니다.
그러니 부모님이 저한테 ...너 정말 독하고 ...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자주 사람이 그립고, 외롭다는 생각을 합니다.
깨어있는 시간에 거의 모든 시간을 일하며 보내고,
자는 시간 외에 남는 짜투리 시간에 자격증 시험 준비하며 살아가니 ...
저는 벙커원교회에 출석하면서도,
밥힐링 분들과 제대로 번개모임에 참석해서 술잔을 나눈 적도 없고,
밥이라도 자주 먹어본 적도 없고,
무슨무슨 번개 있어서 어디서 모인다 뻔히 카톡으로 보면서도,
피자가게에서 밀가루 만지고 있으니까 가지를 못합니다.
어차피 누가 놀자고 해도 돈 쓰기 싫어서(제 돈도 아깝고 남이 돈 쓰는 것도 아까워서)
나가지도 않으면서 ... 무언가를 자꾸 부러워만 합니다.
타고난 천성이나 적성만 생각하면,
사회복지사나 NGO 간사를 하면 아주 보람되고 즐겁게 살았겠지만 ...
그건 돈이 안되고 .... 생활만 되고 ... 나머지 부분은 사명감으로 버텨나가야 하는 직종이라서,
부러워만 하고, 그쪽으로 진로를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인생에서 앞으로 몇 년은 정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외롭습니다.
안좋은 버릇인데 ... 혼자 있을 때, 혼자 술을 마실 때,
제가 저한테 말을 겁니다.
승현아 힘내자, 지금 잘하고 있어, 그래도 승현아 니가 참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넌 성직자가 되려고 하잖니,
등등 ... ...
고통을 자처해서, 목표를 위해서 일부러 고독하게 살아가니, 우는 소리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외롭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이게 제가 치루어야 할 대가라면 짊어져야하겠지요.
아직도 룸살롱 가서 쭉쭉빵빵한 아가씨들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양주를 마시고 2차 가서 즐기는 게 꿈 ...
좋은 자동차를 마련하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그런 종류의 꿈은 없습니다.
무언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결혼해서 자기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고,
지역아동센터 겸 개척교회 차려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면,
저는 제 인생에서 하고자 했던 모든 걸 얻은 사람이 됩니다.
한 달 조금 지나면 32살이 됩니다.
이제는 지나가는 여고생들이 저한테 길을 물어볼 때도 '오빠'라고 하지 않고 '아저씨'라고 합니다.
아저씨라고 불리는 게 당연한 나이가 되었고, 또 실제로도 아저씨 맞습니다.
세월이 계속 흘러 갑니다.
언젠가는 마음 속의 소망과 제 현실이 일치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