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7. 불날. 날씨: 흐린 하늘, 날이 포근하지만 찬 기운이 있다.
아침열기-책읽기-수학(분수의 덧셈과 뺄셈, 들이와 무게)-발효 막걸리 빚기-점심-청소-알찬샘 몸놀이-마침회-채지안 생일잔치-교사회의-글모음 야근
[한 학년 올라갈 채비가 됐다]
아침걷기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와 피리와 노래 뒤 책읽기로 아침열기를 이어간다. 어제 책읽기 시간에 장 담그기를 해서 책읽기를 하지 않은 탓이다. 책 읽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4학년 올라갈 채비가 됐다 싶다.
3학년과 함께 마지막으로 하는 발효공부로 막걸리를 빚기로 했다. 어제 불려 놓은 찹쌀 무게를 재서 우리가 먹을 고두밥과 밑술에 들어갈 찹쌀 양을 나누어보며 들이와 무게, 분수의 덧셈, 뺄셈 공부를 확인한다. 수학 공책에 차례로 분수의 셈을 문장으로 만들어 4.5킬로그램의 삼분의 일과 삼분의 이가 얼마인지 적어보고, 들이와 무게 익힘 문제를 함께 풀었다. 남은 문제는 저마다 풀 수 있고 양이 많지 않으니 3학년 수학 갈무리는 이제 된 셈이다. 4학년에서 다룰 연산과 도형, 그래프 이야기도 많이 나눈 터지만 다시 기초를 단단히 할 일이다. 수학 셈을 마치고 강당으로 내려와 한바탕 떠들썩하게 쉬는데 여자 어린이 넷이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놀이를 한다. 재미있어 보여 선생도 끼여 빙글빙글 도니 어지럽지만 아주 신이 나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하루 남은 3학년 모둠 선생으로 아이들과 한 번이라도 더 놀고 공부하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게다. 남자 어린이들은 층계 뒤쪽으로 몰려가 좁은 공간에서 수다를 떤다. 찜솥에는 고두밥이 잘 익어간다. 어린이들이 고두밥을 많이 먹고 싶어해서 일부러 많이 했다. 정말 맛있게 먹는다. 점심 먹고도 고두밥을 먹는 어린이들이 있다. 미리 발효시킨 누룩과 고두밥을 치대고 있으니 궁금한 아이들이 다가와 뭘 하는지 묻는다. 늘 보고 뭐 하는 지 알아도 또 묻는 어린이들이다. 동규는 앞에 앉아 물도 떠다주며 일을 돕는다.
“동규는 3학년 되면 뭘 많이 하고 싶어?”
“저는요. 목공이랑 만들기 이런 거를 많이 하고 싶어요.”
“와 최명희 선생님이 그런 거 정말 잘하는데 좋겠다.”
“네. 최명희 선생님이 선생님처럼 그런 거 잘하죠.”
“그렇지. 최명희 선생님은 못하는 게 없어. 목공부터 음식까지 다 잘하거든. 동규 재미나겠다.”
“저랑 최명희 선생님은 비슷하게 태어난 것 같아요.”
“엉 왜?”
“좋아하는 게 비슷하니까요. 서로 통하니까 아마 태어난 날도 비슷할 것 같아요.”
“음... 너랑 최명희 선생님은 태어난 해가 많이 다를 텐데.”
“언젠 대요?”
“아마 1979년 3월에 최명희 선생님이 태어났을 걸.”
“와 그래요. 나는 2009년인데. 비슷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게 많으니 뭐 같은 거죠.”
“그렇군. 동규야 정수기에서 550미리 단추를 눌러서 물을 좀 받아 줄래? 할 수 있겠어?”
“그럼요. 전 다 알아요. 여기요.”
“여기에 부어줘.”
“그럴 줄 알았어요. 선생님하고 텔레파시가 통하나 봐요.”
낮에는 알찬샘끼리 마지막 몸놀이를 간다. 관문체육공원에서 자유롭게 놀기로 했는데 발야구를 다 함께 하게 됐다. 남자 어린이들이 여자 편에 선생이 들어가고, 남자 편이랑 나눠서 하자고 한다. 역시 시작은 남자 어린이들이 4점을 뽑으며 앞서 간다. 그런데 선생이 애를 써서 한 결과 역전이 되자 남자 어린이들 승부욕이 일어난다. 끝내 공이 먼저 닿았다고 외치는 소리가 무섭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그게 속이 상해 한 어린이가 수돗가 쪽으로 가서 앉아있다. 경기는 9 대 6으로 여자 편이 이기고 말자 남자 어린이들이 시들해졌다. 혼자 않아 있는 어린이 곁에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려주니 안기며 서럽게 운다. 한바탕 울고 나니 속상함이 걷힌 듯 보인다. 마지막 몸놀이로 멋진 추억을 쌓으러 갔다 더 특별한 기억을 안고 온다. 여자 어린이들은 발야구 규칙을 잘 익혔고, 이겨서 기분 좋은 경험을 했지만 열심히 뛴 탓에 모두 다리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단다. 남자 어린이들은 크게 이길 줄 알았다가 그러지 못해 못내 아쉽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 털어낸다. 선생이 적당히 했어야 하는데 놀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워낙 몸놀이를 좋아하고 승부욕이 충만한 아이들이 몇 있어 그것도 좋은 경험이다 싶지만 좀 더 조절할 걸 그랬다 싶다. 그래도 한바탕 신나게 뛰고 달리고 웃고 울며 3학년으로 몸놀이를 잘 마쳤다. 이제 높은 학년으로 함께 살겠다.
늦게까지 글모음 일을 선생들은 학교살이를 하는 누리샘 어린이들 덕분에 저녁을 잘 먹었다. 누리샘 아이들을 보니 부쩍 한 학년 올라갈 몸과 마음이 보이는 듯 하다. 그렇게 2월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