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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甁 속의 병病
소원을 들어주는 병甁이 있다고 하자. 그것을 천만 원에 살 수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치자. 나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솔직히 적어도 며칠은 잠 설치며 고민할 것 같다. <소원 대 천만원의 거래>라! 하지만 역시 인간의 ‘마음’이란 냉정하게 산술적으로만 따져 남는 장사로 셈하질 않는다. 비상식적인 이윤을 기대하는 자신을 스스로 문책하는 ‘양심’ 때문이다. 이렇듯 비로소 ‘절대 절명’의 선택 앞에 서서야 인간은 ‘영靈적 동물’이라 인정하게 되나 보다.
2세기 전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은 <병甁 속의 도깨비>라는 우화에서 불로소득을 꿈꾸는 현대인의 병病을 병甁으로 은유한다. 이 병에 따라 붙는 불가항력의 조건은 이렇다.
1. 모든 소원을 다 들어주지만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능력은 없다. 2. 이 병을 소유한 상태로 사망하는 사람의 영혼은 악마에게 귀속된다. 3. 악마에게 벗어날 유일한 방도는 타인에게 판매하는 길밖에 없다. 4. 반드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팔아야 한다.
하와이에 사는 키위라는 남자가 이 조건을 수락하여 병을 구매한다. 그러나 궁전 같은 저택, 훌륭한 아내, 풍성한 인간관계와 명성을 얻은 행복의 정점에서 키위는 극도로 불안해 한다. 아무리 병을 팔아 치우려 애를 썼지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순박하게 살아가는 하와이 주민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살 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아내는 절망에 빠진 남편을 악마의 거래에서 구하겠다는 결심으로 몰래 길을 나선다. 다른 사람을 시켜 남편으로부터 병을 사게 한 후, 아내 자신이 1센트에 재구매를 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채, 남편은 병을 산 사람을 실컷 비웃고 조롱한다. 그렇게 욕심 많은 자라면 악마의 손에 떨어져도 마땅하다며 의기양양해 할 때 아내는 깊은 실망에 빠져 남편에게 이렇게 묻는다.
- 자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고 나서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
이 우화가 씌어진 지 2세기를 통과한 오늘, 지구가 직면한 아젠다는 그 무게가 너무나 버거워 토론조차 두려울 지경이다. 이 사회는 저 사회로, 선대는 후대로 무책임하게 불행을 전가하고 있다. 편리함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가운데 세월은 화살처럼 지나가고 있다. 종국에 가, 지구인 전체가 외계인에게 도깨비 병을 팔아 치우지 못해 안달하게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원자력 발전소를 생각할 때 그렇다.
권력의 주류층은 우라늄이 석탄에 비해 깨끗하고 값싼 연료이며 전기를 풍족히 생산해낸다고 홍보한다. 우라늄(핵 연료봉 안에 채워짐)은 원자력 발전소라는 거대한 압력밥솥에 한 번 들어가 중성자의 자극을 받아 열을 받으면 무려 4년간 끊임없이 물을 끓임으로써 전기를 만들어낸다. (수증기가 터빈을 돌리면 전기 발생) 그러나 우라늄이 자칫 자신을 담은 그릇마저 녹여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전에 반드시 차가운 물(보통 바닷물)로 식혀져야만 한다. 1회 사용된 연료봉들이 식는 데 드는 시간은 최소 10년 (한국은 20년 이상)! 그 동안 들이부어진 찬물은 모두 방사능 오염이 되므로 (일명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안전한 빌딩 (일명 ‘고준위 방폐장’)에 영원히 봉인되어야만 한다! 과학자들은 이 영원이란 기간을 10만년이라고 계산해 냈다. (참고로 아프리카에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난 때가 지금으로부터 10만년 전이다.) 현재 과학 기술로는 100년 수명의 방폐장밖에 만들 길이 없고 이조차도 해당 사업자와 공무원 모두가 철저히 법과 양심을 지켰을 경우에 한한다. 그러나 과연?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원전) 사고는 한 개의 원자로에서,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에서는 모두 세 개의 원자로에서 발생했다. 이 네 원자로의 현황을 알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뜨겁게 달궈진 연료봉(금속이므로)이 녹아 그 안의 우라늄이 흘러 나왔고 원자로 바닥을 뚫고(노심용융)이내 땅속으로 침투 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각 정부는 사회 혼란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러한 정보를 보안, 가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관련 인터넷 컨텐츠를 삭제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방사능측정기 판매를 불법화했다. 또 2년이 지난 후에야 후쿠시마 사고의 경과를 정식 보고한 바, 하루에 1200톤의 찬물을 세개의 원자로에 들이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수치를 믿는 과학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원자로가 식지 않아 폭발하면 공기 오염이 진행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40년 동안 찬물 붓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인데… 그 물로 인해 땅과 바다가 오염될 수밖에 없으니 이야말로 사면초가에 언 발 위오줌 누기 아닌가. 태평양 품이 아무리 넓다 해도 쿠로시오 해류의 한 가지가 북태평양 해류로 뻗어나와 북아메리카를 치고 있는 것을! 즉 이미 후쿠시마 사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모든 정부가 이를 홍보하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원자로 5개를 신축하고 있다. 1977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작동이멈추는 등 잦은 고장에도 불구하고 공식 수명 30년 기한을 넘겨 가동되고 있다. 의문 투성이의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 날 (2014년 4월 16일) 고리 1호기의 수명 10년 연장 확정 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것이다. 기묘한 우연에 등골이 서늘하다. 인터넷방송에서는 수 년 전부터 원전마피아를 다루어 왔지만, 공영방송에서 원전 비리의 고리가 다루어진 것은 지난 달 6월 <그것이 알고싶다>을 통해서였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직원의 자살부터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소개된 원전 문제는 국민들의 새로운 아젠다로 떠올랐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관계자들 단속이 해결책일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즉, 현재의 과학은 일단 한 번 땅과 바다로 스며든 방사능 물질을 거둘 기술 단계에 와 있지 못하다는 거다. 당장 손쉽게 전기를 팡팡 당겨쓰고 그 뒤에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핵쓰레기는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꼴이다.
애초에 도깨비 든 병을 손에 쥔 자, 누구인가? 아무도 살 수 없이 가장 낮은 가격이 되었을 때에 이르러 자신을 소유한 자의 영혼을 영원히 악마에게 구속시킨다는 그 병… 세상에 벼라별 병炳이야 많지만 이 불로소득이라는 병이 바로 그 병甁 속의 도깨비였지 않은지… 거대한 두려움이 폭풍을 몰고 와 자잘한 일상의 걱정거리를 단번에 삼켜버린다. 눈은 똑바로 뜨고 입은 굳게 닫으라 충고한 자, 누군인가? 그래, 나도 이제 입 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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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탈핵은 가능할까요...?
앗!!!
초록님 여기 계시는군요
궁금했어요..반갑고요^^
탈핵의 가능성보다는 지구상 생명이 방사성 물질에 면역력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외모나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이고 따라서 미의 기준도 달라지게 되겠죠. 동물의 머리에 사람의 몸, 여러개의 머리나 팔 다리.. 이런 모습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될 때가 올 것입니다. 고정관념을 깨지 않으면 거리를 나다니는 것 자체가 무지 괴롭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