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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준 개인전 "일상생활에서 하지 않을 일들" 2006년 8년 23일 ~ 8월 29일 갤러리 룩스 |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자화상을 찍게 되었을 때 찍고 싶은 의도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외국 생활하면서, 새로운 곳에 도착한 이방인으로서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이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자유 시간이 많아졌고, 사진은 찍고 싶은데 막상 찍을 소재는 없었고, 그렇다고 사진 찍혀줄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부득이하게 자화상을 찍게 된 것이다. 어떤 사진을 찍을까 고민하면서 그 동안 봐왔던 헐리우드 영화나 베스트셀러 책들을 연상하며 작업할 수는 있었지만, 막상 외모 콤플렉스가 짙은 나 자신에게는 도저히 그러한 역할을 부여할 수 없었다. 어차피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에 대해서 그렇게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다. 대신에 그 동안 봐왔던 미술 전시회나 B급 영화등에서 나왔던, 약간은 주류적이지 못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그 역할들을 나에게 할당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자화상들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사진 생활에서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이 되어버렸다. |
물론, 주변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는 않을 때가 많았다. 내 사진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 심지어는 가족이나 친구, 또는 연인까지도 내 사진을 보면서 나를 약간은 괴짜 취급을 했다. 때로는 비난의 한 마디도 듣고는 했다.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틈틈이 지금까지 작업을 해왔던 것을 보면, 좀 비정상적인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으며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어쩌면 나의 자학적인 기질을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서 얼굴에 인상 찌푸리게 하는 것을 즐기는 내면의 새디스트적인 기질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이유야 어찌 되었든, 지금의 작업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고, 나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짧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주인공이 되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학예회였던, 고교 때 반장 선거였던, 대학 때 나갔던 미팅이었던, 내가 주인공이 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거에 대해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내가 뛰어난 외모를 가졌던가, 엘리트로 인정될 학력을 가졌던가, 아니면 사람들을 매료 시킬 유머 감각이나 사교성이라도 가졌던가. 이러한 모든 것이 부족한 나에게 있어서 결국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나는 이렇게 부여된 기회를 가지고, 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노력했다. 자화상 작업을 통해,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고, 그러한 모습을 알게 된 것이 행복하다. 내 마음속의 찌꺼기들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러한 자화상 작업이, 그것이 나에게 그저 사진 몇 장을 찍는 행위가 아닌, 나의 내면을 치료할 수 있는 치유의 과정이 되었다. 나의 우스꽝스런 사진들을 보면서, 오히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그러한 마음속의 평온 상태를 통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사진 찍으면서, 우선은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자기 자신이 만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자주 듣곤 한다. 그것이 사진을 찍는 이유 중 하나라면, 나는 분명히 그것에 충실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작업을 보면서, 나는 내가 왜 사진 찍는 것이 즐거운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왜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내 사진은 최소한 나 자신에게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남들이 비웃거나, 덜 떨어지는 사진이라고 욕할지라도, 나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
임형준 1979 서울 출생 2003 아주대 졸업 2005 동대학원 졸 단체전 다수 참가 개인 웹사이트 : http://www.funnylife.net |
갤러리 룩스 : 72908488 |
첫댓글 룩스 전화번호는 720-8488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