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산이 좋은 산이었냐고 누가 물으면 서슴없이 대답한다.
"그야 좋은 사람과 함께 간 산이 좋은 산이지."
같이 있으면 괜스레 즐겁고, 마냥 편하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미학과 음식 취향 일치하며
어쩌다 말을 할라치면 같은 어휘가 동시에 튀어나오기 일쑤인 그런 사람.
사람살이 관계의 정도는 이 같은 공감으로 가늠할 수 있겠는데,
공감지수 120프로인 20대와 50대의 한 지붕 아래 여자 셋이 극장엘 갔다.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매콤한 해물 스파게티와 부드럽고 고소한 까르보나라를 맛나게
먹고 간 극장안엔 아무도 없었다.
"몰랐지? 오늘 통째로 전세 냈어."
우리는 신발을 벗고 다리를 앞 의자에 쭉 뻗었다.
화면에는 공교롭게도 막 극장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었다.
잠시 뒤 사람들이 들어와서 얼른 내렸지만.^^
블록버스트급 헐리우드 영화들이 연말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속에
20대에서 60대의 예쁘고 기센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실제 그들 삶과 기획된 의도 사이를
너스레 떠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보여 주는 영화 '여배우들'.
크리스마스 이브에 패션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각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데,
재미있게도 연령과 현재의 위상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다르다.
너무 일찍 도착한 윤여정이 스스로 쪽 팔려 설레발 치는 모습을 보면 나이는 벼슬도 아니다.
일찌감치 도착해 지하 주차장 차 안에 숨어서 들어가는 사람 하나하나 체크하며 적절한 시간 재는
최연소 김옥빈의 심리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미모와 인기를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비아냥거리고, 진실을 가장한 의도를 내 보이며
팽팽하게 대결하는 그들을 보며 여배우, 아니 여자, 아니 인간 심리의 저변에 흐르는 본성이 짚혔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현정을 좋아하는데(웃는 표정이 좋아서) 주홍글씨같은 자신의 이혼 이야기를 하며 눈물 지을 때 대한민국에서 여자, 혹은 여배우로 살아가는 고달픔에 공감이 갔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마는 화려해 뵈는 여배우 인생 이면의 고통과 외로움 엿볼 수 있달까.
이목구비 선명한 만큼 성격도 명확해 보이는 이미숙의 흰머리카락은 특히 아름다웠다.
삼십대 중반쯤, 각자 마음 속 트라우마에 대해 울며 털어놓은 뒤 절친해진 몇 사람이 내게 있다.
모든 것 공개해 버렸기에 너무나 진진해진 사이가 된 우리들처럼은 아니어도,
미모와 인기의 불꽃 튀는 경쟁속에 사는 그들은 그 시간 이후 조금은 특별한 관계가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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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꼭 저런 내밀한 이야기는 아니어도 여성들의 짧막한 수다에 익숙해져가는 요즘입니다.
트윗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동종업의 여선생님들 중에서 다양한 취미를 가진 분들과
뒤섞이게 됩니다.직접 대화나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들끼리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 셈인데.....
반개방공간인데도 솔직한 자기이야기가 오가고 나면 잔잔한 소음 이후의 절친감이....
그런데 남자들끼리 혹은 남자들은 잘 그러지 않아요.. 자신의 솔직함보다 괜찮은 능력과
생각을 화려하게 드러내죠. 세상의 수컷 모양새처럼...
여성들도 물론 그런면이 강하겠지만, 아마도 40중후반-50초가 되어 몹시 솔직해지는 듯..
잠시 새로운 상품 안 보이는 가게 괜히 마음 쓰여 저 발칙한 사진까지 첨부된 글 올렸다가 곧장 내릴려 했는데......속얘기 잘 안하는 남자의 속성이 수명과도 관련있지 않을까요? 들숨 다음 날숨처럼, 들인 마큼 내 놓는 것이 건강하고 자연스런 생명현상이라는 생각이......
어떤 산이 좋은 산이었냐고 누가 물으면 서슴없이 대답한다.
"그야 좋은 사람과 함께 간 산이 좋은 산이지.".............^^
이젠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그동안 구축해 논 "관계"에 대한 적금이 없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좀 미리 부금이라도 들어 놀걸..^^
도반은 근자에 마트-카트를 끌고 있는것 같은데 늦게 시작한 게 무섭다 아닝교~~ 히히
모든 관계와 인연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니, 또한 에스트로겐의 긍정성이 성과를 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