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는 17일 기존의 대러 제재조치에서 식료품 등 농업 분야 일부와 임상 실험에 관한 부분은 철회했다. 유럽 연합(EU)은 1~9차 대러 제재조치의 허점을 막는데 주안점을 둔 10차 제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네프로 아파트 붕괴의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 원인설을 주장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이 사퇴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이 끈질기게 주장하는 새로운 추가 동원 조치나 특수 군사작전의 변화 등에 관한 소문을 일축했다.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직에서 사임/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17일자/편집자
◇ '설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입' 전격 사임, 왜?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17일 사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을 대변하듯, 온갖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해온 아레스토비치는 페이스북을 통해 "(드네프로 아파트 붕괴) 희생자와 유족, 드니프로 주민, 그리고 러시아 미사일이 아파트 건물을 공격한 이유에 대한 나의 성급한 추론으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러시아군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이후, 그는 유튜브에서 뜻밖의 주장을 펼쳤다. 러시아에 대해 각을 세웠던 기존 태도와는 달랐다. "러시아 미사일이 아파트를 직접 타격한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에 맞은 뒤 아파트 단지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방공 미사일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공군과 피해 지역 행정책임자인 드네프로 시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방공미사일 격추설과 그 근거를 설명하는 아레스토비치(오른쪽)/현지 매체 영상 캡처
아레스토비치는 일부 세력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방공 미사일 격추 뒤 추락설'을 계속 우겼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 국민의 분노의 물결에 밀려 전날(16일) 밤 자신의 주장을 "실수"라며 한 발 물러섰고, 이날 사임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는 17일 그의 사임을 전하면서 "그의 주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직접 지시에 따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그의 발언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어 전국민적 분노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러시아 측은 주거 건물을 공격하지 않으며, 미사일이 방공미사일에 격추될 경우, 주거 건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전날 "러시아는 주거 건물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서도 '자국 책임론' 발언이 있었다"고 아레스토비치의 주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붕괴된 드네프로 아파트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는 구조대원들/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스트라나.ua는 아레스토비치가 자신의 정치 경력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을 겨냥한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가 남동부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을 의식해 러시아어 사용을 반복해서 지지하고, 러시아 문화의 말살 정책에 반대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 중에 그가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없다. 또 현 정권이 젤렌스키 대통령만으로도 표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그를 내세워) 정당을 또 만든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이번 설화로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서 일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스트라나.ua가 주목한 것은 아레스토비치의 사임 후 발언이다. 그는 "이전에는 사임(2022년 1월 17일) 한 지 한 달 반만에 전쟁이 발발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했다. "이번에는?"이란 지적에 "이번에는 평화가 시작될 지도 모르는데, 뭘 걱정해?"라고 대꾸했다. 이 매체는 "지금까지 누구도 그렇게 빨리, 즉 한 달 반 만에 평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많은 1급 정보를 가진 대통령실 고문이라는 점을 의식한,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2023~2026년 군의 대규모 개혁을 예고/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 러시아 국방부는 현재 115만 명인 군 병력 규모를 150만 명으로 늘리기로 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17일 군 고위 지도부와의 회의에서 병력 규모의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 뒤 병력 증강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군 조직의 변화와 행정 개혁 등이 추진되면서 군이 중요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쇼이구 장관이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에게 "계약 전투병력(직업 군인) 69만5천 명을 포함해 전체 군 병력 규모를 150만 명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면서, 러시아군은 또다시 병력 증강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개정된 대통령령에 따라 올해부터 징집병과 계약병을 합친 군 병력 규모를 기존 101만 명에서 115만 명으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 푸틴 대통령은 고위 경제관료들과의 회의에서 "지난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2.5%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뿐만 아니라 일부 국내 전문가들도 10~15%, 일부는 20%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으나 모두 빗나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러시아의 가스 생산량이 전년보다 11.8% 줄었으나 국제 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스 기업들의 수익은 늘었다고 말했다. 또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석유 생산량은 약 2% 증가했다고 밝혔다.
-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세계 경제의 3대 위험 요소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고금리를 꼽았다. IMF는 "전쟁이 계속되는 한, 소비자와 기업 모두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인플레이션으로 가계 실질 소득은 줄어들 것이고, 고금리는 세계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격전 끝에 도네츠크주(州) 솔레다르를 장악한 러시아군은 또다른 도시 '마리인카'의 함락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푸쉴린 DPR(도네츠크인민공화국) 주지사가 주장했다. 그는 마리인카의 고층 건물에 포진한 우크라이나군을 제거했으며, 조만간 도시 전체가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마리인카 건물들/영상 캡처
친러 세르비아인 용병들의 훈련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 알렉산다르 비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러시아 민간 군사 단체 '와그너 그룹'이 세르비아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데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며, 세르비아인 용병 모집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베오그라드 TV 채널과 인터뷰에서 세르비아어로 와그너 용병 모집 광고를 낸 러시아 사이트를 비난하고,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 왜 세르비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하느냐"고 나무랐다.
-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희생당한 민간인이 지금까지 9천 명이 넘는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에 의해 453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9천여 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며 "지금까지 러시아가 저지른 8만여 건의 전쟁범죄를 파악했으며, 각각의 범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16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7천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