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백병원보>-http://www.paik.ac.kr/main.html에서
우리집 벽에도 담쟁이가 있습니다.
봄에는 생기를,
여름에는 활기를,
가을에는 단풍으로 윤기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잎새>라는 오 헨리의 단편에서 "희망"을
얘기하나 봅니다.
서홍관(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시인) 님의 해설까지 보태겠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벽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 것도 벽이요, 지역감정으로 얼룩진 선거판도 벽이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끼리 대결하는 노동운동이 벽이요, 미국과 이슬람세계가 대결하는 것도 벽이요,
종교 간에 화합하지 못하는 것도 벽이다. 그러나 그런 절망의 벽을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 담쟁이가 넘어간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손을 잡고 넘어 간다.
시멘트벽에 비하면 한없이 약하게 보이는 담쟁이잎의 승리다. 그리고 담쟁이잎을 보면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도종환의 승리다.>>
첫댓글담쟁이 말씀하시니 예전 왕언니 댁에 방문한 생각이 납니다. 황토 흙집에 곱게 세가닥 담쟁이를 붙여 놓고서 손을 이끌어 꼭 보고 가라시던...황토집에 담쟁이는 특히 멋스러울 것 같은 부러움의 그 시간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담쟁이가 벽에 손상을 주지는 않던가요? 항상 그것이 의문이었는데....
첫댓글 담쟁이 말씀하시니 예전 왕언니 댁에 방문한 생각이 납니다. 황토 흙집에 곱게 세가닥 담쟁이를 붙여 놓고서 손을 이끌어 꼭 보고 가라시던...황토집에 담쟁이는 특히 멋스러울 것 같은 부러움의 그 시간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담쟁이가 벽에 손상을 주지는 않던가요? 항상 그것이 의문이었는데....
도 종환 시인은 담쟁이를 그런 눈으로 보았군요,,,,모든 사물은 보는 사람에 달렸단 생각과, 할수있으면 우리 모두가 그런 눈으로 바라볼수 있기를 기대 합니다,,,노력 해 보겠습니다,,^^**
겨울바람 님! 모두가 그리워하는 왕언니 말씀인가봐요? 황토 흙집의 담쟁이.... 그림 찾다가 꼬리글이 늦었습니다. 단풍든 담쟁이랑 찾으면 그림 올려볼게요! 벽 손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피해가 있다는 말도 듣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