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숙환 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호적상 1934년생으로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고인의 실제 출생일은 1933년 12월 29일이다.
호적을 1년 늦게 올리게 된 것은 연말에 태어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두 살을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는 걸
안타까워하신 아버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정치인,
사회기관단체 인이자 관료로서 노태우 정권에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 으며
소설가, 시인이자 수필에 희곡까지 써낸 작가이며 학자이다.
부여고, 서울대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학사 과정,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단국대 국어국 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교단의 출발은 경기고 교사였다.
이후 단국대 국어국문학과 전임강사,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1955년 서울대 재학 시절 학예부장 인 고인은 문리대 학보에
'이상론'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상은 작가보다는 미친 사람으로 취급 받을 때,
난해 한 이상 작품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풀어가는 솜씨를 보여
새로운 관점을 지녔다고 판단한 문학계 쪽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느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기성 문단에 대한 의견을 밝힐 기회가 생기자
아주 혹독하게 비난을 퍼 부었다.
그 일이 소문나자 당시 한국일보 문화부장인 한운사의
귀에 닿게 되었다.
작가 한운사는 22살의 대학교 2학년생인 이어령에게
그 발언의 요지에 관한 글을 신문에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령이 이를 받아들여 써낸 글이 '우상의 파괴'로
이어령의 정식 데뷔작이 되었다.
그가 한국 문단에 등장하여
이후 문단 원로들과 기성세대의 권위 의식을 비난하며
수많은 문학계 거물들과 논쟁했다.
저항 문학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1963년 경향신문에 에세이를 연재하였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연재할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 을뿐만 아니라 그해 단행본으로 나오면서
1년 동안 국내에 서만 10 만 부가 나가고
해외에서도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된 진기록을 세웠다.
이 에세이는 지금도 한국인의 특성을
독창적인 관점으로 집어낸 명저로 꼽힌다.
1982년 '축소지향 일본인'은 내가 공감하면서 읽은 책으로
8년간 일본 관련 책들을 읽고 자료를 수집해 낸 책이다.
또한 1년간 동경대에서 연구 생활을 하여
출간된 이 책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됬고
각종 언론과 강연의 초청을 받게 된다.
한국인이 쓴 책으로는 일본에서 최초로 베스트 셀러에 오른 책이다.
그외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
'생각 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 6),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많은 저서를 냈다.
고인은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저서 집필에 마지막 힘을 쏟았다.
12 권으로 계획한 시리즈 중 지난해 2월 첫 권인
'너 어디 에서 왔니'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하면서
자신은 '이야기꾼'이라고 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하였다.
지난 10월 노태우 전 대통 령이 사망하자
조시(弔詩)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로 추모하였다.
미국에서 검사와 변호사 활동하다 목사가 된
딸 이민아 씨 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손자의 질병 등을 겪으면서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민아(1959년~2012년) 씨는 정치인 김 한길의 전 부인이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교수다.
대부분 별세 소식 기사에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으로
나오는데 유감이다.
장관은 잠시했고 고인은 교수나 작가로 반평생 일을 했다.
문학계의 별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추모하여 모셔온글)
첫댓글 이어령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젊은 시절 이어령선생님의 엣세이집 "흙속에 저 바람 속에"와 "축소 지향 일본인"을 구입해 읽으며 상당한 감명을 받았었지요. 유작이 된 '헌텅딘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에서 몇 편의 시를 보며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심정이 내 일인양 고스란히 아픔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혹시 녀냐 /그리워서 왔느냐 /왜 문만 흔들고 가니/ 헌틴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전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 길이 거기 있을까 /........구구절절이 딸을 그리워 하는 아버지의 슬픔에 감슴이 에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