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벽
국민 배우로 알려진 박신양이 화가로 변신했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했다. 평택에 아트 센터를 마련하여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며 전시관에는 그의 작품 ‘제4의 벽’이 전시되고 있다. 제4의 벽은 연극 밖의 현실 세계와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극 중 세계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의미한다.
그는 배우직을 내려놓고 10여 동안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배우로서 유명세를 알린 만큼이나 그의 작품도 호평받고 있다. 연일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작품 활동을 하는 그를 직접 볼 수 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그린 1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 중에는 당나귀와 사과에 대한 그림이 많다. 당나귀와 사과를 소재로 내적 잠재된 그리움과 아픔을 추상적으로 표출하였다. 그런 소재는 어떻게 얻었을까? 예술 작가들은 어떤 소재를 어떻게 품어 내는가에 심사숙고하여 미학적 가치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당나귀는 그의 아버지 삶을 통해서 얻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당나귀처럼 묵묵히 짐을 나르며 일을 하셨다고 한다. 나귀는 낮은 자세로 남을 위해 묵묵히 짐을 나르는 짐꾼이다. 그도 다시 태어나면 나귀와 같은 남을 위한 짐꾼이기를 바란다며 아버지와 당나귀가 그의 내면에 중첩되어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한 전시 코너에는 사과를 소재로 한 작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는 한때 삶의 고뇌를 느끼면서 한 성직자를 찾았다고 한다. 안동 교구장을 지낸 두봉 신부님을 찾아서 그분의 삶에 대한 철학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20대에 신부가 되어 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지금은 100세를 바라보는 성직자이다.
70년을 한국에 살면서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를 함께하신 분이시다. 그의 삶의 태도는 어려운 한국의 사정이었지만, 사람들은 좋았다며 사람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을 실천하신 분이다. 환담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주교님은 사과 두 개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고 한다. 그 사과를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고 하며 오래 두면 썩는다는 생각에 그림을 그리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술회했다.
무대의 배우가 자기의 연기를 통해서 시청자가 어떻게 생각하여 받아드리며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주력하듯 그림도 작가의 내적 표현을 통해서 보는 이에게 어떤 미학적 영감을 주느냐에 작품의 생명이 달려있다. 그는 연극배우와 그림 작가의 세계를 넘나들며 벽을 허물고 있으며, 좋은 작품이 있으면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문학이나 미술, 음악의 예술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가치를 두고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하여 작가가 고뇌하여 그려내는 메시지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며 그로 말미암아 심미적 변화를 일으켜 좋은 삶으로 이끌며 미학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