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씩 매스컴 출연 제안을 받습니다.
특히 사회가 어려울 때, 경제가 힘들 때, 겨울철이 다가올 때 제안 횟수가 많아집니다.
예전엔 TV에 나오는 걸 꺼렸습니다.
담당 작가가 전화하면 일부러 피했고 거절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랬더니 그때부터 제안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한 달 전에도 TV조선에서 취재오기로 했는데 내부사정으로 취소됐습니다.
JTBC에서 무료급식소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너무 순진했고 착각했던 게 있습니다.
약속 당일 카메라와 마이크만 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리포터의 위치와 구조, 심지어 대본까지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 내방했습니다.
질문까지 달달 외우고 왔습니다.
기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똑똑해야 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메인뉴스 2~3분을 채우기 위해 많은 사람의 수고와 땀이 들어갔음을 깨달았습니다.
취재 중 이용자에게 질문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밖에서 줄 서 있는 이용자 중 한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선생님, 여기 자주 이용하세요?”
“네, 매일 합니다.”
“무료급식소 밥 맛있나요?”
“그럼요. 맛있습니다. 집밥처럼 맛있게 잘 나와요.”
“만약 여기가 문을 닫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굶어야죠. 굶을 수밖에 없어요.”
모든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실제로 이대로 방송이 송출됐습니다.
그날 저녁 이 뉴스에 댓글이 달렸습니다.
긍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무료급식소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무료급식소가 문닫으면 ‘굶어야죠’라고 대답하는 게 맞나? 어떻게 그렇게 쉽게 대답할 수 있나? 정신상태가 안됐다. 분명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이지 “세상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 또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은 갑자기 뇌출혈이 와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손도 말려있고, 걷는 것도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
조금만 추워도 혈액순환이 안돼 마비된 손을 주물러줘야 하는 사람,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사람임을 내가 증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단지 말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기에 인터뷰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묻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을 겁니다. 결코 생각없이 답한 게 아닙니다.
NG도 났고 연습도 했습니다.
과연 이 모든 내막을 알았어도 그렇게 댓글을 달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듭니다.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호의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며 비관적인 사람도 존재합니다.
아무리 선행을 해도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오해하고 왜곡하고 곡해하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그런 시선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