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다 폭염과 폭우속 냉탕 온탕같은 날씨가 겹치면서 벌레들의 출몰이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모기의 경우 개체수도 늘었고 성향도 더욱 고약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서울에서는 양천구에서 처음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는 등 올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늘면서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주로 경기 북동부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이었지만 기후 환경탓에 이제 서울로까지 급확장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특히 올해는 봄철에 비도 많이 오고 기온이 빠르게 상승을 하다보니 모기 서식처들이 많이 형성하게 되고 밀도 자체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녁때 산책을 하거나 집밖에서 식사나 휴식을 취할 경우 모기가 엄청나게 많이 달려듭니다. 밤에 불을 밝히면 모기와 나방들이 무섭게 날라들어옵니다. 부나방들입니다. 부나방은 나비목 태극나방과의 곤충입니다. 불나방이라고도 합니다. 이것들은 불만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본성이 있습니다. 불에 타 죽더라도 그냥 날라옵니다. 부나방을 보면서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투기 부나방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한국은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압축성장국입니다. 압축성장의 순기능 역기능을 논할 필요도 없이 압축성장으로 지금 세계 10위권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그 요상한 급가속으로 야기된 대표적인 역기능이 바로 극심한 투기입니다. 투기를 하는 인간들의 심리학적 분석은 바로 불안함과 조급함입니다. 다들 투기에 나서는 것같고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 말입니다. 뭔가 조그마한 자극에도 금방 반응합니다. 여름철 부나방과 다를 것이 전혀 없습니다.
고물가에 고금리에 온 나라가 시달려도 일부 혹세무민하는 찌라시같은 언론 논조에 휩쓸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투기에 나섭니다. 요즘 인터넷 뉴스에 부동산관련 보도가 잇따릅니다. 일부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조심하라는 경고성 보도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부나방들을 자극하는 그런 기사 일색입니다. 바닥을 쳤다느니 서울 강남지역은 급등세라니 그동안 부진했던 미분양 아파트가 완판이라는 등 부나방들이 달려들게 하는 보도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부동산 기사는 예전부터 침소봉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문 투기꾼들의 농간같은 부동산 거래에도 엄청난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런 기사는 처음에는 또 난리를 치우는구나라고 치부하다가도 몇번 되풀이해서 보면 갑자기 뭔가 불안한 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뭐야 다들 아파트 사려 난리인데 나만 바보가 되는 것인가, 또 부동산 난민이 되는 것인가, 또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것인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때부터 뇌의 정상적인 판단이 사라집니다. 바로 눈앞에 수많은 돈들이 왔다갔다합니다. 결심을 내립니다.이런 호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말입니다. 그래서 은행으로 지인들들에게 달려갑니다. 이래서 영끌족들이 또 탄생하는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위치가 정말 좋거나 사두어도 손해볼 것이 없는 지역의 경우 꾸준한 수요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아주 적습니다. 그리고 이미 소문이 많이 나서 오를데로 올랐습니다. 지금 뛰어들면 손해볼 것이 명확합니다. 마치 불속으로 접근하면 타 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투기를 하는 것을 뭐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돈 가지고 자기가 사용하겠다는 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자신만 부나방이 되면 되지 왜 주변사람들까지 같이 몰고가서 파멸을 야기시키는 것인지 그 심보를 이해랄 수가 없습니까. 그렇게 수익이 좋으면 기레기 아저씨 아줌마가 모두 사서 대대손손 부를 축척하면서 떵떵 거리고 살면되지 왜 세상물정 잘 모르는 주변인들을 현혹에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공식적인 통계로 본 한국의 경제는 상황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카더라 통계가 아닌 공식적인 통계 말입니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재정적자의 위험성은 이제 뉴스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악조건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웃들인 자영업자의 현실은 그야말로 절벽입니다. 지난해 가게 문을 닫겠다고 신고한 자영업자가 1백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관련 통계 집계이후 가장 많을 숫자입니다. 코로나 이후 정부 지원금으로 어렵게 버텨오던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와 물가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예전같은 그런 금리 인하가 아닙니다. 그냥 약간 하는 둥 마는 둥하는 조처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현혹되면 당합니다.
지금 이웃들은 경제 태풍과 폭우속에 허덕이고 있는데 혼자서 강물에 떠내려온 수석을 흥겹게 줍고 있거나 혼자 낚시에 여념이 없는 철부지 인간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곧 밀려내려오는 강물에 떠내겨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지금은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 마음의 각오를 하고 준비하는 시기이지 불속에 뛰어드는 시점이 아닙니다. 자신을 위해서 또 사회와 나라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7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