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인의 상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좋은 사위에 대한 이미지가 변해왔듯이 좋은 아내에 대한 상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 같다. 전에는 수더분하면서도 알뜰하게 살림하는 아내를 최고로 쳤다면, 오늘날에는 남편과 함께 뛸 수 있는 아내를 더 쳐주는 듯하다. 그리하여 남녀가 사귈 때, 자기는 자녀를 낳아 양육에 온 힘을 쏟았으면 한다고 여자가 말하면 남자가 슬금슬금 도망친다고 한다. 그런 식의 고전적인 여성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여자를 더 원하기 때문이란다. 즉 남자 혼자서 생활비를 감당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자들은 인제 어디 숨을 데도 없다. 전에는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자의든 타의든 경력단절을 하면서 육아에 전념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출산율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를 돌봐주는 다양한 제도적 편의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여성들이 마음만 먹으면 일을 지속하는 게 가능하단다.
얼마 전 부부가 나를 찾아와 하소연했다. 부인이 말하기를, 아들을 낳아 키우느라 직장을 그만둔 지 10여 년이나 되었는데 남편이 자꾸 직업을 구하라고 압박한단다. 살림만 하던 자기가 인제 와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옆에 앉아있는 남편을 야속한 듯이 쳐다보았다. 이에 대해 남편은 고급스러운 직종이 아니더라도 여자들은 얼마든지 일할 데가 많은데, 아내가 크게 할 일도 없는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게 싫다고 했다. 이런 말에 집안에 할 일이 한둘이 아니라고 말하며 남편이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여자가 반박했다. 그러자 남편이 기다렸다는 듯이 식기세척기도 있고, 로봇청소기도 있고, 세탁물 건조기도 있어 많은 것이 해결되는데 무슨 일이 많다는 거냐고 받아치는 게 아닌가.
그들의 대화를 듣던 나는 민망한 나머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부부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치고 너무 야박하고 빡빡했던 탓이다. 한때는 남편이 아내가 직장에 다니는 것을 싫어해 여자가 바깥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이것저것 하느라고 힘들어하던 때도 있었다. 주부로만 지냈다가는 밥순이로 전락하는 것 같아 가정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여성들이 극구 사회생활을 하고자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아내가 집에 있기를 바라는 남편이 거의 없고 뭐든지 같이 하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청소기를 돌리는 것은 물론 설거지나 빨래를 남자인 자기가 감당할 테니, 아내에게 경제활동을 해 집안 경제에 보태라는 식이다.
또 다른 부부의 갈등 또한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도 전체적인 틀에서는 비슷했다. 남편이 자동차 사고를 내는 바람에 구속이 되어 아무런 일도 못 하게 되었는데, 그 수습을 도맡아야 할 아내가 속수무책으로 울기만 하였단다. 이러한 부인의 태도를 지켜보던 측근 사람이 그만 속이 터져 대신 수습해주느라 동분서주하였다. 배우자인 부인이 앞장서야 할 일을 다른 사람이 해준 것이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그 남편은 그동안 참았던 답답함이 폭발했는지 소리 내어 꺽꺽 울었다고 한다. 평소 아내가 주변머리 없이 굴었어도 꾹꾹 참고 살았단다. 그렇더라도 배우자인 남편이 영어의 몸이 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들고 뛰는 몸짓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런 순간에도 요량 없이 울기만 하는 그런 여자와 평생을 함께 할 생각을 하면 막막한 나머지 도망치고 싶단다. 이런 남편의 말에 누구는 그러고 싶어 그러냐는 식으로 그 아내는 눈물을 주룩주룩 쏟는데, 이러한 아내를 바라보던 나는 순간적으로 싫증이 엄습해 잠시 눈을 감았다. 주변머리가 너무 없어도 죄가 된다는 생각을 금하기 어려웠다.
비단 이런 두 가지 예화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여성들이 빠릿빠릿하게 굴지 못하면 남편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전에는 여자들이 결혼 후 육아를 핑계로 자신의 경쟁력 부족을 숨길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 지출이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남자가 대단한 능력자가 아닌 한 여성도 동반자로서 함께 경정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현대사회가 여성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허용하는 좋은 사회라고 하지만, 그 못지않게 여성을 고달프게 하는 사회인 것도 같다. 남자가 아무리 집안일을 돕는다고 해도 가정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사람은 여성이다. 여성의 섬세한 손길이 닿지 않고서는 엉성하기 그지없으므로 아무래도 가정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여성이다. 거기다 인구감소로 국방의 의무를 위해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할지 모른다니. 그런데다 남자 못지않게 억세게 경제활동도 해야 하고….
아무튼 여성들이 여러모로 다부지지 않으면 설 곳이 없는 게 현대사회다. 그래서 묵직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더는 피할 곳이 없어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단순함에 도리어 시원하기도 하다. 이제 약한 여자라고 어디 기대거나 숨을 데도 없다는 것이다.
첫댓글 House Keeper 만 하는 여자 무능한 여자??
Super Woman 이 되어야 겠네요.^^^
점점 여성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 장성숙 선생님!
맞습니다.
여성도
아내 + 경제 할동 =현모양초양처 인
세상 입니다.
옛날 우리 시절엔 여자는 집에서 남편 잘되게 하려면 안에서 내조만 잘하라고 하
였지만 지금은 세상이 확 바뀌었어요.
우리 후배들 보면 각자 자기일들을 하며 함께 가정을 화목 단란하게하며
아이들도
함께 활동하는 부모들을 아주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래요. 점점 수퍼우면이 되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래야 자녀들도 부모를 존중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시대가 참 많이 변했습니다. 요즈엔 살림남들이 늘어나는 것도 그렇고, 아내가 원드우맨처럼 되어 주기를 바라고 아내 뒤에 숨는 남편도 많은 걸 보면 말입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 인권을 지나치게 내세우고 목소리도 커져서 정치권까지 진출하여 떠드는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남자의 갈빗대로 만든 여자의 위치는 "그 곁에 서 돕는자"
즉 "여편네"로 지어졌으니 남편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옆지기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네..그렇지요.^^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그렇게 여성이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하면 너무 구식으로 취급합니다. ㅎ ㅎ ㅎ
겸손과 활동하는 것은
다른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활동하면서도 얼마든지 겸손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욕심 안부리고 활동하는데 누가 뭐랄사람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분수지키며 각자 활동하는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