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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헬렌 조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https://www.facebook.com/femiforeveryone/posts/988051107910169
1부 <젠더화, 젠더권력을 모른다면 필독!>
(원출처) https://www.facebook.com/femiforeveryone/posts/985499338165346
(여시)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1333107
2부 <'잠재적 가해자'는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야! 알고 싶다면 필독!>
(원출처) https://www.facebook.com/femiforeveryone/posts/988013251247288 <페북의 삭제조치 후 재업>
(여시)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1334456
- 에휴......
- 웬 한숨이세요?
- 오늘 강남역 10번 출구에 갔었거든요. 거기서 추모 글귀 적힌 포스트잇 쭉 보고 있는데, 웬 마스크 쓴 남성이 나타나더니 “남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를 외치고 도망갔어요. 주변에서는 일베 회원이라고들 하던데요.
- 추모 장소에서 그따위 짓거리 하는 거 자체가 범죄에 가까운 행위라는 점에서 볼 때, 오히려 솔직한 녀석들이죠. 걔들은 이미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 현재적 범죄자니까요. 손뼉이라도 쳐 주지 그러셨어요?
- 그 일베 놈 때문에 가뜩이나 마음이 안 좋았는데, 저녁에 만난 친구들이랑 말다툼도 좀 있었어요. 걔들은 하나같이......
- 잠깐만요. 제가 맞춰 볼까요? 페미니즘이고 여성운동이고 다 좋은데, 왜 죄 없는 남성들까지 일반화를 하려 드는지 모르겠다고 했겠죠?
- 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해요. 아니, 이해를 안 하려고 드는 걸까요? 젠더라는 개념이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젠더에 내재된 가해성은 개개인에 대한 낙인찍기와는 전혀 다르다고 입이 아프도록 설명해도 친구 놈들은 결국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 ‘그것도 결국 일반화다’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나더라고요. 결국 성질이 나서 그냥 박차고 나와 버렸어요.
- 당연하죠. 그걸 그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젠더를 이해하고 젠더를 둘러싼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남성의 입장에선 그때까지 믿어 온 세계 전체를 뒤집어엎고 깨부숴야 가능한 일이에요.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그동안 막연하게 겪어 온 일들을 보다 정교하게 더듬고 외부로 확장하는 작업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은 그냥 신세계라고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세상이 전부 다 가짜라는 사실을 벼락 맞듯 깨닫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남성들의 페미니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고작 몇 시간짜리 술자리 대화로는 어림도 없죠. 사람에 따라서는 몇 십 년이 걸려도 될까 말까 한 일이에요.
- 그렇다고 해서 걔들을 그렇게 살도록 놔 둘 수는 없잖아요?
-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도록 바꿀 수도 없죠.
- 그러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건가요?
- 무엇을 하고 싶으신데요?
- 음... 저는 우선 제 주변 사람들이라도 이번 여성혐오 살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제겐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극적으로 표출된,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형상화된 사건으로 보이거든요.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가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가 앞으로 오랫동안 여성혐오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가 결정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생존권을 부르짖는 여성들은 고립될 것이 뻔하고 이번 사건은 잊힐 것이며 남성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겠죠.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자극받은 남성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전보다 여성을 더 잔인하게 깔아뭉갤 테고요. 말하자면 최악으로 치닫는 거죠.
- 최악?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여성들에게 상황은 언제나 최악이었어요. 차별을 말하면 군대 얘기가 돌아왔고, 폭력을 말하면 아랍권 여성보단 낫지 않느냐는 소리가 돌아왔죠. 이제는 죽이지 말라고, 제발 좀 살려달라고 말해도 남성들은 고작 ‘일반화’하지 말라는 소리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요. 여기서 어떻게 더 최악이 되죠? 인도에서처럼 ‘명예 살인’이라도 당해야 하나요? 할례도 당하고 전족도 당하고 일부다처제로 살아야 하나요? 아니면 날마다 몽둥이 찜질이라도 당해야 하나요?
- ......
- 제가 보기엔 성폭력범이나 일반화 어쩌고 지껄이는 놈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여성과 남성이 함께 고민해 보자는 말은 전혀 없이 무조건 ‘나는 잘못이 없다’고 외쳐 대는 꼴이니까요. 거기엔 ‘아직’이라는 말이 생략돼 있어요. ‘나는 아직 잘못이 없다.’ 걔들은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아요. 자기네들은 달라지고 싶지 않으니까. 하던 대로 계속 여성들 무시하고 깔보고 섹스 인형으로 보고 조롱하고 혐오하고 싶으니까. 마스크 쓴 일베 놈들 들고 나온 피켓 보셨죠? ‘친하게 지내요.’ ‘남성과 여성은 평등합니다.’ 걔들이 여성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이 뭐겠어요? 일베들이 게시판에서 여성을 어떻게 다루죠? 결국 걔들은 상황이 여기서 조금도 변하지 말기를 바라는 거예요.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는 선언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다른 건 뭉뚱그려 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구체적인 사과와 개선 방안, 앞으로의 실천이 없는 선언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저열한 자기변호이자 선전 수단일 뿐이에요. 궁금하지 않아요? 과연 일베가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어떻게 구현할지?
- 저도 같은 남자지만 이해가 안 갔어요.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는 건 책 속에나 나오는 얘기일 뿐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건 조금만 세상을 들여다보면 금방 보이잖아요? 툭하면 군대 얘기나 하고. 군대 경험이 힘들고 더러운 건 저도 다녀왔으니 잘 아는데요. 군대를 다녀온 것에 대한 보상을 왜 국가가 아니라 여성에게서 받으려고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남자는 군대 다녀오니 여성은 이 정도는 참고 양보해도 된다’. 결국 이 얘긴데. 얼마 전에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방산비리를 비판하는 집회도 열었잖아요.
- 그 집회의 핵심은 방산비리 척결이 아니었죠. ‘왜 한국 사회와 여성들은 군필자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는가?’ 이게 핵심이었어요. 그들이 분노하는 건 ‘군대 내 인권 침해’와 ‘징병제의 근간인 분단 체제’가 아니었어요. 정부와 국방부가 손발을 맞춰 저지른 방산비리의 구조적 원인을 짚은 것도 아니었어요. 예비군 처우는 열악하고, 사는 건 힘들어 죽겠는데 떼 쓸 사람은 없고, 정부랑 국방부는 무서워 감히 못 건드리겠고, 그러다 보니 만만한 게 여성들이 된 거죠. 그래서 결국 집회에서 군 가산점 얘기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생각해 보면 참 우습잖아요? 걔들은 동성애가 싫다고 아우성치며 거리에서 난동부리는 종교 단체 사람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어요.
- 대체 왜들 그럴까요?
-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는 건 역사적으로 굉장히 흔한 일이었어요. 그게 가장 쉽고 간편하니까.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치열하게 싸울 필요가 없으니까.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데엔 새로운 고민이나 각오가 전혀 필요하지 않죠. 그저 일상의 연장선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약자가 강자를 공격하려면 정교한 고민과 함께 자신의 목숨까지 걸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하죠. 역사상 모든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요. 일베는 그저 가장 쉽고 편한 길을 택했을 뿐이에요. 게시판에서 보이는 행태와 비슷하죠. 그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고이는 더러운 생각들을 결코 검열하지도 않고 성찰하지도 않아요. 그게 가장 쉽고 간편하니까. 고민이 필요 없으니까.
- 일베든 아니든 남성들이 군대에 그렇게까지 얽매이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해요. 세상의 다른 부조리들은 눈 딱 감고 무시하면서 자신이 다녀온 군대엔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니까요. 저한테 군대는 그저 안 좋은 기억일 뿐인데 말이죠.
- 군입대를 인권침해나 착취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의무와 보상의 문제로 생각해 버리면 일베들처럼 멍청해질 수 있죠. 동북아시아 정세와 분단 체제와도 관련이 있지만 그렇게 멍청한 놈들이 거기까지는 알 리가 없고요. 한국은 분단국가다. 따라서 군대는 필요하다. 한국의 군대는 남자만 징병한다. 그래서 불공평하다.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 이런 단순한 생각인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걔들은 분단체제의 주범인 남북한 정권과 서양 열강들은 건드릴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자신들이 개고생한 책임을 만만한 여성들에게만 돌리고 있는 거예요. ‘왜 군대를 남자만 가야 하는가?’에서 ‘왜 군대를 가야 하는가?’로 물음이 바뀌지 않는 한 걔들의 멍청한 짓거리는 계속되겠죠. 정부와 국방부의 꼭두각시들.
- 그래서 더 고민이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제 친구들을 비롯한 이 세상 남성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 저도 아까 말씀드렸지만, 그건 몹시 힘들어요.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여성혐오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길이가 맞먹죠. 거기에 비하면 페미니즘의 역사는 찰나에 지나지 않아요. 지금까지 구축된 남성 중심의 사회 질서를 부수려면 그 질서가 구축되기까지의 시간이 똑같이 필요할 거예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약 300만 년 전쯤에 나왔으니까, 페미니즘 운동도 앞으로 300만 년쯤 하면 되겠네요.
-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 아뇨.
- 그러면 지금 여성들이 외치는 목소리들과, 또 제가 하는 고민들이 전부 다 의미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 아뇨. 의미가 없긴 왜 없어요? 다만 300만분의 일 정도의 노력이라도 해마다 이어지지 않으면, 그렇게 천천히 또박또박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 하지만 당장 급한 건 일반화니 뭐니 되풀이하는 저 멍청이들에게 대응하는 거라고요!
- 멍청하다는 표현은 아까 제가 썼지만, 농담이었고, 사실 그들은 멍청하지 않아요. 그들에게 페미니즘은 신세계일 거라고 얘기했잖아요. 이건 멍청하고 멍청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얼마큼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예요. 남성들 대부분은 아직 여성들의 삶에 공감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이 세상의 질서 자체가 남성의 시선으로 구석구석까지 구축되어 있는데 굳이 수고를 들여 여성의 삶에 공감할 필요가 어디 있겠어요? 그들이 일반화와 ‘젠더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도 그들에게 젠더가 뭔지 가르쳐 준 적이 없어서예요. 대신 이 세상은 그들에게 다른 걸 가르쳐 줬죠.
- 뭘 가르쳐 줬는데요?
-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법. 여성을 동등한 주체가 아닌 감상하거나 통제하거나 착취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법. 온 세상의 질서가 그렇게 짜여 있으니 남성은 성장하면서 저절로 그런 질서들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이란 곧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해요. 자기 자신이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혐오자’로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남성은 결코 여성의 삶에 공감할 수 없어요. 단순히 여성을 때리지 않는다고,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하지 않는다고, 몰카를 찍거나 보지 않는다고 여성혐오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인류의 역사와 맞먹는 기나긴 시간 동안 남성이라는 젠더에 축적된 여성혐오의 일상적인 기제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분명 내재되어 있을 그 기제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남성들은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없어요. 이게 바로 ‘젠더화’의 핵심이고 제가 남성들을 향한 ‘잠재적 범죄자’라는 표현을 버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요. 자신이 ‘잠재적 범죄자’인 남성 젠더에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남성들은 죽을 때까지 직간접적인 여성혐오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 문제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 막 설치고 난리 치고 떠들고 법석을 떠세요. 거리로 나가셔도 좋고요. 무슨 방법으로든 목소리를 내는 거예요. 요새 SNS 많이들 하잖아요?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보도록 기사를 자꾸 링크하셔도 좋고 직접 글을 쓰셔도 좋을 거예요.
- 하지만...
- 도무지 설득이 안 된다는 거죠? 하지만 이건 논리로 누굴 설득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시대 자체의 가치관에 균열을 내고 구멍을 뚫는 작업에 더 가까워요. 우리가 아무리 정교하고 날카롭게 논리를 만들어 들이민다고 해도 상대방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조금도 먹히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그냥 하고 싶은 말씀을 하세요. 누군가가 달려들어 논쟁을 걸면 맞받아 대응하시고요. 누군가는 정교한 이론을 만들고, 누군가는 인터넷 여성혐오꾼들과 맞장을 뜨고, 누군가는 거리로 나가 여성의 생존권을 외치고, 누군가는 애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주변 사람들과 치열하게 부딪치며 논쟁하고, 누군가는 여성단체에 후원을 하고, 누군가는 페미니즘 잡지를 정기구독하고, 누군가는 SNS의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페미니즘 책들을 찾아 읽고, 이렇게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이 달라져 있겠죠. 한 300만 년 뒤쯤?
- 그 말씀을 들으니 뭔가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한데, 너무 슬프기도 하네요.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니.
- 그래도 뭔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건 일베들 스스로가 증명해 줬잖아요. 여성을 한낱 섹스 인형으로만 다루던 놈들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자 더럭 겁이 났는지 ‘남성과 여성은 평등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어요. 물론 위선이나 다름이 없는 글귀지만 이게 어디예요. 일베가 여남 평등을 주장하다니. 일베가 준 교훈은 이거예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만 하면 일베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계속해서 설치고 떠들고 행동하자.
- 에휴...
- 그래도 한숨이에요?
- 제가 어제 친구들에게 뭐라고 말했냐 하면요.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누군가에게는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니까? 그건 나쁜 게 아니야. 자기 안에 있는 괴물과 밖에 있는 괴물을 두루 조심하면서 살자는 거야. 우리가 우리의 욕망을 100%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전지전능한 존재인가? 아니야. 여성들은 밤거리에서 우리를 마주치기만 해도 겁에 질린다고.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기만 해도 불쾌해한단 말이야. 여성들이 예민해서 그런 게 아냐. 여성들에겐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거라고. 여기 있는 우리가 아무리 착하게 산다고 해도 여성들의 그런 두려움을 뿌리 뽑을 순 없어. 그게 바로 젠더 차원의 가해성이라는 거야. 우리는 각자 개인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남성이라는 젠더로 묶이기도 해.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건 우리들 개인이 아니라 언제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젠더 그 자체라고. 그런데 젠더를 두려워하는 여성들 앞에 가서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느니 지껄이는 게 말이 되니? 얘들아. 이건 단순한 일반화가 아니야. 너희들 개개인을 범죄자로 여기겠다는 것도 아니야. 젠더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에 젠더를 부여하는 젠더화라고. 젠더라는 틀로 다시 세상을 보지 않으면 우리는 여성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오히려 저한테 화를 내더라고요. 그게 일반화가 아니면 뭐냐고. 왜 자꾸 남녀 성대결로 몰아가느냐고. 정신병자가 저지른 범죄니 정신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 고생이 많으셨군요. 어쩔 수 없어요. 거기까지가 딱 그들의 한계예요. 나만큼은 절대로 여성혐오자가 아니라는 생각. 내가 아니니 다른 남성들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 ‘젠더화’의 핵심은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구조를 보는 것이거든요. 젠더라는 역동적인 구조. 이 세상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며 구축되었다가, 해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었다가, 겹겹이 겹쳐지기도 하고, 희미해지기도 하는, 그런 젠더. 오히려 ‘일반화’를 하고 있는 건 바로 그들이에요. ‘모든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을 듣고서 그 ‘모든 남성’에 자신이 포함된다고 여기는 것이야말로, 즉 부분이 반드시 전체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일반화니까요. 그러나 젠더화는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상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젠더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역사’와 당대의 ‘현재성’을 아우르는 사회적 맥락이라 해야겠죠.
- ......
- 그들이 자꾸 일반화라는 말을 대단한 무기라도 되는 듯 꺼내 드는 이유는 그저 자기를 변호하기 위해서예요. 범죄자들을 자신과 분리하기 위해, 나만은 아니라고 항변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그들은 ‘잠재적 범죄자’라 명명된 ‘모든 남성’에 기꺼이 자기 자신도 포함시키고(1차 일반화가 되겠죠), ‘모든 남성이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범죄자가 아닌 어떤 남성들’을 상정하며(2차 일반화가 되겠고요),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규정지어요(이게 3차 일반화예요). 3차 일반화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죠. 자기 안에 있는 수많은 생각과 고민과 충동과 욕망들을 어쩜 그렇게 일반화해서 모두 결백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 그래야 ‘강자’라는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 있어서일까요?
- 맞아요. 그들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우월한 젠더 권력에 대해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지식으로서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이죠. 그래서 두려워하는 거예요. 권력에 상처가 날까 봐. 도덕적인 흠집이 나서 더는 남성으로 살아가는 기득권을 누리지 못하게 될까 봐. 여성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살고 싶어서거든요. 살해당하고 싶지 않아서. 구타당하고 싶지 않아서. 성폭력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근데 남성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딱 하나죠. 나만큼은 여성혐오자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이라는 틀을 못 벗어나는 사람들이 젠더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요. 그들에겐 페미니즘이 아니라 인권이나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다시 필요하죠. 자신에서 벗어나 더 큰 구조를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교육이요. 물론 지금의 공교육 체제 안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 친구들한테 다시 연락해서 만나자고 해야겠어요. 다시 안 볼 놈들도 아니고. 될 때까지 설득해 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다만 기대는 하지 말고.
- 네. 그게 중요해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 그뿐이죠. 운동이 뭐 별 거겠어요.
- 말씀 감사했습니다.
- 부디 힘내세요.
첫댓글 내속이 뒤집어진다...그래 본질파악 못하면 그냥 머가리 댕청이지ㅋㅋ..내 시간이 아깝다ㅅㅂ버려야지 좆같네 진짜...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여시 멋졍
진심 블루일베들이랑 일주일 내내 언쟁했는데 이젠 내가지쳐서 페북지워버렸어...나도모르게 하....그래 시발 가해자 욕하는게 어디야...남녀는평등하다고하는게 어디야..라고 현실타협하게되더라니까?아우!!!
기승전군대
패는게 답임
말 쎄게 하고 입 막는게 최고야
그리고 '너도 그렇게 생각했다니 실망이다.. 너는 아닐 줄 알았는데..' 하명서 코르셋 씌우고 개념남 코스프레라도 하게 만들어야 함.
평생 지들이 누린 '공포 없는 길거리'가 남자들에게만 당연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여자가 입는 피해는 그럴 만 하니까 이뤄진거라고 생각하는 놈들이야
포기하고 그냥 털어버리는게 답임
애초에 지들이 평생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이해를 못 함ㅋㅋㅋㅋ 그러면서 '난 안 그래' 라면서 자적자 시전^^
계속 떠먹여 주는데 입벌릴 생각도 안 하고 맛없다고 칭얼대는 꼴 진짜 역겨움.
한남은 걍 도태돼서 멸종하는 게 답
좋은 글이다 보관해둬야지
고마워 잘 읽고 가 좋은 글이다
맞아 공감을 못해.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야 심지어 여자사람친구들 몇몇이랑 여자어른분들도...신세계 맛 보게 해줘야지!!! 더 설쳐야겠다!!!!!
좋은글 고마워
이 글 정말 안 까먹게 두고두고 봐야겠어 고마워!
와이건진짜읽어야게따
저 남자도 대단하다!! 내가 오히려 배워가네 저렇게 노력하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수가 없겠어! 저런 남자 어디 또 없나 ㅠㅠ
여자인친구랑 싸웠어... 너무 기운빠지더라ㅠㅠㅠ그랴도 좀 설명해주니까 조금씩 인정하는거같은데 내가 두 공부해야게써 고마우ㅜ
나도 계속두고두고 읽어야겟아 ㅜㅠ
북마크해두고 두고두고 볼꺼야...
어렵다 그래도 좋은글 ㅠㅠㅠㅠㅠ 진짜 자주읽고 공부 해야겠다
너무 좋은 글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을 설득 할 수 있을까..? 가족들은 이미 내 말을 필터링해서 들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서 이상한 얘기 주워듣고 오는 애 취급함
지우지 말아주세요.ㅜㅜ나부터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다
지칠때마다 와서 봐야겠다
내일 학교 다녀와서 읽기!
두고두고 읽고 외우기
나도 절친 설득 실패해서... 우울했는데 공부해야겠다 ㅠㅠ
수업 끝나고 읽기 ㅠㅠ 정독해야지!!
진짜 멋지다 이따가 친구한테 설명해줘야지 이거 댓달아놓고 두고두고볼게 지우지말아주라ㅜㅜ
진짜 북마크 해놨어 일반화 시키지 말라는 말에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할까 도무지 생각이 안 났는데 이 글보고 정리가 딱 됐어!! 지우지마요 여시!!
아니시발 이글을 쓴 사람도 말을 못알아먹어서 답답해한다니... 존나쉬운글 아니냐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