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내가 담배를 처음 피워 본 것은 대략 여섯 살쯤으로 기억된다. 할아버지가 밭에 심은 엽초를 말려서 칼로 썰어서 아버지가 쓰시던 앉은뱅이책상 서랍에 가득 채워놓고 수시로 담뱃대에 넣어서 피우셨다. 6.25 직후라 지지리도 가난하던 시절 아무런 장난감도 없이 집에서만 놀아야 했던 나는 할아버지와 같이 늘 지냈다. 할아버지가 낮잠을 주무시는 옆에서 심심했던 나는 담배를 할아버지 담뱃대에 넣고는 화로 불에 대고 할아버지처럼 담뱃대를 빨았다. 서너 번 빨았더니 담배에 불이 붙으면서 연기가 입 안으로 들어와 콧구멍과 목 속을 어떻게나 맵게 하였던지 콜록거리며 울어버렸다. 주무시다가 깨신 할아버지가 보시고는 애들이 담배 피우면 키가 안 큰다고 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 동생과 둘이서 할머니가 피우시는 풍년초 담배를 공책을 찢어서 말아 피워보았더니 역시 맵고 기침만 났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같이 소이 빠끔 담배를 피워봤지만 담배는 입에 쓰고 피운 뒤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20세가 넘어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어쩌다가 같이 피웠지만 담배 맛은 정말 싫었다. 그래서 박하향이 나는 금관이란 담배를 가지고 다니며 피웠으나 상시로 피우지는 않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만 한 번식 피웠다. 내 기억으로는 23살 이후로는 피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속버스가 처음 생겼을 때에 앞에서 20번 좌석까지 금연석이었다. 금연석에 앉아도 뒤에서 담배를 피우면 17-20번 좌석에서는 여전히 고통스러움을 참고 견뎌야 했다. 그러다가 전 좌석이 금연석으로 변하고 나서 종종 끽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차중에서 끽연을 하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아달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하지만 피우는 분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유익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흡연 하시는 분들을 비난하거나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길거리나 혹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실 때에 연기가 남에게 가지 않게 피워 주셨으면 참 좋겠다. 길을 가다가 누가 담배를 피워 연기가 얼굴에 날아와 마시게 되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상당히 불쾌하다. 자기가 좋아서 피우는 담배로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차를 운전하다가 가래침이 나오면 차 안에 휴지나 손수건이 없어 창밖으로 뱉는다면 그래서는 안 되지만 이해를 하고 싶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다가 꽁초를 그것도 불을 끄지 않은 채 버리시는 분들을 볼 때는 한번쯤 차를 세워 싸워주고 싶다. 이 나라강산을 제집 재떨이로 아는지 몰라도 자기가 좋아서 피운 담배를 차 안에 모아두었다가 버리든지 아니면 피우지를 말든지 할 것이지 왜 불이 붙은 것을 남들이 볼까봐 창문 밖으로 쥐새끼처럼 슬그머니 놓아버리는 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바람이 부는 날 담배꽁초를 버리면 그것이 불을 토하면서 굴러간다. 화제가 날 수 있는 무서운 장면이다. 끽연을 즐기시는 분들 제발 자기 좋아 피우시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피운 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첫댓글 주안에서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