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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이끌리미
MADE 인터넷소설닷컴 오즐
ORIGIN 여우들의 반란, FOX HOLIC.
http://cafe.daum.net/FOXHOLIC.
09
+ BAN HA RA 시점 +
호텔 AFRICA에서 나온 우리 셋 중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다른 두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몰라도 내
머리 속은 너무 복잡해지고 있었다. 왜 그런 말투였을까, 왜 그런 시선이였을까, 왜 그런… 눈빛이었을까.
시 건방이 보내놓은 나 조차도 돌아오지 않자, 그는 오 기대를 보낸 모양이었다. 그랬다, 1909호 문을 따고 들어와 차갑
게 식어버린 눈빛으로 나와 조 아해를 바라본 것은 오 기대였다. 나와 조 아해가 옷을 갈아입을 시간동안 그는 문 밖에
서있었고 샤워까지 모두 마친 우리들을 한번 쓰윽 보고는 입을 꾹 다문 채 앞만 보고 걸어갔다. 언덕 위로 오르기 시작
하고, 침을 꿀꺽 삼키며 시계를 바라보았을 때, 시각은 이미 7시 40분경… 8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저, 아르바이트 가야 되는 데요."
"………."
"이, 일곱시까지… 갔어야 했는 데……."
"오늘 아해는 술에 취해 뻗은 상태였고, 아해를 데리러 간 하라는 문이 열리지 않아 안내데스크까지 내려갔지만 까칠한
점원이 하라를 의심해 키를 내어주지 않아 애먹고 있는 상태였다. 아르바이트에 가야하는 시각이라 안절부절해 시 형
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밧데리가 나가는 바람에 전화를 할 수 없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였다. 내가 와
서… 하라는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으로 갔고 내가 아해를 깨워 데려왔다……."
"………."
"오늘은 이렇게 된거다. 하라, 가. 늦었다며."
숨 죽이고 있던 조 아해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오 기대를 바라보았다. 오 기대의 시선은 여전히 앞에 고정되어 있었고,
나는… 그들 틈 사이에 있는 것 자체가 껄떡지근해 다시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귓가에 고스란히
남아 숨이 차올랐음을 알려주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성실언니, 받아봤자 뻔한 통화내용. 가만히 숨
을 고르며 슬쩍 언덕 쪽을 바라보았을 때, 언덕 위에 두 사람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거의 1시간이나 지각했기 때문에, 오늘은 군말없이 내가 모두 청소를 도맡아했다. 대걸레질까지 모두 끝내고 나서 카운
터에 엎드렸더니, mp3로 음악을 듣고 있던 성실언니가 내 귀에 이어폰 하나를 끼워주었다.
"하라, 그래도 오늘 사장님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거 알아? 내가 진짜 잘 둘러대서 너 목숨 건진 줄 알아."
"… 편의점 사장님이요?"
"응. 우리가 알바 시작한 지 몇 달째지? 3, 4, … 야, 벌써 6개월째야. 그런데 이제서야 얼굴을 비추더라니까."
"같이 일했던 경재오빠가 그랬잖아요, 사장이 아빠 돈으로 편의점 차린 거라고. 팔자좋은 젊은 남자였겠죠, 뭐."
"응, 빙고! 경재오빠 말이 딱이었다니까. 완전 내 또래였어.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 어, 언니 또래요? 그렇게 젊었다구요? 말도 안돼."
"아, 뭐, 나보단 나이 많아. 스, 스물 아홉이래."
"… 스, 스물 아홉이요?"
"응. 역시 인생은 혈연, 지연, 인맥이 짱이야."
"………."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처음으로 뵐 수 있을만한 기회였는 데, 좋은건지 나쁜건지 왕씨라서 왕재수라 불리는 사장님과
의 미팅 아닌 미팅은 그렇게 물건너 갔다. 성실언니의 말을 빌리자면, 인상이 그리 좋지 못하다고 했다. 딱 봐도 클럽을
제 집처럼 드나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여자들과 어울려 음주, 가무를 즐기는… 딱 그런 인상이라고 했다. 워낙 이 남자,
저 남자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남자 인상으로는 돗자리를 펴도 될 만큼 도튼 성실언니였기 때문에 나는 대체로 성실언
니의 말에 순응하는 편이었다. 하긴, 돈 많은 아버지 덕분에 젊은 나이에 편의점 하나 차리고 거기다 알바생만 몇 명인
데 시간이야 노는 데 밖에 쓰겠지, 어디다 쓰겠어.
"… 근데, 너 오늘 냄새난다?"
"네? 뭐가요?"
"킁킁― 이건 반하라 냄새가 아니야. 분명… 섞였다."
"… 네?"
"순진한 척 하지말고 말해봐. 오늘 지각한 이유,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야?"
"언니가 생각하는 게… 그렇고 그런 거예요?"
"빙고."
"… 하, 맞아요."
선수 앞에서 내숭이 웬말이냐. 성실언니에게 바로 실토하자, 언니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뜨며 껄껄껄 하고 너털웃음을 터
트렸다. 내 등을 두어번 토닥여주며 나도 이제 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축하한다고, 축하주라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니
냐고 오바아닌 오바를 했다. 그나저나, 나와 조 아해는 이제 무슨 사이인거지……? 연애할래, 라고 물었는 데 그가 입을
맞췄다. 그건 긍정의 표시인데. 그럼 연애하는 사이인건가? 연애하는 사이는… 뭘 하지? 생각해보니 연애하는 사이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는 또 아니다. 오 기대와… 치명언니는 사랑하는 사이겠지? 그러니까 시간이 날 때마다 호텔로 직
행해 다른 사람과 섞었던 몸을 서로 해독하듯 침대로 달려드는 거 아냐. 아, 또 두 사람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망할, 두통.
나와 성실언니 뒤타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알바생은 정말 착실한 스타일인 듯 했다. 시간에 딱 맞춰 6시에 출근하
는 걸 보면. 편의점 앞에서 성실언니와 헤어진 뒤, 한적한 인도를 걸어 유흥가 거리를 지나 언덕 위로 올라왔다. 파라다
이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엘리베이터에 타 지하 3층을 누르고 내려가는 데, 지하 2층에서
띵― 하고 멈췄다.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기에 심장이 두근두근거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남자 구두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 미쳤어. 채취만으로도 그가 누군 지 알 수 있다니.
"좋았어?"
"… 네?"
"재미 좋았냐고."
"!"
아무리 말을 툭툭 내뱉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새
까만 눈썹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짙은 눈동자가 올곧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뻔한 걸 왜 물어요?"
"………."
도발적인 대답이었나, 그가 일순간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하 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커튼 사이로 대한오빠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가 내 팔뚝을 잡는 것과 동시에 나는 대한오빠를 불렀
다.
"대한오빠!"
"… 하라?"
"…… 오빠."
"어, 왔어?"
"… 응. 오늘은 안 피곤한가보네? 깨어있는 거 보니…"
"아, 오늘은 일이 없었거든. 덕분에 좀 쉬었지. 그런데 너는… 요새 많이 못 자나봐? 눈이 퀭한데?"
"… 괘, 괜찮아. 피곤해서 그래. 머, 먼저 들어갈게, 오빠."
"그래. 푹 쉬어."
언젠가부터 나에게 사근사근해진 대한오빠를 뒤로 하고 여자방으로 들어왔다. 방 문을 닫을 때까지 나를 뚫어져라 바라
보는 오 기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의 눈빛을 잊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버렸다.
+ LEE RO UN 시점 +
남들은 재력가인 아버지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고 온갖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보내겠
지만 막상 그 주인공인 나는 내 태생과 위치가 그저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제일 짜증나는 시간은 아버지의 회사에서 실
력을 인정받아 주주들에게 사랑받는 명실공히 차기 회장이 되어야하는… 수련과정. 그러니까 하루 24시간 중에 16시간
말이다. 그래, 솔직히 까칠하고 가리는 게 많아 동성친구는 거의 없다. 그나마 있던 동성친구, 태석은 대한민국의 남자로
써 당당하게 해병대에 들어갔다. 나는 당연히 군대 면제다. 왜냐고? 한마디로… 신의 아들이다, 이 말씀.
"뭐? 내가 친히 밖으로 뛰쳐나와주셨더니… 바빠?"
[얘가 헛깨나무를 헛으로 드셨나. 나오라고 하면 나오게? 너랑 난 애인사이, 아니거든? 하라한테 연락해보든가.]
"반 하라 요즘 바쁘다며! 새벽내내 알바뛰고, 오후에는… 그러고보니 낮에는 걔 뭐해?"
[낮엔 자겠지! 걔가 철인이냐, 24시간 풀로 눈뜨고 있게.]
"야, 근데 낮엔 내가 시간이 안 되잖아!"
[그걸 왜 나한테 그래! 하라하고 만나려면 둘이 상의해! 끊어!]
"야!!!! 야, 도 우미! 야!"
그러나 그 곤혹스러운 시간이 너무 힘들어 점심시간을 핑계삼아 회사를 뛰쳐나온 나는 친구 우미에게 퇴짜를 맞아버렸
다. 최근 친 오빠인 대한이 형하고 같이 살겠다며 파라다이스라는 정체불명의 곳으로 간 하라를 찾아가기 위해 마음을
굳히고 어렵게 파라다이스를 찾았다. 높은 언덕을 올라 파라다이스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계단
에 다리를 꼬고 앉아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태우고 있는 묘령의 여인이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일까.
"…… 저기요."
"………."
"저기요!"
"………."
값비싼 여자같으니. 왜요… 라고 목소리 한번 들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묘령의 여인은 내 쪽으로 눈을 치켜뜸으로써 듣
고 있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정리되지 않은 머리 속을 박차고 나온 물음은, 나 스스로
도 이해되지 않는 그런 하급이었다.
"… 파라다이스 직원이신가요?"
"………."
"하, 하루에… 얼만가요?"
"………."
정말이지 말을 주어담을 수 있다면 바로 주워담고 싶었지만, 이미 뱉어진 말은 뱉어진 말일 뿐. 묘령의 여인은 내 물음
에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떨어트리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로 비벼껐다. 능숙한 그녀의 행동에 벙쪄 그녀의 행
동만 주시하고 있던 내게 그녀가 말했다.
"여긴 아가들 출입금지란다."
+ BAN HA RA 시점 +
싱거운 식사를 마치고 나서 여자방으로 곱게 들어온 나는 내리 잠만 잤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찾는 전화가 진동을 울
리는 데도 바로 받지 못하고 찌뿌둥해진 몸을 풀어주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나를 깨운 것은 로운이였다.
"어…"
[야! 야, 너 어디야?]
"… 집."
[집? 그, 그, 파라다이스?]
"…… 응, 왜… 무슨 일이야."
[오빠랑 오랜만에 만나자. 오빠가 고기 사줄게. 나와.]
"징그럽게 오빠는 무슨…. 끊을게."
[야, 반 하라! 끊지마!]
"… 왜."
[진짜… 진짜 꼭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지금… 파라다이스 앞이야.]
로운이 이 자식은 꼭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들이닥친단 말이야. 가뜩이나 몸도 찌뿌둥한 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겠다고
나오라는 건지. 대충 차려입고 밖으로 나온 나는 이어지는 긴급사태에 눈만 깜빡였다. 로운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남자
라면 가오가 있어야지 어떻게 아무때나 무릎을 꿇냐며 으름장을 늘어놓던 거만한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었던 것 같은
데…….
"… 야, 왜 그래. 너 내일 죽어?"
"내가 죽긴 왜 죽어. 너한테… 부탁할 게 있다!"
"아니, 무슨 부탁인데 무릎까지 꿇고 그래."
"파라다이스 여직원 명단을 싹 뽑아줘."
"뭐?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 하라, 내가 드디어 사나이 가슴에 불을 지르고 나몰라라 뒤꽁무늬를 뺀 여인을 만났도다."
"그 여인이 파라다이스 직원이라는 소리야?"
"응. 나도… 미칠 지경이야. 야, 내가 여자한테 이러는 거 봤어? 한번만이다, 응?"
도대체 로운이 이 자식의 혼을 빼놓은 게 누구지? 내친김에 로운은 나에게 묘령의 여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
미와의 통화 이후 나를 만나러 왔다가 그녀를 봤다는 상세한 설명을 듣다가 로운이 열심히 설명하는 그녀의 분위기에
느낀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녀는 치명언니일 것 같다는 직감이었다.
"… 그 언니 머리색은?"
"음… 검은색에 빨강색? 까지는 아니고… 와인색! 그래, 와인색이 살짝 들어가있었어. 긴 생머리였고."
"…… 그래, 치명언니네."
"치… 명?"
"응. 전 치명언니."
"… 전 치명."
몇 번씩이나 치명언니의 이름을 되씹는 로운을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한 명은 오 기
대를 좋아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치명언니를 좋아하는 꼴이다. 나중에 나처럼 마음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방황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로운에게 치명언니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했더니, 로운은 그저 피식 웃으며 가
볍게 넘겼다.
"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라는 걸 알면서도 좋아하는 데… 남자친구가 뭐 대순가?"
"………."
"안 그래, 반 하라?"
"그런데 너희 아버지는 요즘 단속 안 하신데?"
"내가 워낙에 일처리를 잘하니까 느슨하게 풀어주신 거겠지, 뭐."
"………."
마주앉은 로운의 대답에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아직도 사랑할 준비가 안 되어있는 걸까? 그를
온 몸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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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짠! 하라와 아해의 호텔 AFRICA씬에 마지막에 등장했던 인물은 바로 2번 오 기대였습니다! 아해와의 잠자리때문에 슬
슬 오 기대씨의 질투가 시작될 것 같지 않나요? 그건 그렇고, 이제 10편부터 분위기는 조금씩 어두워 질 것 같아요. 제
가 여러분께 《타락한 파라다이스》를 선보이면서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사랑이 아닙니다. 제가 전하고 싶
은 그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이제 조금씩 조이고, 뜯고, 찢고… 그렇게 할퀴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저 때문에 하라를 비롯
한 《타락한 파라다이스》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여러분께 보여질겁니다. 첫 소설치고 너무 어둡게 시작하
는 것 같아 걱정도 되지만, 독자님들은 끝까지 제 옆에서 저를 응원해주고 함께 가슴 졸이리라 믿습니다.
《타락한 파라다이스》 08편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최설희님 비어트리스언니 Christine.님 쁘띠chal님 멍멍상근이님 쀼잉뿌잉님 해오름.님 보라회색님
신시지언니 헬로둘리님 에코리언니 소설..♥님 오즐 하헬님 씬초님 까꿍아.님 바로 나야님 YUK현아35님
추위타는쿠마님 아톰아톰님 루시팡님 도담도담o님 JEKKI언니 엠블랙이준찬양님 코코넛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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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 발견/궁금하신 점 → 쪽지
♥ 다음편 업쪽 → 반 하라 or 오 기대 or 조 아해 or 댓글
조아해-아해도 남자였어요 어흥 >< 다음편기대할께요
※ 10편 파라다이스로 초대합니다. ※
후후후후훗, 아해도 남자죠, 어흥!!!!!ㅋ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