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가깝게 눈이 내려 쌓였다.
집수리하는 이들도 쉬고 보성 출근해야하는 바보도 안 나가도 된단다.
오전을 빈둥대다 점심 먹으러 동강 갈비탕집으로 간다.
소문난 갈비탕은 깊이가 없이 맹맹하다.
도서관에 들러 눈 덮인 차문을 열려는데 바보가 집에 가기 싫단다.
죽산재에 가 한옥에 앉은 눈을 보기로 한다.
의관 서화일의 송덕비 네개를 보며 소작인들을 확인한다.
공포가 여럿 겹친 사적비는 잠겨 들어가지 못한다.
가파른 계단 위에 선 문은 단청을 화려하게 했는데 내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죽산재는 연한 파란빛이 도는 고색인데 문은 초록에 빨강이 많아 조화롭지 못하고
새로 지은 사찰의 단청같다.
편백을 베어버린 경사를 따라 뒷쪽을 눈을 밟으며 돈다.
담장 사이로 건물을 보며 바보의 팔을 잡고 내려온다.
묘지에는 올라보지 않고 국가에 기부한 문화재라 하니 군청 등 기관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마륜 역사문화마을과 연결하여 활성화하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하는 것이 좋겠다.
집에 와 서님호 사건을 더 알아보니 거창에서 군인을 손 것이 아니라
순천에서 현역 대위의 난동에 정당방위로 살해했고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해 이승만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옥살이를 한 것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