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원/달러환율은, 우리나라의 증시와 움직이는 방향이 거의 같습니다. 우리나라 증시뿐 아니라 전세계 증시는 미국의 증시와 움직이는 방향과 폭이 같습니다.
미국증시가 떨어지면? 유럽과 아시아권 증시가 떨어집니다.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이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왔고, 경제위축에서 자유로운 나라 없기 때문이겠지요. 옆에서 떨어지면 우리는 더 많이 떨어집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그나마 외환보유고라도 빵빵하고, 유럽은 실제 기축통화국입니다. 우리는 더 당할 수밖에 없겠지요. 미국증시가 떨어지면,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자금의 탈출규모가 커집니다.
현재 서울의 외환시장에서 일 거래규모는 30-40억달러 수준입니다. 반면에 역외선물환 시장(NDF)의 일 거래규모는 120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NDF는 '역외차액결재선물환'을 말합니다. 역외라 함은 우리나라 밖에 있다는 뜻일 테구, 채액결재라 함은 계약금 전체를 현찰로 치고박는 게 아니라 계약당시의 환율과 결제시점의 환율 차이만큼만 결재하면 된다는 뜻이겠죠. 이 차액결재의 특성으로 인해, 레버리지(leverage)가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적은 밑천을 갖고 큰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11월 들어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기껏 2조원이 안될 것입니다. 충분히 주식가격이 떨어져서, 환율이 충분히 높아서 외국인들이 맘 놓고 빠져나가지 못하는 환경이 돼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채권시장에서도 외궈 보유비중이 전체 채권물량 대략 1000조원의 4.5% 수준인 45조원쯤으로 충분히 낮아 더 많이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11월 들어 실제 많이 잡아 2조원 == 30억불쯤이 빠져나가고 있을 뿐인데, '환 헤지'를 존재이유로 하는 시울 외환시장의 보완적 역할을 해야하는 역외선물환시장은 일거래규모가 120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 많은 역외선물환 거래는 다분히 '투기적 세력'이 지들끼리 치고박고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특별한 실수요 없이, 향차 전개될 원/달러 환율을 놓고 투기질(specualtion)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헤지펀드' 등 한국을 노골적으로 빨아먹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다만, 우리 환율을 놓고 장난치는 넘들이 많은 건 분명합니다. 문제는, 이 넘들이 작심한 꾼들이냐, 아니면 우리의 무능이 만들어 놓은 멍석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참새들이냐의 차이겠죠.
아까 미국증시와 외국인 탈출자금의 관련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연관성은 역외선물환 시장에서도 대략 적용되는 논리이지 싶습니다. 결국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투기질을 하는 세력은,
(1)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로 탈출할 것이다, (2) 전세계 증시가 폭락하니까 국내의 해외펀드가 맺어놓은 환헤지 때문에 결국 달러매수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3) 세계경제가 위축되니까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수출업체(특히 조선사)들이 기존에 맺어놓은 달러매도 계약에 따라 달러 매수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4) 한국의 경상수지가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라도 내년에 56억불 적자라더라. 장기적으로 외환 수급이 좋을 리 없다. (5) 외환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이 기대하는 봄날, 즉 국제 금융시장이 풀려서 기존 외채 돌려막기(만기이월과 차환발행)가 쉬 오지 않으리라, (6) 한국은행이 부도 일보직전이다. 지금 빠져나가는 게 그나마 손해 덜 보는 것이고, 지금 환율 역시 충분히 낮다. 이와 같은 재료를 근거로 열심히 투기질을 해댈 수 있지 싶습니다.
수출업체가 쉬 달러를 내놓지 않고, 수입업자는 당장 결재수요가 있고, 외국인은 빠져나가고, 우리의 경우 수급이 완전히 꼬여 있습니다. 실상 모든 환경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역외환시장에 정책당국이 자체적인 규제책을 내놓기도 '거시기'합니다. 괜히 없어 보이고 꿀려 보이니까요.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기에 우리는 실탄이 부족합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절대액의 측면에서 충분히 안정적인 규모입니다. 우리만 당하지 않을 정도는 되리라 봅니다. 우리가 당하면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도 덩달아 당하겠지요. 우리 은행에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기존 주주들 타격을 받아야 합니다. 외궈 지분들 높아서 장기, 전략적 펀드/투자자들에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미국 채권 많이 들고, 두 눈 뻔히 뜬 채 코를 베인다면, 미국 채권은 그날로 골로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쉬 움직이지 못하고, 역외선물환 시장은 제 맘껏 움직입니다. 절대적 총량의 개념에서 우리는 이리 흔들릴 만큼 나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서 현실에서는 이리 난잡하게 흔들립니다.
어찌 해야 할까요? 결국은 우리의 기초체력과 실력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이 우리가 만드는 정책들에 신뢰를 하지 못하는데, 외궈들이 믿어주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지요. 신뢰를 쌓을 만한 짓도 하나 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뭐,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의 선장과 그 휘하 뱃놈들의 생각이 워낙에 확고하니. 맛을 봐야 똥을 먹은 줄 알 겁니다.
일단, 1500선을 돌파해도, 국내 수출업체들이 물량을 계속 틀어쥐는지 지켜나 봅시다. 이 환율에도 수입업체들이 계속 수입을 해대나 지켜 봅시다. 이렇게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가 폭등하는 데도, 한은이 금리인하 타령을 계속하는지 지켜나 봅시다.
일단 1500선을 뚫어놓았으니, 이제 꼭대기도 없어진 넘, 1600이 되었든 1800이 되었든, 주가지수는 꼴아박을 것입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 수입물가가 오르면 자국의 내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경제가 그만큼 아작 날 테니까요. 주가지수가 747 강을 건너고, 환율이 1600원 요르단을 넘을 때에도 외궈들이 울면서 돈을 던지나 봅시다.
이리 되어도 망하는 일 없습니다. 경제는 실물이 흘러가는 과정 그 자체라서리, 이 변동성에 수많은 이들이 죽어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경제주권을 빼앗기고, 국부를 강탈당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유명한 조지 소로스가 영국을 환투기질로 털어먹을 때, 영국한테서 헤지펀드가 털어먹은 게 고작 50억불 수준이었을 겁니다.
망하는 일 없더라도, 우리는 계속 방향성 못 찾고, 헤매돌고 있을 것입니다. 헛간 데 잡고 헛된 이념공방으로 쌈질이나 하면서. 어떤 이는 알면서, 어떤 이는 모르면서, 두 눈 벌겋게 뜨고 코 하나 베이면 정신을 차리겠죠. 이리 배우는 게 뼈속 깊이 남을 것입니다.
길게 보면, 역시 축복입니다.
첫댓글 환율과 주식은 반대로 가고 있는데 움직이는 방향이 같다고요?.
그런가요? 그럼, 원화의 구매력으로 바꿉니다. 아니면 두 넘의 상관관계가 아주 높다고 바꿉니다.
원화평가절하(고환율)와 주가하락으로 보면 움직이는 방향이 같기도 하죠..
둘 다 가치하락이니까 같은가는것이 맞겠지요..^^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금융 비 전공자로서, 지금까지 각종 경로로 본 환율에 대한 설명중 수치 포함해서 제일 명확하게 이해되네요. 왜 환율이 계속 오르는지, 왜 지난번 한미통화스왑때 환율이 떨어지는지, 왜 정부는 속수무책인지 다 설명할 수 있는 제가 찾은 최초의 글입니다. 통화 관련 감이 좀 생기네요
답변 감사~! 외국인들 환전도 못하고 주식도 못팔고 당분간 물려있어야지요
그렇게라도 해서 배운다면 모를까 책임전가나 하면서 엉뚱한 희생양을 만들어갈까 두려운거지요... 늘 악파트님의 잼있는 글 잘보고 있어요 ^^
외환보유는 외화, 외화표시 채권, 외화예금, 금, SDR, IMF 리저브 등으로 이루어지는 바 솔직히 우리 금고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냐가 문제겠지요. 물론 외화예금도 마찬가지겠지만. 함부로 털 수 없는 외화표시 채권이 많은 들 장부상 2000억불 외환보유고는 아닐런지.........
그럼, 모든 국가의 외환보유고 무용론에 빠지죠. 중국이나 일본쯤이 예외가 될 테구요. 대만이나 싱가폴 역시 휴지쪼가리 미-채권 갖고 있는 것인가요?
문제는 우리 환율이 고평가 되어있지도 않는데 계속 상승은 단순히 역외시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외화유동성의 문제라는 거지요. 외화부채와 역내수요를 감당할 현금이 있다면 수급논리상 일방적인 가격상승은 불가능하지 않을런지요.......
그러니까 제가 다 답답하다는 거지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거지요. 님은 이 외환보유고의 유동화/현금화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구요. 결국 지난 기간 우리는 외환보유고를 죄다 현찰로 갖고 있었어야 했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구요.
저는 외환보유의 내역을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지난번 FRB스왑도 체권환매의 대용으로 알고 있고(이게 사실이 아닌가요?) 만일 채권의 비중이 매우 높고 그것을 적정한 시기마다 맘대로 환매할 수 없다면 그것이 유동성 문제라는 것 입니다.
맞겠지요...채권은 만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팔려고 해도 사주는 놈이 없으면 못 파는 거니까...그리고 한국이 팔려면 아주 싼 값에 내 놓아야겠지요..그런데 사줄 놈들이 있을런지요....ㅋㅋ
잘 읽고 갑니다
환율이 오르면 언제인지가 문제라서 그렇치 결국엔 경상수지가 개선이 될 것입니다. 외국 여행 줄것이고 외국 유학생도 더 못 버티는 순서대로 돌아올테고 반대로 외국인 관광객은 어쨋건 좀 늘겠고 소비재 수입은 줄테고 세계시장이 줄어도 가격경쟁력 때문에 수출은 어찌되었던 느는 방향으로 작용할테고.... 외화유동성 위기상황까지만 가지 않고 버틴다면 어떤 지점에서 고점을 잡고 균형이 유지되겠죠...
여기 씨애틀인데요.. 전 유학생이고, 옆에 일본애들 중국애들하고 같이 있습니다. 중국애들은 별로 반응이 없는데, 일본애가 입이 찢어지더군요. 몇 달 전 110~120엔/달러였는데 이젠 97엔/달러한다구요. 얘는 특히 일본에서 돈이 오는 애라 아주 요즘 흡족하답니다. 심지어 일본 신문에 요즘 한국에 관광가는게 인기라더라하면서 염장질하더군요. 약간의 비웃음 비슷한거를 감추고, 사실적인 것만 전하는 듯하면서도 사람 염장 지르는 소리는 쉼없이 하는 것이 누가 일본애 아니랄까봐. 전 여기서 일본애들 많이 만났는데 결론이 일본애들하고 표면적으로 개인적으로 친해라. 그러나 절대 믿지도 신뢰하지도 방심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길게 보면 축복 맞는 거 같습니다.^^;; 근데 어찌 이리 글이 재밌나요..ㅎㅎㅎ 맛을 봐야 똥인줄 알다니..ㄷㄷㄷ
땡유~~~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 합니다!
저도 수출업자가 먼저 보유 달러을 풀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그때 와는 다르다고 생각 합니다.
균형점을 찾기는 찾겠지만 단기 수급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올 12월~내년 3월까지가 피크로 보입니다. 그런데 피크는 일반적으로는 뾰족한 모양이긴 합니다. 꼭대기가 있으면 내려오기는 하겠죠. 물론 리만 브라더스라는 희대의 덤앤더머 형제가 버티는게 가장 큰 변수입니다. 국가 신뢰도의 하락에는 MB정부 임기가 4년도 넘게 남은게 한몫 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눈을 틔워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신용경색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전 절대적 총량의 개념에서도 좀 우리나라가 부족함이 있다고 봅니다. 결국은 그나라의 신용이 아니던가요.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정책에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은행권들의 파생상품 투자라든지.. 부동산 및 건설쪽의 위험이라든지..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볼땐 기초체력의 문제를 떠나서, 아예 기본을 흔들어 버리는 상황까지 갈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리 다 빼버렸고, 외화예금으로 사실 좀 벌고는 있지만 우리나라가 가고 있는 정책방향에 사실 어느정도 두려움마저 느껴집니다. 제 예측으로는 환율이 1700대까지는 단기적으로 갈것같고,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2000을 넘을 가능성도 현재로선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악파트님 글 읽으면 시원합니다. 현실은 답답하지만...
표준말을....좋은글 감사합니다..낙타의 허리는 짚퓨라하나에 아작나다.는 속담...현실은 천근만근의 무게로..
미네르바의 극 사실주의에서 벗어난 사실주의 시네요 감사합니다 잘보고 있습니다.계속 자립할때까징 가르침 부탁합니다
극단적인 불행한 사태만 지적해서 이야기 하지않고 현실 그대로 쉽게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매일 님글을 기대하며 들락 거립니다.자주 글 주십시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