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이국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몬스터 컵케이크>에선 십자가나 도끼 벌레 심지어는 해골 모양의 엽기적인 컵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는데 찾는 이들이 많아 붐볐다. 수제맥주를 파는 <S살롱>은 층별로 영업방식이 달랐다. 1층은 서서, 2층은 앉아서 마시고 옥상인 3층은 고기를 굽는 감각이 느껴지는 술집으로 소문나 있다. <공사커피>는 말 그대로 건설현장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매장의 인테리어까지도 공사장처럼 꾸미고 현장커피 현장과즙 현장새참과 같이 메뉴에도 카페의 콘셉트가 녹아 있어서 흥미롭다.
가정집을 예쁘게 개조해서 만든 <살롱프라이드>에선 청포도를 직접 갈아서 만든 청포도맥주로 여성 손님들의 미각을 사로잡는다. 문어와 오리전골 한식집은 <문오리>란 기발한 이름을 달았다. 얼큰한 국물과 쫄깃쫄깃한 문어 오리고기의 조화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이태원에서 한강진역 가는 길에 있는 꼼데가르송거리는 ‘꼼데가르송’이라는 브랜드의 플래그샵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이태원의 가로수길’로도 불린다. 영문간판이 대부분인 쇼핑거리는 대낮이라 그런지 호객꾼들이 없어서 비교적 조용했다.
운치 있는 조용한 카페와 외국 서적들을 진열한 책방도 보였다. 우리 일행은 골목 중심에 있는 업소 2층에 올랐다. 냉방 중이었지만 한낮의 열기를 이기지 못해 실내는 후텁지근했다. 맥주와 피자를 주문했고 밖에서 빙과까지 사와서 먹고 마시는 일에 치중했다. '무한리필'이란 말처럼 앳돼 보이는 업소 종업원은 그에겐 성가신 일로 몇 번을 불러도 상냥함을 잃지 않았다. 현재 이태원에 있는 주한대사관은 벨기에를 비롯하여 스위스 캄보디아 사우디아라비아왕국 등 4개국이나 되니 대사관 직원들과 그 가족들도 이 거리를 찾지 않을까 싶다.
해밀턴호텔 건너편 119안전센터 쪽 보광로에는 건물마다 빨간 깃발들이 펄럭인다. 자세히 보니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글자가 그 안에 박혀 있어 해당 주민들과 사업주체 간에 진통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태원의 축제에도 수십만 명이 몰리지만 실질적인 매출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지역인지도가 오르면서 상가임대료가 치솟고 있어서 소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단다.
호황의 역설이라고나 할까. 3년 전부터 상인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든 ‘지구촌축제’에 지난해는 70만 명이나 몰리면서 이태원은 급격히 알려졌단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는 것보다 임대료가 더 크게 오르면서 축제의 주인공이었던 소상인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뒷골목에서 자생적인 문화를 만들어내던 상인들이 밀려나면서 그 자리를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채운다는 것이다. 결국 이태원의 문화가 사라지면 관광객도 사라질 것이고 결국은 죽은 거리가 될 것이라며 우려한다.
살아오면서 젊은 날의 아픈 기억으로 잊히지 않는 이태원 거리를 꼭 한번 찾고 싶었는데 그동안 인사동과 북촌 서촌에 마음을 두느라 탐방이 늦어졌다. 오늘도 나의 스케줄엔 없던 코스를 거절하지 못해 따라나섰기 때문에 전체를 둘러보기엔 시간이 모자라 아쉽기만 하다. 결국 가까운 날에 또 한 번 찾을 것을 스스로에게 기약하면서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첫댓글 이태원을 가보지 못한 저는,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의 거리가 떠오르네요, 뭔가 모를 열기, 이색적인 매력,,, 이태원이 본래대로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 딸네들과 서울 가면 꼭 한번 찿아보고 싶어요,
시간을 좀 여유있게 가지고 찬찬히 둘러보시면 얻는 게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항공기 타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과 먹을거리들....오늘 13일 저녁 <남대문>에서 부산수필문협 확대간부회의 마치고 나오다가 안경덕 선생 만나 안부 전해듣기도 했습니다. 졸작 글에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