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애치환
병자의 마음을 건강한 사람은 모른다
四方患者身注射(사방병자신주사)-사방에는 환자들 몸에는 주사바늘줄
孤獨病室照月色(고독병실조월색)-고독한 병실에 비추는 것은 달빛뿐
寂廖空間呻吟裏(적료공간신음리)-적막공간 뒤에는 신음소리 처량한데
粥藥須人他手借(죽약수인타수족)-죽 약을 먹으려 해도 다른 사람 손 빌려야 하네
病人易得生煩惱(병인이득생번뇌)-병을 앓는 사람은 슬픈 생각 더욱 많고
健者敢于知患心(건자감우지환심)-건강한 사람이 어찌 환자의 마음을 알 수 있으랴
人生如夢永可保(인생여몽영가보)-인생이 꿈같은지라 어찌 오래 보전 하랴
醫員先愛對病者(의원선애대병자)-의사는 먼저 사랑으로 병자를 대하소서!
농월(弄月)
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 !
위의 붓글씨 액자 【先愛治患(선애치환)】은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옆에 있는
서울성모병원 4층에 걸려 있다.
【先愛治患(선애치환)】의 뜻은
“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필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가 약 30년 동안 지병으로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옛 이름 강남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30년동안 서울성모병원의 발전역사를 눈으로 보아왔다.
새로 신축된 서울성모병원은 외적인 규모나 병원 시설, 의료진 의술 등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여도 높은 수준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2010년 병원 신축건물기념으로 이 글씨가 걸렸다.
“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
1999.11.29 ~ 2000.6.27. 사이에 MBC 드라마 “허준”이 시청률 65%라는
공전(空前)의 히트 속에 방영되었었다.
이 드라마 내용 중에 허준(許浚)의 스승인 전설의 명의(名醫) 유의태(柳義泰)가
참된 의원은 【심의(心醫)】라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드라마 5회에 아래의 대사가 나온다.
【유의태(柳義泰)의 아들 도지가 내의원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떠나는 날
(유의태는 아들 도지가 내의원 과거를 볼 실력이 안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들 도지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자
유의태는 인사는 받지 않고 하는 말이
의원으로 자처하는 하고많은 부류(部類)의 의원들 중에 내가 의원으로 인정하는 건
“심의(心醫)” 뿐이다.
마음심(心)자 심의(心醫) !
병자를 대하여 진실로 불쌍히 여기는 긍휼(矜恤)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진짜 의원(醫員)인 심의(心醫)다.
헛된 명성(虛名)만 쫓지 말고 세상과 환자가 진실로 기다리고 바라는 의원은
오직 심의(心醫)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그만 나가 보거라.】
필자가 MBC에서 실시한 “드라마 허준 시청 소감”응모 글을 썼기 때문에 정확히
대사(臺詞)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先愛治患(선애치환)】과 【심의(心醫)】를 【사랑】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인생관이지만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과 가치는 오직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플라톤의 에로스(Eros)든, 신(神)의 아가페(agape)든, 불교의 범파(梵巴)든
유교의 인(仁)의 사랑이든 간에--
사랑의 글자인 “애(愛)”자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서로 아낀다는 뜻이다.
나는 사랑과 행복을 같은 선상에 두고 있다.
사랑과 행복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善)이다.
사랑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산(島山) 안창호(安昌鎬)선생의
“애기애타(愛己愛他)”사상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종교나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他)을 사랑하면 최고의 사랑이다.
조선 세조(世祖)가 저술한 의약론(醫藥論)에서 의사(醫師)의 등급을 8등급으로 나누었다.
그중 3등급은 약의(藥醫)라 하여 약(藥)을 이용해서 치료를 하는 의원을 말하고,
2등급은 식의(食醫)라 하여 음식으로 치료하는 의원이다.
1등급은 심의(心醫)라하여 환자의 마음을 읽으면서 병과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를 말한다.
심의(心醫)는 의사 자신의 마음수양을 중시해야 한다.
의사 자신은 담배를 피우고 술고래며 비만이면서 환자보고 금연 금주로 체중을
줄이라는 의사는 8등급 의사다.
부모가 자식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사랑 때문이다
부부간 사이가 좋고 나쁜 것도 “사랑이 있고 없기” 때문이다
친구간 연인간의 간격척도(間隔尺度interval scale)도 사랑이다.
사랑을 물질이나 인격 외모로 측정하는 것은 가장 저질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사랑은 필수적이다.
이 글을 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것이 “흰 가운을 입고 환자 앞에 군림”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명의(名醫)들의 권위의식을 벗는 것이 【先愛治患(선애치환)】 앞에
먼저 해야 될 일이라 생각든다.
그리고 진정 “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를 실천하려면
5층부터 환자 입원실인데 이렇게 뜻이 깊은 글을 의사가 많이 다니지 않는 4층에
걸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이 왕래하는 1층 높은 곳에 걸어두고 항상 마음에 다짐하는 것이 옳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다.
어디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마음만 【先愛治患(선애치환)】 이랴 !
먹고 남을 정도로 음식이 풍족하고
몸을 보호하는 옷이 너무 넉넉하여 이제는 일부러 패션이라는 미명아래
옷을 찢어서 입고 다니는(destroyed jean) 문화다.
인륜의 근본이며 사랑의 상징인 부부(夫婦)가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서 졸혼(卒婚)을
선언하는 때에 필자의 사랑타령이 망령(妄靈)타령으로 들릴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인간은 사랑해야 한다.
정치가 거들먹거리고
의사가 흰 가운을 환자를 가리고
청바지를 찢어 입고
돼지갈비로 입이 찢어지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모두 사랑결핍증(愛缺乏證Love Deficit) 병증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랑해야 행복해 질 수 있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