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하나의 나뭇잎을 얼어붙게 하는 밤,
두 마리 휘파람새의 결투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흑백 사진으로 남은 처절한 로맨스의 두 주인공 - 닥터지바고의 저자,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그의 연인 올가 이빈스카야...
올가 이빈스카야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시기는 1992년 쯤이다. 당시 신문에 난 기사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집념이 강한 로맨스를 목격한 것이다. 정확한 신문사 이름은 잊었지만 대충 내용은 파스테르나크의 원고(닥터 지바고의 필사본과 그외의 많은 원고들)에 관한 올가의 투쟁과 그들의 사랑이야기였던 기억이 난다.
1992년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어 원고를 돌려 받았지만 2년 뒤에 다시 파스테르나크의 유가족에게 원고 반환 소송에 걸리게 되었던 올가... 당시 80세가 넘은 나이로 웅크리고 찍은 사진의 용모에서는 끈질긴 집념의 의지와 사랑의 승리자의 모습을 느끼게 했다.
1949년 파스테르나크 대신 시베리아 정치 수용소에서 4년을 보낸 올가, 당국으로부터 자유주의 국가의 첩자로 몰려서 죽을 상황까지 갔다. 그녀는 수용소에서 파스테르나크의 아기를 유산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그 가혹한 고통을 이겨냈고 스탈린 사망 후 대사면을 받은 올가는 파스테르나크와 다시 조우를 하게 된다.
1958년 파스테르나크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타의적으로 거부했지만 소련작가동맹에서 내쫓겼으며 더 이상 책을 출판할 수 없었다. 2년 뒤인 1960년 그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시 3개월 뒤 올가는 첩자로 몰려서 시베리아에서 4년을 보내게 된다. 그 사이 파스테르나크의 원고는 당국에 압수되고 만다.
지금은 파스테르나크의 유가족과 올가의 유가족이 싸우는 형국인데, 과거 당국으로부터 서방세계의 첩자로 몰려 8년이나 수형생활을 했던 올가를 이제는 파스테르나크의 유가족들이 KGB 첩자로 몰고 있다는 점이 비극적이다.
그들의 투쟁은 차치하고라도 1995년 올가의 장례식은 파스테르나크의 시를 암송하면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향년 83세 올가 이빈스카야는 그렇게 끈질기게 한 사람을 불꽃처럼 사랑하다가 갔다. 그녀의 무덤은 바로 파스테르나크 무덤 근처라고 한다.
한 남자를 몸서리치게 사랑하고 간 올가 이빈스카야의 83년이 어쩌면 영원으로 이어져있는지 모를 만큼 길게 느껴진다. 아직도 80이 넘은 나이로 웅크리고 앉아서 원고 소송을 진행하던 사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시조시인 이 영도 여사와 청마 유치환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생각난다.
연주음악 - 모스크바 발랄라이카 4중주단 - 닥터 지바고OST <라라의 테마>
첫댓글 영화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사랑이야기네요... 몰랐던 내용이었는데 ..감사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소설보다도 더 소설적이고 영화보다 더 영화적 이라..... 나도 얼핏 들은 이야기 인데 지금 읽으니 참으로 새롭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