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말, 어딘가 어색하지 않으세요? 커피 전문점뿐 아니라 백화점, 패밀리 레스토랑, 이동통신사 상담콜센터등 친절과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사업장에서는 물건에 존칭을 붙이는 이른바 ‘사물존칭’이 아주 흔해졌습니다.
이것이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커피님’을 높이는 사물존칭을 듣고, 말하게 된 것일까요?
사물 존칭과 간접 존대는 다르다
동사나 형용사에 붙여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시-’는 사람을 높일 때만 쓰입니다. 따라서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 제품은 50% 세일이십니다’ ‘지금은 자리가 없으십니다’ 등 물건에 이를 붙이는 사물존칭은 맞지 않는 표현이죠.
높여야할 대상의 신체 부분, 심리, 소유물과 같이 주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을 통해 주어를 간접적으로 높이는 ‘간접 존대’에는 ‘눈이 크시다’, ‘걱정이 많으시다’, ‘선생님, 넥타이가 멋있으시네요’처럼 –시-를 동반합니다. 그러나 ‘문의하신 상품은 품절이십니다’, ‘말씀하진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포장이세요?’ 에서 품절, 사이즈, 포장 등은 청자의 소유물이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사이즈가 없습니다’ ‘품절입니다’ ‘포장해 드릴까요?’가 바른 표현입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문법을 모르기 때문에?
고객들이 사물존칭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백화점과 콜센터 등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사물존칭이 문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9월 22일 동아일보 기사 <사물존칭, 표준말 될라>에 따르면 동아일보가 국내 3대 통신사인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콜센터 상담사 665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물존칭이 잘못된 문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569명(86%)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또 이 569명 가운데 394명(69%)이 틀린 문법인 줄 알면서도 사물존칭을 ‘가끔’ ‘거의’ ‘매번’ 쓴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즉,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사물존칭이 우리말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쓰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사물존칭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처럼 물건을 높이는 현상이 횡행하는 것은 아닐까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금은 2000원이세요. 손님에게 어울리는 색은 파란색이세요’ 등의 문장에 대해 32.4%가 ‘경어로 느끼지만 다소 어색하다’고 대답했고 다음으로 ‘경어로 느끼지만 매우 어색하다’(22.5%)는 의견이 뒤따랐습니다. ‘경어로 느껴지며 어느 정도 자연스럽다’(19.3%), ‘경어로 느껴지며 매우 자연스럽다’(15.5%) 등 사물존칭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심지어 ‘경어로 느껴지지 않는다’(10.3%)는 의견도 있었죠. 이처럼 사물존칭을 쓰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보기 : 요금은 2000원이세요. 손님에게 어울리는 색은 파란색이세요.
<자료출처 : 국립국어원, <201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보고서>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사물존칭이 틀린 표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습관처럼 굳은 표현을 당장 바로잡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글날을 맞은 오늘 하루만큼은 올바른 말을 쓰도록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직장과 사회에서 올바른 경어쓰기
–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 예절> - 경어편
존경의 표현
직장에서 지칭 대상이 동료이거나 아래 직원인 경우에는 ‘ooo 씨가 이 일을 처리했습니다’처럼 주체를 높이는 –시-를 넣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직급이 같거나 낮은 사람에게도 –시-를 넣어 존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듣는 사람이 지칭 대상보다 윗사람인 경우 ‘총무 과장이 이 일을 했습니다’처럼 말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직장에서의 압존법은 우리 전통 언어 예절과 거리가 멉니다. 윗사람 앞에서 그 사람보다 낮은 윗사람을 낮추는 것이 가족 간처럼 사적인 관계에서는 적용될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 쓰는 것은 어색합니다. 따라서 직장에서 윗사람을 그보다 윗사람에게 지칭하는 경우 주체를 높이는 –시-를 넣어 ‘총무과장님이 이 일을 하셨습니다’처럼 높여 말해야 합니다.
공손의 표현
공식적인 상황이거나 덜 친밀한 관계에서는 직장 사람들에게 ‘거래처에 전화하십시오’처럼 ‘하십시오체’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친소관계에 따라 ‘거래처에 전화하셨어요?’, ‘거래처에 전화하세요’처럼 적절히 높여서 쓸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듣는 사람이 아래 직원이라고 해도 ‘거래처에 전화해라’ (해라체)는 쓰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겸양의 표현
우리가 집에서 어른에 관해 말할 때는 ‘잡수시다’, ‘주무시다’와 같은 높임말과 ‘드리다’, ‘여쭈다’처럼 겸양의 말을 쓰는데 직장에서도 이러한 표현을 적절히 골라써야합니다. 다만 집에서는 ‘할아버지, 진지 잡수셨습니까?’처럼 ‘밥’에 대해 진지를 쓰지만 직장이나 일반 사회에서 ‘과장님, 점심 잡수셨습니까?’처럼 ‘점심’이나 ‘식사’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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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daum.net/hellopolicy/6982725
첫댓글 맞아요! 좋은 우리말을 왜 그리 요상하게 만들어 사용하는지~~~
요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 중에~~~ '착한가격'이란 단어도 물건이 사람인양 '착하다'는 수식어를 사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