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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1 (일) '신윤핵관'은 누구… 정진석, 원톱으로 부상할까
국민의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당내 권력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했고, 장제원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하는 등 ‘원조 윤핵관’이 퇴조한 틈을 노려 신윤핵관 그룹이 당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톱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와 새 비대위로 전환을 이끈 ‘신윤핵관’ 그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진석 “정부 성공 위해 집권여당 안정시킬것”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동갑으로 ‘윤핵관 맏형’으로 불린다. 어머니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의 고향인 충남 공주가 정진석 위원장의 지역구로 인연이 깊다. 정진석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부터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켜내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도왔고, 지난해 6월 윤석열 대선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을 때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함께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옆자리를 지켰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육모 방망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이준석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진석 위원장을 향해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 수락 일성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여당을 안정시키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부터 정신차리겠다. 당을 신속히 정비하겠다”고 했다. 정진석 위원장 발탁 과정에 대통령실과 당 사이 의견 조율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진석 위원장은 대통령실, 정부와 긴밀한 소통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직에 여러명이 거론됐지만, 결국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며 “당정 관계는 안정적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국정과제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밀도 있는 당정 회의를 이어가야 한다”며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
● 비대위 전환 이끈 초재선 그룹 관심
‘신윤핵관’으로 거론되는 대부분은 초선 및 재선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 7월,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을 비판하는 한편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작은 배현진 최고위원이었다. 배현진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아 일찌감치 친윤계로 분류됐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지도부 내에서 처음으로 사퇴를 선언하며 “지금이라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했는데, 당시 권성동 대행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박수영 의원을 중심으로 한 초선의원 32명은 연판장을 돌리며 비대위 전환을 촉발했다.
새로운 비대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새 비대위 구성에 반대 의견을 내놓는 중진 의원을 비판한 전주혜 의원도 있다. 재선 그룹에서는 정점식, 이철규, 김정재 의원 등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선후배 관계인 정진석 의원은 재선 의원 간사를 맡아 중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펄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총괄보좌역을, 김정재 의원은 당선인 특별보좌관을 맡은 경험이 있다.
● 이준석, 신윤핵관으로 4선 윤상현 지목하기도
신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초·재선 의원 대부분은 앞장서서 이준석 전 대표를 비판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윤핵관‘이 아니라, ‘장핵관’(장제원 의원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대부분이 장제원 의원이 당초 구성하려고 했던 공부 모임 ‘민들레‘ 구성원인데다 인수위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초선이 앞장서서 중진을 비판하고, 비판 발언을 가로막는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21대 국회 초반만해도 초선의원끼리 사이가 좋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이 갈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는 초·재선이 아닌, 또다른 중진 의원이 새로운 윤핵관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4선 윤상현 의원을 지목했다.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물러난다고 해도 ‘윤심’(尹心)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최소한 총선까지 윤심이 당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믿을만한 의원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윤핵관의 위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문지로 책 싸서 다닌 철학자… 尹정부 위기 컨트롤타워 맡다
역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은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맡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정상황실장은 '문재인의 복심'이라 불렸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상황실장은 '좌희정 우광재'라고 불렸던 이광재 국회사무총장과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였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맡았습니다. 국정상황실을 처음으로 만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대 국정상황실장에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임명했습니다.
국정상황실장이 요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국정상황실이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각종 정보의 중추이기 때문입니다. 국정상황실은 재난재해·안보·치안·경제 위기 시 정부 간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평상시에는 민·관의 정보를 취합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감지합니다. 위기 대응을 위한 대통령의 행보나 메시지도 관리해야합니다. 단순 위기대응 능력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정무감각까지 갖춰야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 정권 최초로 이 국정상황실을 존치시켰고,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했습니다.
♠ 보수의 지략가, 김병준의 남자… '尹 메시지 담당'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오섭 실장을 소개한 사람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한오섭 실장은 정치권에서 '김병준의 사람'으로 잘 알려져있었습니다. 한오섭 실장은 2018년7월부터 약 8개월 간 김병준 전 위원장의 비서실 부실장으로 근무했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세종을 후보로 나선 그를 도왔습니다. 한오섭 실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도전을 선언했을 때 즈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정치권 원로들에게 도움을 구했고 그 중에는 김병준 전 위원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병준 전 위원장은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사람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한 인물이 바로 한오섭 실장입니다. 한오섭 실장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맡은 업무는 '메시지 관리' 였습니다.
20년 넘게 정치권에서 단련된 그의 정무 역량을 주목한 것입니다. 한오섭 실장은 2000년대 뉴라이트 전국연합 정책실장을 맡으며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른바 '운동권'이었지만 소련 붕괴와 함께 사상을 전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정무특보,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등을 맡아 보수 진영의 지략가로 활동했습니다. "경기장의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 한오섭 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한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이는 지난해 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하고 20·30대 지지율이 떨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꿋꿋이 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가 묻어나는 발언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홍준표 대구시장(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응수한 것 역시 한오섭 실장의 작품으로 알려져있습니다.
♠ "대통령 포항에서 오니 책상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서류가"
11호 태풍 한남노가 한반도 남부를 강타한 지난 9월 6일, 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물바다가 된 포항 시내 한복판에 해병대 소속 장갑차가 나타나 시민들을 구조하는 영상이었습니다. 군·경을 포함한 온 정부가 태풍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전날 "군과 경찰은 지역별로 재난대응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용인력을 최대한 재난 현장에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같은 지시가 이행되도록 물밑에서 조율한 사람이 바로 한오섭 실장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면 한오섭 실장이 이종섭 국방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연락하거나 혹은 반대로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했다고 합니다. 태풍 힌남노에 직격타를 맞은 포항·경주시가 태풍 피해를 입은지 하루만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데도 한오섭 실장의 대처가 주효했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의 전언입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포항 피해 현장에서 돌아오자 집무실 책상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서류가 준비돼있었다"고 전했습니다.
2020년 9월 태풍 하이선으로 강원 삼척시, 경북 영덕군 등 5개 지자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데 9일이 걸렸습니다. 2019년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빠져나간 이후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는 7일이 소요됐습니다. 지난 달 수도권·충청권 집중호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상황을 지휘한 판단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한오섭 실장 및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새벽 3시를 넘어서까지 유·무선으로 상황에 대응했지만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냐(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 "신문지에 책을 싸서 다니면서 읽는 사람"
니코마코스 윤리학·마키아벨리 군주론 애독 '철학자 정치인' 한오섭 실장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인사의 평가입니다. 신문지에 책을 싸고 다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만큼 책을 소중히 한다는 의미일 수도, 혹은 어떤 책을 읽는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오섭 실장은 정치권에서도 다독(多讀)가이자 정치 철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이름이 알려져있습니다.
대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오섭 실장을 국정상황실장으로 천거하려하자 그는 거듭 사양했다고 합니다. 당시 단테의 《신곡》을 숙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한오섭 실장은 평소 기자들과도 만나 애독서인 이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을 추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한오섭 실장은 한신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수료했습니다.
대통령은 녹색, 경호원은 노랑… 한 현장 두 민방위복
대통령은 녹색(그린), 경호원들은 노란(라임)색. 총리와 장관도 대통령처럼 녹색, 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은 노란색이다. 최근 복수의 태풍 피해 현장에서 목격된 민방위복 색깔이다. 라임색은 현행 민방위복, 그린색은 새로 도입될 민방위복 시제품 다섯 가지 후보 중 하나다. 이 같은 '동일 현장 두 가지 색 민방위복'은 행정안전부가 17년 만에 민방위복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각기 다른 색깔의 민방위복이 업무나 인식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중앙부처는 그린, 지역은 라임색' 또는 '중앙은 새옷, 지역은 헌옷'처럼 민방위복으로 중앙과 지역을 차별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지난 9울 7일 태풍 '힌남노'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단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수행원 대다수가 그린색 민방위복 시제품을 입고 있었지만 경호 인력 상당수는 기존 라임색 민방위복을 입었다. 시제품 물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가급적 일행과 동일한 복장으로 눈에 띄지 않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경호원들이 이날은 한눈에 봐도 두드러지는 '튀는' 복장을 하게 된 것이다. 다음 날 부산 피해 현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그린색 민방위복을 입었지만 박형준 부산시장 등 지자체 관계자들은 라임색 민방위복을 입고 나왔고, 상대적으로 수가 적었던 총리 일행이 두드러져 보이기도 했다.
민방위복 변경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민방위복은 재난현장에서 구호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신체 보호나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의 눈에 잘 띄고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구호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새 민방위복이 기존 민방위복보다 현장 활동에 필요한 방수·난연 등 기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지만, 일부 국민들은 눈에 잘 띄는 라임색을 어두운 그린이나 네이비색으로 바꾸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비로 민방위복을 구입해야 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선 일방적으로 새 민방위복을 변경해 의도치 않은 지출을 하게 됐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포항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의 민방위복 오른쪽 팔에 벨크로(찍찍이)로 부착된 '대통령'명찰을 두고 "대통령을 바보로 만들지 말라","촌스럽다"는 등의 혹평도 나왔다. 민방위복은 2005년 현행 라임색으로 바뀌기 전까지 약 30년간 카키색을 유지했다. 당시 정부는 '주의' 또는 '조심'의 의미로,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라임색을 채택하고 현장 활동성과 실용성, 신체 보호 기능 등을 고려해 현 민방위복을 디자인했다. 그런데, 17년이 흐르는 동안 활동성이나 착용성이 더 좋은 복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행안부는 지난달 8월 17일 개편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새 민방위복은 경계·공습·해제를 상징하는 민방위 로고를 평화와 시민보호를 상징하는 국제민방위 마크와 한국적 요소를 결합한 새 로고로 대체하고, 스타일은 점퍼형에서 사파리형으로, 소매는 단추형에서 스냅형으로 변경했다. 색상은 다크그린, 네이비, 그린, 그레이, 베이지 등 총 5가지로, 이중 지난달 국민선호도 조사에서 호평을 받은 그린과 네이비가 을지훈련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됐다. 행안부는 민방위기본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까지 민방위복제 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2024년까지는 새 민방위복 착용을 강제하지 않고 현 라임색 민방위복과 혼용한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민방위복 시제품 홍보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 선호도 조사에서 뽑힌 그린과 네이비는 물론, 그레이와 다크 그린, 베이지까지 다섯까지 색상을 번갈아 입고 다양한 현장을 누빈다. 그러다 보니, 지난달 삼복 더위 속에서도 사파리 점퍼 형태의 민방위복을 입고 현장을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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