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배우의 죽음에 부쳐'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습니다.
언젠가 제 사유의 글을 친구들께 보낼 때
인간에게 공평한 세가지를 언급하였습니다.
출생,
시간,
죽음만이
누구에게나 공평할 뿐입니다.
인류역사의 시작과 함께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어느날까지
죽음은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사고도 사건도 범죄도 악한 일들도 더 성행해 가는 시대입니다.
전쟁도 죽음도 더 많은 시대이지요.
키에르 케고르가 말했습니다.
인생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요
맞습니다.
순서가 다를 뿐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죽음의 차이라면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냐
나와 무관한 먼 죽음이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요새는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예술가, 인기 혹은 유명 스포츠인들까지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다 공인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거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거나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지지를 얻거나 사랑을 받는 것이 오늘날의 공인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사생활은 물론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사람들의 관심이 되거나 화제가 되거나 문제가 되지요.
그 중 가장 큰 관심이 그들의 죽음이겠지요.
그것은 내관심의 내사랑의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가 여배우여서가 아니라 그가 누구일지라도
모든 죽음은 애닮거나 슬픕니다.
물론 호상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누구의 죽음이건 상관없이 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고요.
생명의 탄생만큼 죽음은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탄생과 죽음은 신의 영역입니다.
물론 자살도 있겠지만
자살이 나쁜 것은 신의 영역을 거스리는 것 입니다.
저와는 연배가 달라도 그 여배우의 공적인 삶만큼
저의 삶도 동시대를 살아서 더 가깝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저는 살면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꽤 있었습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을 빼면 꽤 많은 사람들은 살면서 이따금 죽음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40대 이후에는 자살은 아니지만 죽음을 많이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어느날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나,
가족과 소유의 모든 것들을 두고 가는 것도 상상이 쉽지 않았지만
내가 죽고나도 세상은 아무 문제없이 아무일도 없는 듯
돌아갈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지나가고난 50대부터 나는 늙음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장수가 인류의 재앙이 되리라고 생각하여왔습니다.
준비되지 못한 늙음은 비참하거나 고통스러울 수 있고 준비없는 죽음도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나는 인격적인 늙은이가 되려고
기도하고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도 인간이라 그 여배우 아니 화려하게 살다
죽음까지도 호사스럽고 복있게 죽는 사람이 부럽긴 하지만
그런 유명인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런 사람이 될 가능성도 없는 초라한 범인이니
죽음도 소박하게 세상에서 가장 돈안드는 장례의식과
가장 적은 수의 사람만이 와주면 족합니다.
나는 나의 사랑 지리산에 뼈의 일부는 버리고
나머지는 자연으로 돌아가려구요.
우리는 삶을 충실히 하여야 하는 만큼 죽음도 충실히 준비해야합니다.
"모든 준비된 죽음에 축복있으라."
<나의 버킷 리스트>
나는 무엇을 하고 싶기 보다는
어떻게 나의 늙음과 죽음을 준비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싶습니다.
첫째;
나는 인격적으로 나이먹고 순하게 살고 싶습니다.
둘째;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세째;
나는 나의 자전적인 삶을 책으로 남길 것입니다.
네째;
나의 사랑 지리산에 살며 그곳에서 죽는 것입니다.
다섯째;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대로
신발, 학용품, 장난감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여섯째;
지구상에 기아선상에 있는 이들에게 식량을 보내는 것입니다.
일곱번째;
그동안 가보지 못한 나라들을 여행하는 것입니다.
여덟번째;
주변의 친구들과 지인들과 가끔
(내마음은 아주 자주 그러나 그들은 많이 바쁠 것 입니다)
고기를 굽고 요리를 하고 내가 담근 술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홉번째;
가능하면 한국의 산들을 모두 다니고 싶습니다.
열번째;
백두대간이나 동서나 남북으로나 걸어서 국토순례를 해 볼 것입니다.
열한번째;
나에게 상처 받거나 힘들었던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고 화해할 것 입니다.
열두번째;
아주 소박하고 검소하게 순하게 지리산에서 살다가 지리산에서 죽을 것입니다.
열세번째;
모든 장기와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고 죽을 것입니다....
첫댓글 2002년 뉴욕 한인교회에서 3년간 가깝게 지낸 지인이 어제 보내준 글입니다...
맨하튼 하나은행에서 근무하다 퇴직하고 7년전 한국 저희집에 한달간 머물면서
함께 갔던 지리산 남원 뱀사골과 구례 하동 지리산 자락.. 섬진강이 좋았나봅니다...
한국에서 유명대 출신에 아름다운 미모에 진선미를 두루 갖춘 분이셨는데..
30년 이민생활과 이혼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 보낸 글이라 공유하고 싶어 올려봅니다..
글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수 있네요...
공감과 잔잔한 감동이 와닿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