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9일.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
2002년의 그 열기를 기억하는가.
인구 천만이 밀집되어있는 수도라는 이유일까. 아니면 이 날이 오기 전까지 수많은 일이 있어났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 경기가 그만큼 중요한 것일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흡사 그때처럼, 수많은 인파들이 이곳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9시가 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넘게 남았는데,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6만 8451석은 이미 대부분 관중들로 들어차 있었다.
날씨 영상 2도, 습도 40%. 맑다기 보단 구름이 많이 끼인 날씨지만 공차기엔 좋은 날씨이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으로 가기 위한 관문인 마지막 경기. 대한민국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최종예선에 진출하지만, 대한민국 축구계에 많은 잡음이 있었기 때문에 마냥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속해있는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의 현재 상황은 대한민국과 레바논이 3승 1무 1패로 두 나라 모두 최종전에서 비기기만해도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하지만 바로 턱밑에 있는, 대한민국이 오늘 상대하는 쿠웨이트가 2승 2무 1패로 승점 8점이기에 오늘 이 경기에서 진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야되고, 최종예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7회 연속 진출해 온 월드컵에 못나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종예선이 아닌 3차예선에서.
대표팀 대기실 안의 한 사내. 불과 몇달전만 해도 전북에서 '봉동이장'이라 불리며 일명 '닥공 전북셀로나'를 진두지휘 하던,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최강희 감독의 주름살이 더 깊게 패였다.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일까.
"몸들은 다 풀었나?"
선수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재 상황, 그리고 감독의 긴장감. 선수들의 눈빛도 비장함을 띄고 있었다.
"그럼 오늘 선발 라인업을 발표 하겠다. 먼저............"
관중석으로 부터 뿜어져 나오는 우뢰와 같은 함성소리. 우렁찬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오늘 경기에 뛸 선수들이 소개될때마다 선수들을 향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수문장 자리를 꿰찬 김영광 선수. 주장 곽태휘 선수와 함께 울산 철퇴축구의 끈끈한 수비를 한 일등 공신이다. 뒤를 이어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 선수, 최효진 선수, 박원재 선수가 소개 되었다.
"식사마~!!!"
"와하하! 오랜만이다~~!"
유쾌한, 하지만 팀의 굳은일을 도맡아 하는 식사마 김상식 선수, 그의 짝으로 기성용 선수가 소개되었고, 김재성 선수, 이근호 선수, 한상운 선수, 그리고 최강희 감독의 애재자 이동국 선수가 소개 되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형은 최강희 감독이 전북에서도 사용하던 4-2-3-1 형태였고, 김상식-기성용 선수 앞에 김재성 선수가 위치하는 삼각형 미들 라인 이었다. 오른쪽 날개에는 이근호, 왼쪽 날개에는 오늘이 데뷔전인 한상운 선수, 원톱에는 이동국 선수가 위치해 있었다.
쿠웨이트는 골키퍼 알 칼디 선수를 필두로 하여 알 라쉬디, 알 파델, 알리, 시나드, 사힌, 알 애네지, 알 아브라힘, 알 아미르, 왈리드, 알 무트와, 나세르 선수가 4-4-2 전형으로 나왔고, 2011년 9월 6일 쿠웨이트 홈에서 열렸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 작용했던 것일까 그때와 같은 선수 명단 이었다.
"오랜만에 내게 온 기회다. 꼭 붙잡고 있어야지!"
킥 오프 전 모든 행사가 끝나고, 골대 앞에 위치한 김영광이 속으로 되뇌였다. 대표팀의 부름은 계속 받았으나 쉬이 선수를 바꾸지 않는 골키퍼 포지션의 특성상 경쟁자 정성룡에 밀려 벤치신세였던 그의 굳은 결심을 볼 수 있었다.
2012년 2월 29일. 21 : 00. 서울 월드컵 경기장.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대한민국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제자리를 찾은 김재성이 이동국에게 공을 주고, 이동국은 그 공을 뒤로 돌렸다. 닥공 감독의 영향일까. 대한민국 선수들이 조금 앞쪽으로 위치해 있었다.
"자자~ 쉽게쉽게 가자고~"
주장 완장을 차고있는 곽태휘가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들려온 유쾌한 김상식의 목소리.
"태휘 말이 맞다, 자 닥공!!!"
곽태휘에게 받은 공을 김상식이 조금 앞쪽의 기성용에게 연결했고, 기성용은 달려나가는 한상운을 향해 길게 패스했다.
한상운이 그 공을 향해 쇄도 했으나 조금 길었다. 미리 달려와 길게 차내는 알 파델.
냅다 걷어낸 것 같은 그 공은 전진해 있던 대한민국 수비진 머리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갔고, 그 공을 보고 달려가는 선수가 있었다.
"이런!"
"아뿔싸!"
전진해 있던 수비진 뒤로 생긴 넓은 빈 공간. 그 공간에서 볼을 잡은 나세르가 속도를 내어 드리블 하기 시작했다.
미처 대비할 틈도 주지 않고 달려오는 나세르를 향해 김영광이 허겁지겁 달려나왔다.
"에잇! 이렇게 쉽게 내줄 순 없다!"
김영광이 달려나오자 니세르는 침착하게 골대 왼쪽으로 볼을 찼다.
출렁.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탄성소리.
불과 전반 5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첫댓글 현실에선 안 일어났으면 하는 상황이....ㅠㅠㅠㅠ
헐 ㅋㅋ 저주 돋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