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나’의 마지막 부탁.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요. 실수가 있는 법이예요. 아들이 자라서 혹 실수를 하더라도 너무 탓하지 마세요. 그렇게 부탁하고 떠나려 합니다. 출산하고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쫓겨나는 것입니다. 숨겨둔 과거 때문에. 짐작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일찍 밝혀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물론 평생 그냥 묻혀버리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 일이란 것이 알 수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모릅니다. 그 때 자리를 함께 했던 사람이 이런 데서 맞닥뜨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물고 늘어지는데 도리 없습니다. 거짓이 들통 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나리라 여겼습니다.
전쟁 통 여자는 남자보다 더 살아가기 어려웠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잠시 접대부 생활을 했던 것인데 그 때 보았던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야 반갑다고 인사했겠지만 로나의 상황은 그 때와 다릅니다. 아주 깔끔한 장교 출신 남자의 아내입니다. 이제 퇴직하고 옛날 목장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뭐든지 바르고 남자답고 의로워야 합니다. ‘콜트’는 군대에서도 딱 부러지는 성품으로 알려져 있던 사람입니다. 남녀관계라는 것이 묘하지요. 아무튼 콜트와 로나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콜트의 목장으로 돌아와 결혼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전부터 목장을 지켜주던 멕시코인 집사와 아들들이 협력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목장으로 돌아온 콜트는 크게 두 가지 문제와 맞닥뜨립니다. 하나는 목장을 탈취하고자 하는 세력이고 또 하나는 헤어졌던 동생 ‘신치’가 돌아와 있다는 것입니다. 판문관이라는 관리는 정부의 권력을 이용하여 콜트의 목장을 사취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치를 벗어난 명목의 세금 부여명세를 가지고 콜트를 억압합니다. 때로는 군대까지 동원하여 압박합니다. 그러나 일단 아직은 개인 재산이기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습니다. 한 발짝 물러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콜트를 궁지에 몰아붙이려 합니다. 그런데 마침 콜트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어 총질을 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듭니다. 콜트와 로나 사이를 불화하도록 하여 구실을 제공한 로나를 안다고 했던 사람을 내세웁니다. 로나가 나서서 싸움을 막고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합니다.
콜트가 속았다는 생각으로 로나를 쫓아냅니다. 과거로 인해서 당하는 아픔을 로나는 인정하고 짐을 쌉니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의 사랑은 가짜였나 싶기도 할 것입니다. 사랑은 과거의 잘못을 덮어줄 수 없을까요? 그것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일까요? 하기야 당시 의식과 문화와 관습으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 또한 그랬습니다.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고 사랑했으니 과거를 고백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어쩌면 그게 그렇게도 중요한가 싶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지금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그러나 참 이상합니다. 지나간 것이지만 그것이 늘 앞길을 막습니다. 비단 사랑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는 오늘의 나를 만든 요소이기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언제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로나도 인정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러나 지금 사랑하는 마음까지 거짓은 아닙니다. 슬픔과 고통을 짊어지고 집을 나섭니다. 그 후 집사가 알려줍니다. 로나가 콜트의 아기를 가지고 있다고. 당장 뒤를 쫓아갑니다. 그리고 강제로 데리고 돌아옵니다. 이유는 하나, 아기를 놓고 가라는 것이지요. 그만한 대가는 지불하겠답니다. 아기를 팔라고요? 그런 결과입니다. 결국 아기를 낳고는 다시 강제 이별을 당합니다. 어미의 아픔까지 덤으로 받습니다. 과거의 값이 모집니다. 이 모든 상황을 곁에서 지켜본 맥시코인 집사도 함께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콜트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답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동생 신치입니다. 어려서 사고로 인하여 팔 하나를 잃은 장애인입니다. 소위 외팔이가 된 것이지요. 형인 콜트가 동생의 생명을 구하려 팔 하나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형은 영웅이 되었지만 동생은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니 마음까지 장애를 입었던 것입니다. 이성에 투철한 형과 감성에 사로잡힌 동생은 서로 엇갈렸습니다. 물론 부모도 형인 콜트를 믿고 가산을 다 콜트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나누자고 덤빕니다. 게다가 그 목장을 노리고 정부의 관리라는 권세를 가진 한 무리가 끈질기게 달라붙습니다. 이런 저런 구실을 대며 정 안 되니까 살해할 계획까지 세웁니다. 아무튼 신치와 뜻이 맞았습니다.
그러나 목장을 갈취하려는 자들은 아예 형제를 살해하고 증인이 될 로나까지 모두 처리할 계획으로 쳐들어옵니다. 신치가 형과 대치하고 밖에 대기 중인 무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들의 속셈을 알아챈 신치가 총부리를 형으로부터 그들에게 향하며 함께 희생당합니다. 위험 속에 아기에게 달려가는 어미를 본 콜트의 마음이 달라집니다. 이번 사태로 사실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잃을 뻔 하였습니다. 생각이 바뀝니다. 이제 아들이 자라야 하는데 어미 없이 자란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용서입니다. 용서는 사랑의 결과이고 사랑의 불쏘시개입니다. 영화 ‘텍사스 목장의 혈투’(Three Violent People)를 보았습니다. 1956년 작입니다.
첫댓글 생생한 혈투
감사합니다
@신나라제이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