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비행기 타 본 경험은 몇 번 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잘 알듯이 비행기 탑승할 때는 무기가 될 만한 기구를 지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범죄를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하다못해 연필도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발견한 것은 비행기 안에 주방이 있다는 것입니다. 주방기구는 얼마든지 살인용 무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범죄자에게 주방이 점령당해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비행기 피납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을 여러 편 보았지만 아직 주방을 본 적은 없는 듯합니다. 왜? 글쎄요,
세상이 넓기도 하지만 이제는 아주 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도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세상을 누비며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기야 진작 좁아진 세상이지만 가만 앉아서도 세상을 주무르는 시대가 되었으니 할 말 없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직구로 세계 여기저기서 물건들이 쉽게 오고갑니다. 그런데 물건보다 더 빠르고 쉽게 주고받는 것들이 생깁니다. 세상이 발달하니 범죄도 따라서 발전(?)합니다. 대사 중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매우 공감이 갑니다. 실제도 그러하니까요. 법이 사건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건은 저질러지지만 법은 여러 사람이 합의를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법이 제정되면 범죄는 이미 진화되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수사도 범죄를 따라 진화해야 합니다. 마땅한 일이지요. 문제는 기존 인력이 벅차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인력을 보강해야 합니다. 그러니 구시대 수사관과 신시대 수사관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소위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럴지라도 신시대 수사관의 도움을 선배 수사관들이 잘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자기 직업을 살리고 지키려면 나이 탓하지 말고 계속 배워야 합니다. 물론 수사관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회생활 특히 직장생활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계속 신문물을 배워야 합니다. 발전해가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점점 더 힘들어지는 기분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인터넷에 뜬 누군가의 평을 읽었습니다.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예약을 취소해요? 그건 그 사람의 전문적인 시각이고 관객은 전문성을 찾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잘 알듯이 이 영화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대부분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다소 고차원적인 감상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재밌으면 됩니다. 신나고 시원하고 속이 후련해지면 끝입니다. 질질 끌지도 말고 적당히 속도를 내서 지루하지 않게 두들겨 패주면 된다는 말입니다. 이 답답한 현실을 잠간이라도 잊고 직접은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몸 좀 풀고 나오면 되는 것입니다. 사실 몸이 아니라 기분이지만.
한 청소년의 시신이 필리핀에서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분명한 살인입니다. 그것도 전문적인 살인입니다. ‘마석도’ 형사는 시신을 확인하고 부검 결과도 듣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니도 만납니다. 아들 하나 바라보고 살던 그 어머니도 스스로 세상을 하직합니다. 아이를 그렇게 만든 범인을 찾아달라는 유언을 형사에게 남기고 말입니다. 한 가정의 비극을 마주하며 형사는 다짐합니다. 반드시 잡으리라.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게 보통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살인은 전문적인 칼잡이이고 돈으로 그를 움직이는 또 다른 머리가 있다는 사실도 캐냅니다. 이들은 마약이 아니라 도박게임을 빌미로 돈을 갈취하고 있습니다.
이 대단한 악덕 인터넷 도박업체를 잡으려면 그만한 기술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결국은 돈을 모으자는 것이니 돈이 미끼입니다. 보이지 않는 이 놈들을 나타나게 하려면 경쟁업체를 만들어서 찾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독점해서 떼돈을 벌고 있는데 엉뚱한 놈이 껴들어 나눠먹게 된다면 가만둘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의 욕심이 그런 것이지요. 내가 다 가질 수 있는 것을 다른 놈이 껴들어 빼앗아간다면 용서할 수 없습니다. 경쟁은 둘째 치고 자칫 밖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두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거해야지요. 그러니 찾아서 뒤집어놔야 합니다. 형사들은 바로 그것을 노리는 것이고, 오기를 기다립니다. 한 무리는 잡았지만 정작 살인마는 이미 자리를 떴습니다.
이 살인마를 더욱 잔혹하고 무자비한 놈으로 만들어야 그 마지막을 그만큼 더 시원하게 끝낼 수 있습니다. 관객이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지요. 뻔한 이야기라도 바로 그것을 기대하고 보는 것입니다. 더구나 탕탕거리는 총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맛이 다릅니다. 희한한 마블영화가 이루어내지 못하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어떤 기구를 사용하는 것과 몸으로 직접 때려잡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그것을 알고 기대합니다. 총을 쏴서 처리하는 것과 두들겨 패주는 것, 묘미가 다르지요. 아마도 대부분 그것을 알고 기대하고 보리라 생각합니다. 영화 ‘범죄도시4’(THE ROUNDUP : PUNISHMENT)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좋은날되세요
감사합니다. ^)^ 운영자 님도 좋은 주말, 복된 연휴를 빕니다.
@신나라제이우 감사합니다
좋은날되세요
한번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