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토피아》의 작가 토마스 모어(Thomas More·1478~1535)를 처음 안 것은 대학생 때 본 <사계절의 사나이(A Man for All Seasons)>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는 고관이 됐다가 처형을 당한 그의 말년을 다뤘다. 영화를 보니 그의 죽음은 대단한 사건이었다. 틈나는 대로 그에 관한 글을 찾아 읽으면서 그가 정말로 특별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런던에 갔을 때는 그가 갇혔던 런던 탑의 감옥부터 찾았다. 그의 초상화 한 점만 덩그러니 걸린 감방은 한낮인데도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 방에서 마지막 날들을 보냈을 그의 현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생전에 그와 알고 지낸 어떤 이는 그를 '사계절의 사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삶을 마음껏 즐기는 유쾌한 사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의 어두움에 슬픔과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모어는 누구보다도 삶을 즐기고 사람을 좋아하는, 봄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인생의 재미와 행복을 마음껏 누렸다. 런던 교외에 대저택을 짓고 배로 출퇴근했으며,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사교 생활도 활발히 했다. 공무로 여행을 할 때는 네 자녀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쓸 정도로 자상 했고 늘 가족들과 함께하려 애썼다. 유머가 넘쳐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장난도 많이 쳤다. 그는 여름처럼 뜨겁고 열정이 넘치는 활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 하원 의원, 재판관, 외교사절 등으로 각종 일을 맡았다. 지혜롭고 공정한 일 처리로 명성을 떨쳐 대법관이라는 높은 자리에도 올랐다. 헨리 8세는 그를 전적으로 신뢰해 모든 정무를 그와 협의했다. 그는 바쁜 생활 중에도 학문 연구에 정진해 《유토피아》를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한편 그는 가을 하늘처럼 깊은 영성과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결혼 전 4년간 수도원에서 엄격한 생활을 했고, 매일 새벽 다섯 시간씩 공부와 기도를 했다. 겉옷 안에는 항상 뾰족한 말털로 된 고행자의 셔츠를 입었다. 식사는 몹시 소박했다. 거금을 들여 무료 양로원을 세웠다가 생활비가 부족해져 고생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헨리8세의 첫 번째 왕비였던 캐서린이 남편과의 이혼을 막아달라며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스 7세에게 보낸 편지가 경매에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런 그에게 냉혹한 겨울이 닥쳐왔다. 헨리 8세가 궁전 시녀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캐서린 왕비와의 혼인이 무효라며 억지를 부린 때였다. 그가 이에 동의하지 않자 왕의 총애는 증오로 바뀌었다. 이어 그는 왕이 공포한 왕위 계승법 등 법령에 서명하기를 거부해 반역죄로 감옥에 갇혔다. 56세부터 1년 2개월을 감옥에서 지냈고, 엉터리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전 재산을 몰수당해 가족의 생활은 궁핍해졌다. 왕은 서명만 하면 관직과 재산을 회복시켜 주겠다고 회유했다. 가족들 역시 눈물로 호소했지만 그는 모두 거부했다.
내가 그에게 흥미를 느낀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당시의 법령은 교황과 헨리 8세간의 정치적 투쟁의 성격이 짙었다. 굳이 세속적 문제에 자기 목숨을 바칠 필요가 있었을까? 왕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한마디면 가족과의 편안한 생활과 권세가 다시 보장되는데….
당시 대부분의 성직자와 귀족은 왕을 따랐기 때문에 그가 마음을 바꾼다고 해도 비난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를 거부했으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 그랬을까? 왕이 자기 욕망을 위해 명백한 불의를 저지르는데, 목숨을 부지하겠다고 동조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한 걸까. 정의가 생명보다 더 중하다고 믿은 것 아닐까.
"나는 내 양심의 짐을 덜기 위해 이 입장을 지킬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람의 마음속 깊이까지 뚫어 보시는 신을 나의 증거자로 부르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이 해답이리라.
이렇게 결론을 내려 보지만, 아직도 그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삶과 가족을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일까? 정말 고결한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혜가 얕은 사람이 더 높은 차원의 영성을 헤아리는 것도 힘든 일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생명보다 더 귀한 무언가를 지키려고 했다는 사실뿐이다. '이 세상에는 내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이랄까.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친 그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세계가 있다고 말이다. 윤재윤 | 변호사
덕유산 설천봉 상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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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로운
복된 한 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목자 님 !
날씨가 아직은 쌀쌀하지만
곧 새봄이 시작되겟지요,,
봄소식과 함께 소중한 지인과
따듯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토머스 모어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여러번 읽었습니다.
그간 쓴 책 유토피아도 읽었지요.
고결한 인성을 지닌 그를
나 같은 보통사람이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들을 잘살게 하고 싶어하는 그 인격은
어렴픗 알 것 같기는 합니다.
반갑습니다
소산 님 !
평소에도 책을 가까이
하시는 것 같아 넘 부럽습니다
귀중한 고견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오늘도 좋은하루보내시고
늘 강건하시길 기원합니다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한 주의 출발에 좋은 일 가득한 한 주 보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
핑크하트 님 !
고운 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서히 새봄이
다가오는 환절기,
늘 평강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