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동부이촌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값이 최근 들어 잇단 호재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단독주택지도 재건축 개발 바람을 타고 들썩이고 있다.
한강대교를 건너 우측은 동부이촌동, 좌측은 서부이촌동으로 나뉜다. 서부이촌동은 한강로를 기준으로 서쪽인 이촌2동을 일컫는다.
이곳 아파트 대부분은 강변에 자리잡아 한강 조망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면서도 철도로 인해 피해를 보던 단지들이었다. 동부이촌동보다 집값도 훨씬 싸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리버 뷰’ 단지들 빛보려나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철도공사가 지난 15일 용산역 철도공작창 부지(13만평)에 최고 10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촌2동 일대가 개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이같은 기대감은 아파트 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강변에 위치한 대림아파트 45평형 로얄층은 9억원을 호가한다. 한달새 1억원 이상 올랐지만 매물이 없다. 이달초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층의 경우 8억7000만원에 실제 거래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 34평형 로얄층도 한달 전보다 5000만원 정도 올라 5억5000만~6억원을 호가한다. 물론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지 못한 저층의 경우 로얄층보다 5000만~1억원 빠진다. 대림아파트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용산역 철도공작창과 맞닿아있다.
인근 베스트공인 임현태 사장은 “이촌2동은 한강으로 인한 이익을 보면서도 동시에 철도로 인한 불이익도 받아왔다”며 “그동안 가격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던 철도공작창이 없어진다는 기대감에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한강 33평형(한강 조망 가능한 로얄층 기준)은 5억5000만~6억원이다. 한달새 4000만~5000만원 오른 것이다.
재건축 추진단지인 중산시범아파트도 매물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호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 18평형은 3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달 초보다 5000만~7000만원 뛰었다. 15평형의 경우 집주인이 2억6000만~2억8000만원까지 부른다.
프로홈공인 신정미 실장은 “철도공사의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용산역 정비창 부지는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능가하는 수준의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로 변모할 것”이라며 “발전 가능성을 미리 점친 수요자들의 아파트 입질이 잦지만 매물이 달려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림아파트 뒤쪽에 위치한 이촌2동 199번지와 203번지 일대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 지분 값도 초강세다. 현재 가격이 평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말 이 일대가 단독주택 재건축정비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단독주택 지분 가격이 치솟은 탓이다.
하지만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이촌2동 E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정비예정구역 지정 이후 단독주택 지분 값이 평당 1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매수세가 끊이지 않으나 물건이 바닥난 상태”라고 말했다.
제2의 동부이촌동 될까…가격 거품 우려도
서부이촌동의 부동산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전문가들과 일대 중개업자들은 전망한다. 대형 호재들이 널려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용산역 부지 개발이 용산역 일대의 국제업무단지 조성 추진과 인근 노후 상가 및 집창촌 밀집지역의 재개발계획과 맞물릴 경우 강남 못지않은 고급상업시설 및 주택 밀집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이촌2동은 입지 여건도 꽤 좋은 편이다. 한강에 접해 있는 대림,현대한강,북한강아파트 등은 국내 최고의 한강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천혜의 입지를 안고 있다. 도심과 여의도 진입이 수월한 등 사통팔달의 교통여건을 갖춘 곳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촌2동 일대가 새 주거타운으로 모습을 드러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철도청 공작창 부지 활용과 단독주택 재건축정비사업 등 여러 가지 개발 계획이 아직까지 추진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부이촌동은 예전에 개발된 구도심권이어서 지역 정비사업을 통해 재개발에 나서더라도 도시 정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나아가 최근 개발 호재를 안고 급등한 아파트 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촌2동 B공인 관계자는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용산구 동부이촌동 등 인기지역 집값이 크게 오르자 이곳 집주인들이 ‘우리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며 개발 호재를 빌미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터무니없이 높이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