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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민족의 지배와 탄압으로부터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던 8*15기념일을 서른여덟번째 맞습니다. 과연 해방의 감격과 그 진정한 의미가 오늘에 되살려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 해방의 진정한 의미가 오늘에 어떻게 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뜨거운 호소와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해방 이후 우리가 맞이하였던 8*15 기념일은 한번도 우리 모두의 축제로 되지 못하였습니다. 8*15의 축제와 그 의미가 날이 갈수록 의도적인 퇴색과 축소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로 하여금 해방의 진정한 의미를 거듭 되새기게 하고 있습니다. 일제하 그 캄캄한 암흑 속에서 우리 민족이 한결같이 소원했던 해방과 독립은 이민족의 굴레로부터 벗어남은 물론, 민족이 모두 함께 탄압과 수탈이 없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민족, 민주 국가 사회의 건설에 진정한 의미와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방 후 국토와 민족의 분단과 분열이라는 아픔과, 동족상잔이라는 비극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이것이 8*15가 우리 민족성원 모두의 축제가 되지 못하게 한 빌미가 되고 있습니다.
갈라진 국토의 반쪽 저편에서는 장기공간독재가 민중을 짓누르고 있으며, 끝내는 세습제까지 운위되고 있어 해방된 민족의 자존심과 영예를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다른 반쪽 이쪽에서는 민족정기가 간데없이 친일민족반역자들까지 민중 위에 군림하여 자유당 백색독재를 이룩하다가 마침내 4*19학생혁명으로 붕괴되어 비로소 민족정기와 존엄,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민주주의에의 전망이 섰지만 5*16 군사쿠데타로 민주주의에의 희망은 차단되고 같은 민족에 의한 억압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일제 36년의 절반에 해당되는 18년의 장기독재에 이 나라 국민은 신음하여 왔습니다. 1979년의 10*26사태로 오랜 억압의 세월이 가고 민주화의 밝은 날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1980년 6월 17일의 군사쿠데타로 우리 국민은 또다시 동족의 독재정권에 짓밟혀야 했습니다. 저 처참했던 광주의거는 민족분단 후 이민족이 겪은 최대의 수난이었고, 그것이 동족에 의한 것이었다는 데서 유린과 국민탄압의 역사로 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민족의 탄압에 못지 않은 독재권력에 의한 민중탄압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 국민은 진정한 해방의 기쁨과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를 지배하고 탄압했던 일제는 지금도 이 땅을 활보하고 있으며, 그들의 지지와 지원으로 독재권력의 자기유지를 획책하는 세력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해방의 의미가 의도적으로 축소되고 퇴색되는 원인과 독재권력의 성격과는 이와 같은 함수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치욕의 역사는 일제 36년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해방 후 38년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우리의 손으로 건설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진정한 해방을 결코 맛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한 투쟁은 지금도 계속 되어야 하고 또한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화 투쟁은 바로 민족의 해방을 위한 투쟁 그 자체이며 그것을 완결하는 투쟁입니다.
우리는 독재 권력의 민중에 대한 탄압이 그 질이나 양에 있어 일제 시대보다 더 하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을 탄압하기 위해 동원하였던 법과 제도와 그 수법이 오늘의 독재권력에 의하여 그대로 재현되고 있으니 그 말이 결코 과장이나 거짓이 아닌 것입니다. 권력의 획일성과 국민에 대한 추종의 강요가 그러하며 국민에 대한 기만정책이 또한 그러합니다. 자유와 정의와 진리를 외치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그러하며 농민소외정책과 근로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억압이 그러합니다. 일제의 민중탄압의 체제와 독재권력의 그것을 비교연구한다면 아마도 그 내용과 수법이 동일한데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민주화투쟁이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한 투쟁의 연장선 위에 있어야 할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화 투쟁은 독립과 해방을 위한 투쟁이 민족을 위한, 민족에 의한 전체 민족의 투쟁이어야 했듯이 전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투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직 민족의 해방과 독립이 우리 민족의 절대적인 목표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화 그 자체가 투쟁의 목표요 대안인 것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의 해방과 독립을 위한 투쟁이 자신을 버리고 더 큰 나, 즉 민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투쟁이었듯이 우리의 민주화투쟁도 나를 버리고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투쟁이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나 자신을 버리고, 나의 모든 것, 나의 욕망, 나의 생명까지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는 전체 민족이 하나가 되어 투쟁하여야 했듯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우리는 혼연일체 하나가 되어야 하며, 또한 국내와 해외에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독재권력에 의하여 희생당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해야 하며, 그 고통을 기꺼이 떠맡아 지거나 나누어 져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 희생과 헌신적인 이해와 긍휼히 여기는 정신을 통하여 올바른 도덕성으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민족의 독립과 해방이 어느 누구의 도움보다도 바른 민족 성원 자신의 주체적인 힘으로 쟁취되어야 하듯이 우리의 민주화 투쟁도 오직 우리의 창조적인 민주역량으로 이룩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세계의 양심이 우리를 지원할 것이나 그것은 보완적인 것일뿐, 이 나라의 민주화를 이룩하여 인간다운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투쟁의 승리의 날에 우리는 민주투쟁에서 숨지거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사람들을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애국 선열들의 반열에 올려 놓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룩될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싸우다 죽어간 모든 사람들의 피나는 고통 위에서 이룩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확고한 신념이 되고 몸에 벤 덕성이 되어야 합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우리는 이와 같은 원칙위에서 독재권력에 결연히 맞서야 합니다. 현 독재정권은 입으로는 민주를 말하나 뒷전으로는 자신들의 권력의 강화와 영구화를 획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겉으로는 화합을 말하고 속으로는 분열을 음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앞에서는 정의를 말하나 뒤로는 엄청난 불의와 부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장영자 사건이나 삼보증권 사건, 그리고 권력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의와 부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폭력에 길들어져 있으며 유신정권 아래서 몸에 벤 잔인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대형 사건, 사고들의 폭력성이나 잔인성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 정권의 속성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직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만 존재하고 거짓과 폭력으로 지탱하여 독선과 불의로 자신들의 특수한 이익을 도모합니다. 그들은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저지를 수 있는 비이성적 집단이며, 반민족 반민주 집단인 것입니다. 현 정권은 유신체제 하에서 민중을 탄압했던 중추세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권력의 장악과 유지에만 그 목적이 있을 뿐 나라의 안보도, 국민의 안전도, 나라의 위신과 민족의 존엄도 그들의 안중에는 없습니다.
우리의 민주화투쟁이 결코 정권투쟁이 아니라 민주구국의 투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이같은 현정권의 성격에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지금 나라와 겨레의 운명과 존엄은 독재정권 아래서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절정에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각자 냉철한 반성과 점검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입니다.
정치인 여러분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가 숨쉬는 민주주의를 갈망하여 왔습니까. 진실로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걱정하고 국민의 아픔을 같이 하고자 한다면 현 정권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분배의 양심을 팔거나 속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어떠한 입장,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현 정권이 강요하고 있는 그 규격과 틀로부터 탈출하여 민주화를 향한 시대적 사명과 함께 합류하여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움직일 수 없는 우리들의 신념이요 사명이며, 시대적 요청임을 군사독재 권력의 눈과 귀로 하여금 똑똑히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외쳐야 합니다. 나의 침묵이 독재 권력에의 굴종이 되고, 그것이 자손 만대에 걸쳐 자신의 치욕이 된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합시다. 독재적이며 비민주적인 규범, 예컨대 정치풍토 쇄신에 관한 특별조치법 같은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그 법은 정의와 양심에 반하는 소급 입법이며 그것이 반민주주의적인 것은 유신독재 아래 고난을 겪었던 수많은 동지들, 즉 애국적 민주인사들이 피규제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정의와 양심 편에 서느냐, 아니면 불의와 폭력의 편에 서느냐 하는 준엄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과 함께 자랑스러운 역사의 편에 서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인 여러분
여러분은 언제부터인가 관제 언론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여러분은 한 마디 정의의 목소리를 싣지 못하며 사회의 구석구석 들려오는 민중의 신음소리를 취재하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진실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와 정의와 양심을 외치는 사람들 앞에서 여러분은 주눅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독재권력이지 여러분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을 압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언론이 그것을 실천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끈질긴 집념과 투쟁과 자유언론에 대한 신앙으로서만 가능합니다. 자유언론을 스스로 실천하고 쟁취했을 때만 여러분은 양심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비록 쓰지는 못하더라도 고통받는 형제들이 있는 곳에 항상 여러분의 모습이 있어 여러분의 취재 수첩으로 뒷날 역사의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법관 여러분
최근 민주주의를 외치는 정의로운 학생들에 대하여 중형을 선고하고 선량한 학생과 시민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단죄하는 여러분의 마음이 결코 평탄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여러분의 아픔에 앞서 시대의 아픔과 피고인들의 통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법권의 독립은 모든 유혹과 위협을 극복하고 정의에 따라 판결할 때 비로소 수호되는 것입니다. 정변이 있거나 정권이 바뀌어서도 의연히 흔들림없이 존재하는 사법부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러분이 정의롭게 사법권을 보위하고 법의 존엄과 정의를 스스로 지킬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에 대하여도 우리의 뜻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한국과 미국은 4반세기에 걸친 혈맹이며,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같은 이념과 이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체제가 공산체제에 비해 우월한 것은 사회의 다양한 활력과 개인의 창의가 보장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가 존중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독재적 폭압에 의해 획일성이 강요되어 다양성과 창의가 무시되고 인권과 자유가 유린된다면 우리는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방관계의 한쪽에서 그 국민이 독재의 억압에 짓눌리고 있고, 우방관계의 한쪽 정부가 독재권력을 지원하여 한국 민중의 탄압을 방조하는 결과로 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바로 여기에 한미관계의 미묘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는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독재정권을 지원하는 결과로 되어 국민에 대한 탄압과 독재를 미국이 추인(인용자주-무효인 법률행위를 유효인것처럼 인정하는 민법상 행위)하는 것으로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에는 소수 부패 특권의 독재권력과 그에 대응하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절대 다수 민중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한정책이 독재권력의 국민탄압을 양해하는 것으로 되거나, 독재 권력의 유지에 협력자적인 것으로 될 때 지난번 부산 미국문화원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한국 민중의 의사가 무시된 전쟁 분위기의 조성이나 핵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한국 국민은 심각한 염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 만이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실현만이 갈라진 민족이 함께 합쳐지는 통일로 가는 길입니다. 이산가족의 만남이 슬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호로 끝나기 위해서는 한국의 민주화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관제 공산주의자가 만들어져 남편과 아내가, 자식과 아버지가 헤어져야 하는 비극이 지금 이 순간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법정과 감옥에 가보면 그 슬픈 참상이 거기에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정부를 수립함으로써만이 농민과 근로자가 소외되고 억압받지 않는 ?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위화감과 분열을 없게 할 수 있습니다. 민주체제 아래서만이 학생들과 노동자와 농민이 인격적 주체로서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고 발양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실현시킴으로써만이 나라의 위신과 민족의 존엄을 국제 사회에서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불의하고 부도덕한 정권은 남에게 얕보일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부정과 불의를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쌀도입과 관련된 추문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유신정권 이래 국제 사회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추태로 인하여 한국 국민이 국제 사회에서 얼굴을 들 수 없는 것도 바로 독재정권의 현실적 존재로 인한 것입니다.
민주화로서만이 이 사회에, 지역에 내재하는 모든 불균형과 그릇된 감정을 씻어낼 수 있습니다. 오직 민주화로서만이 정치를 이룩할 수 있고 사랑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민주화로서만 교육의 비인간화가 시정되고 야만적 고문이 영원히 청산될 것입니다. 민주화를 통해서만 자유, 정의, 진리, 양심을 지키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이 치유될 수 있으며, 삼켜졌던 말을 되찾아 인간답게 말하고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화 투쟁의 제일의 과업은 어떠한 법률로 처벌되었던 모든 정치범과 양심범의 석방과 복권, 제적된 학생과 교수의 복합과 복직, 유신시대 이래 언론계에서 타의로 추방된 모든 언론인의 복직과 통폐합된 언론의 원상 회복과 언론 자율성의 회복, 그리고 정치활동 규제에 묶여있는 모든 정치인과 민주시민이 자유스럽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또한 소위 국가보위 입법회의에서 제정 또는 개정된 반민주적 악법 및 유신체제 이래의 독재적 법률의 철폐와 개정을 이룩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민주화와 동시에 헌법을 국민적 합의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독재의 서슬에 묶여 있어 오늘의 현실이 암담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다수 국민이 뜻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민주화를 향하여 단결하여 투쟁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민주의 정의와 세계와 인류의 양식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역사와 진리가 또한 함께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일 두려워해야 할 것은 독재와 억압 그 자체가 아니라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포기하는 일일 것입니다. 내일에의 꿈이 없는 민족은 가장 불행한 민족입니다. 우리는 확고한 신념으로 민주 조국에의 희망과 튼튼히 결합되어 있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하나되고 그 희망으로 뭉친다면 우리는 마침내 이땅에 모두의 환호 속에 민간정부를 우리의 손으로 세우게 될 것입니다. 억압은 전멸되고, 우리 모두는 새로운 민주주의적 인간상으로 구현될 것이며, 이 나라와 국민은 모든 세계인들의 선망과 찬탄의 표적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민족해방과 독립을 위한 투쟁을 오늘에 다시 계승시키며, 그것을 완성하여야 하는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미 이승만정권이나 박정희 정권과 같이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배반한 독재정권을 결코 용납하지 아니한 민주역량을 가진 국민입니다. 이같이 자랑스런 국민 앞에 우리는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1980년 봄 온 국민이 한결같이 열망하던 민주화의 길에서 우리는 당시 야당 정치인들로서 하나로 되는 데 실패함으로써 수백수천의 민주국민이 무참히 살상당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고, 계속 국민의 수난이 연속됨은 물론 민주화의 길을 더욱 멀게 한 사태를 막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 국민앞에 자책과 참회이 뜻에서, 그리고 온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 앞에서 우리 두 사람은 백의종군 하는 자세로 하나가 되어 손잡고 우리 민족사의 지상과제를 향하여 함께 나아가려 합니다.
국민여러분, 우리들의 부족하였음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 여러분의 민주전열에 전우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두 사람은 오로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민과 함께 그 뜻을 받들어 민족과 민주제단에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하는 바입니다. 그 성스러운 싸움과 승리의 현장에서 뜨겁게 만납시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워싱턴에서 김대중* 서울에서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