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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6.15 하남본부 원문보기 글쓴이: 문천관
파리목숨, 하루살이가 바로 우리 이야기에요" | ||
[르포] 건설일용 노동자 이종진씨를 통해 본 빈곤층의 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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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극빈층에 속하는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삶이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건설일용직노동자를 비롯한 극빈층의 삶, '국가는 과연 책임지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미싱공장에서 일하다 다친 아내, 몇 달 째 밀린 아이 학원비 "없는 살림에 보태고자 아내는 5명이 일하는 미싱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2년 전 퇴근하다 어설프게 판자위에 놓여있던 미싱대와 같이 넘어져 미싱에 허리가 찍히는 사고를 당했죠. 월급도 다달이 안나오는 소규모 공장이라 보상도 못받았어요" 맞벌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생활을 꾸려가기 위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씨 밖에 없었다. 97년 당시 동해건설에서 작업반장을 맡았던 그는 IMF 경제위기 이후 산에서 벌목이나 간벌작업 등을 하는 공공근로를 해야했다. IMF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은 사회 주도세력과 비리세력에 있었음에도 그 책임이 고스란히 사회 빈곤층으로 전가된 것. "딸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학원비도 몇 개월을 밀렸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빈곤층 아이들에게 등록금과 급식비를 면제해준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순위가 밀려 안됐어요. 그러니 얼마나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얘긴지..."
갑작스런 심근경색, 목숨보다 돈이 더 걱정 "딸아이가 아침에 독서실비 16,000원을 달라고 하길래 저녁에 와서 준다 그러고 평소와 같이 출근했죠. 이런일이 생길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한 5개월 전부터 가슴이 따끔따끔 거리고 답답하긴 했는데..." 그는 평소 가슴이 답답해오면 물을 마셨고, 가슴을 살살 두드리면 괜찮아졌다고 한다. 지난 7월 15일, 일이 없어 경기건설노조 하남지부 사무실에 잠시 들렸던 그는 평소의 그 가슴 답답증에 누워있으면 괜찮을까 싶어 휴식공간이 마련된 노조 사무실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숨이 안쉬어졌고 식은 땀이 흐르며 가슴이 꽉 죄여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정신을 잃었죠. 그 이후론 아무 기억도 없고 병원 천장 형광등 불빛에 눈이 부셔 깨어났어요" 병원에 와서야 정신을 차린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심장에 피가 원활하게 공급돼야 하는데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으로 인해 생명의 위기를 맞았던 것. 4분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 했다는 의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만도 하지만 오히려 병원비 걱정에 그의 가슴은 더욱 답답하기만 했다.
병원비가 없어 도망가고 싶은 심정...그건 현실이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그는 주위사람들에게 혈관을 뚫는 시술을 해야하는데 한 번 시술에 기본 9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 이틀이 지나자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사라져 탈출을 기도하다 병원측과 대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링겔 맞는 것이랑 몸에 붙은 뭐랑 다 떼고 도망가려고 했어요. 없는 거 뻔히 알면서도 아내에게 돈 있냐고 물어보고 그냥 슬리퍼하고 옷만 가져오라 그랬어요. 평소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벌어야 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죽하면 도망까지 갔을까요" 담당의사는 "심장 혈관이 막혀 있는데 가긴 어딜가냐"며 "장담하건데 그냥 나가면 24시간 안에 중환자실로 실려올 것"이라며 수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술을 해야 된다는 의사의 설득에도 그는 치료비가 없어 하소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돈 안내면 치료해줄꺼냐. 치료 안해줄꺼 아니냐. 그럼 각서라도 써라 그런 것도 아니잖냐라고 따졌었죠. 돈이 없으니 죽어도 나혼자 죽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어쩔수 없었어요" 결국 소식을 접한 경기건설노조 하남지부 관계자의 도움으로 막혀있는 4개의 혈관 중 한 곳을 치료할 수 있었다. 나머지 혈관도 치료해야 했지만 퇴원해야겠다는 그의 의사를 병원에서 강제로 막을 순 없었다.
"파리 목숨, 하루살이는 우리 이야기" "한 마디로 파리목숨이고 하루살이가 바로 우리 이야기에요. 이번에 아프고 나서 든 생각은 최소한 아프지 말자는 거 하고 아프려면 아픈거 책임질 수 있는 돈은 묻어놓고 아파야 된다라는 거죠. 남은사람 걱정하지 않게..." 현재 그는 퇴원한 상태이다. 의사는 치료할 것을 당부했지만 그는 쌓여가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퇴원 다음 날 한푼이라도 더 벌어 병원비에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새벽 일찍 일을 나갔다가 어지러움과 함께 다리가 풀려 다시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또한 음식 냄새를 맡으면 구토증세가 심해져 정상적 식사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삶이 극한으로 내몰리며 일부 노동자들은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알콜중독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정이 파괴되는 안타까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게 바로 현재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이씨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건설일용직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있는 근로시간, 휴가, 퇴직금 등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산재, 의료, 연금, 실업 등 4대보험에 대한 혜택이 전무한 상태로 아플때 병원조차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자녀들의 교육비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극빈층 문제 해결의 대안 IMF이후 사회 양극화로 인한 빈곤층의 생활전반이 무너지는 가운데 이렇다할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전농이 건설일용직노동자문제를 비롯한 극빈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쟁을 전면화할 예정이라 관심이 집중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쟁과 관련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은 민중의 최소한의 요구로서, 사회체제를 떠나 어느 나라에서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라며 "정부가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을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김창국사무국장님은 하루 번돈을 20만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