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은 성인의 말을 흉내 냄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아기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전혀 전에 듣지 못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전혀 사용한 적이 없어 아기가 흉내 낼 기회가 없었던 말이 아기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아기는 배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여러 가지 소리로부터 사람의 말소리를 분별해 낸다. 신생아 때부터 뇌는 각각 다른 종류의 음향을 다루도록 전문화되어 있다. 신생아는 출생 초기부터 언어와 언어가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으며 언어에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대뇌 속에 청각영역이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대뇌의 청각 신경회로는 듣고자 하는 음에 집중하고 듣고 싶지 않은 음을 무시하는 능력이 있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아기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일은 아이에게 어떤 문법적인 규칙을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언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침팬지는 기호를 사용할 수 있으며 2세 아이 수준의 기교를 가지고 언어규칙에 따라 발성하며 놀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와 침팬지의 의사소통과 다른 점은 바로 문법 때문이다. 동물들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데 짖거나 울거나 몸짓을 보이거나 해서 의사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의사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모아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문법으로 인하여 언어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언어가 생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언어 그 자체가 선천적으로 뇌에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과 문법을 만들 수 있는 규칙이 뇌에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배우지 않고도 언어를 인식하고 분석하고 만들며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언어를 담당하는 뇌
뇌의 특정 영역에 국한되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에서 좌뇌가 언어를 담당한다. 그렇다고 우뇌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감성적인 것을 주로 다루는 우뇌는 말의 운율을 담당한다. 우뇌가 담당하는 말의 높낮이나 음악적 성향도 의사소통에는 중요하다. 좌뇌에는 언어와 관련된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 있다. 베르니케 영역은 말을 알아듣는 일을 담당하고, 브로카 영역은 말을 하고 문법을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베르니케 영역이 포함된 왼쪽 관자엽-마루엽 영역은 단어를 이해하는 작업을 할 때 활성화되며 이 보다 앞쪽에 있는 브로카 영역이 포함된 이마엽은 문장의 차이를 구별하고 말할 때 활성화된다. 베르니케 영역은 청각, 시각, 촉각을 담당하는 영역의 경계면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베르니케 영역은 단어의 소리와 단어가 나타내는 사람, 장소, 사물 사이의 관련성을 저장하기에 좋다. 브로카 영역은 계획, 순서, 논리, 규범, 학습을 담당하는 이마엽 근처에 위치해서 문법을 이용하여 언어의 사용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좋다.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 영역보다 빨리 성숙한다. 베르니케 영역 2세가 되면 이미 발달하여 아이가 부모가 말하는 것이나 책을 읽으면서 얻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지만, 브로카영역은 4-6세가 되어야 완성되기 때문에 아이가 문법을 만들고 말을 조리있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 뇌에서 의미를 알아내는 영역과 말을 하는 영역이 분리되어 있고 그것의 발달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언어 발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아이들은 말을 하는 것보다는 말을 알아듣는 것을 먼저 하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표현언어보다는 수용언어를 강조하는 것도 강조하는 것은 뇌발달의 차이에서 비롯되면 실제로 표현언어보다는 수용언어가 IQ와의 연관성이 더 높다.
만 3세에서 6세경의 아이는 언어와 관련이 있는 앞쪽의 뇌량이 60~80%정도 밖에 발달되지 않는다.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인 뇌량잘룩(callosal isthmus)의 성장률을 보더라도 만 6세에서 7세경의 아이에서는 85%이상, 만 7세에서 11세경의 아이에서도 80%이상의 빠른 발달을 보인다. 반면에 만 11세에서 15세경의 아이에서는 20~25%로 발달이 느려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자엽 부위의 뇌 발달은 진행된다. 따라서 언어의 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만 6세-15세 사이에 외국어 교육을 비롯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모국어가 더 두뇌를 활성화시킨다
모국어를 들으면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과 들린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청각영역이 움직인다. 물론 들려오는 소리를 판단하고 생각하는 이마엽도 매우 활성화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눈으로 본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시각영역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영어보다 모국어 들을 때 시각영역이 더 활성화된다. 우리가 모국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의미가 머릿속에 들어와 말의 내용을 다양한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책상, 가을, 단풍 하면 머릿속에 책상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모르는 영어를 들으면 그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떠올리기 쉽지 않다. 영어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이미지 떠올릴 여유가 없다. 유아시기에는 대뇌의 전체적인 자극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모국어가 채 완성되지 않은 유아기의 아이들의 경우, 더욱 영어를 완전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모국어가 아이들의 뇌를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언어적 경험이 중요하다
첫째, 모국어의 노출시간을 늘려라. 언어가 아무리 선천적이라고 하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없다. 말할 수 있으려면 언어적 경험이 필요하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뇌가 언어에 맞게 신경회로를 만드는 것으로 조기에 언어적 환경에 노출되면 우리 말 뿐 아니라 영어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또 언어적 환경이 나쁘고 그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는 아이들은 결국 말을 배우지도 사용하지도 못하게 된다. 늑대인간은 인간사회에 돌아와서도 말을 배우지도 사용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언어는 두뇌 발달도 중요하지만 언어적 경험이 어느 발달분야보다 중요한 것이다.
둘째, 빠른 시간 안에 모국어의 노출시간 5,000시간을 달성하라. 다른 발달도 그렇지만 언어 발달에도 감수성기가 있다. 감수성기란 자극에 의하여 두뇌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로서 이 시기에 특정한 자극이 결핍이 되면 회복되기 힘들다. 아이들의 뇌도 조기의 비교적 짧은 감수성기에 언어 환경에 노출되어야 한다. 조기에 언어에 노출되지 않으면 언어의 신경회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모든 아이들은 언어 신경회로의 형성에 지장을 받지 않을 만한 언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주위에는 항상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2-3세가 되기 전에 모국어에 5,000시간 노출시켜다.
셋째, 상호작용을 통하여 언어를 발달시켜라. TV나 라디오 같이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은 두뇌 발달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상호작용이 없는 일방적인 듣기는 대뇌겉질의 관심을 끌지 못해 자극이 되지 못하고 저절로 폐기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뇌는 자극을 선별하는 것이다. 언어 발달의 감수성기에 언어적 환경의 질은 아이들마다 다르다. 아이들의 장래 언어 능력 및 두뇌 발달은 이 시기에 언어적 상호작용을 얼마나 했느냐에 결정된다.
넷째, 읽기를 강조하라. 읽기는 두뇌 발달에 효과적인데 시각과 청각이 같이 자극이 되기 때문에 자극을 연합하는 대뇌겉질의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한다. 아이들의 뇌는 6세 또는 7세 이전에 문법의 규칙을 인식한다. 이 나이가 지나면 사춘기가 될 때까지 문법을 익힐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한다. 성인 초기가 되면 언어 습득의 감수성기는 완전히 끝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