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와 흡연
우리 산방에는 들고양이 가족 다섯 마리가 함께 산다.
현관 앞은 녀석들의 지정석이다. 세상 근심 하나 없는 표정으로 벌러덩 누워 있다가도, 어디론가 순찰을 다녀오는지 한동안 자취를 감출 때도 있다. 하지만 배가 고파질 시간이 되면 귀신같이 나타난다.
옆지기가 문을 열고 나오기만 하면 다리에 몸을 비비며 "야옹, 야옹!" 사료를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한 바가지 듬뿍 얻어먹고 나면 세상 평화롭다. 그러다 가끔 덩치 산만 한 검은 숫고양이가 나타나면 동네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한바탕 영역 전쟁을 벌인다. 그 모습도 이제는 산방의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따로 있다.
옆지기는 고양이들에게 진지하게 훈계를 한다.
"밭에 가서는 두더지도 좀 잡고, 쥐도 잡고, 산에 가서 볼일도 보고 와라."
신기하게도 녀석들은 정말 알아들은 것처럼 멀쩡히 다녀온다. 가끔은 두더지나 쥐를 현관 앞에 떡하니 갖다 놓으며 "오늘도 일했습니다." 하는 표정까지 짓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내 차례다.
"연보야, 담배 이제 그만 피워라."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한마디 덧붙인다.
"저 고양이도 사람 말을 알아듣고 시키는 대로 하는데, 사람은 왜 사람 말을 못 알아듣노?"
그 말에 나는 슬그머니 중얼거린다.
"나는 결국... 들고양이보다 못한 신세구먼."
생각해 보면 50년이 넘도록 함께 살아온 남편을 바라보는 옆지기의 눈에는, 나는 아직도 교정이 덜 된 문제아인가 보다.
남은 생에는 과연 들고양이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답은 하나다. 담배를 끊으면 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우면 60년을 피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얼마나 더 산다고…" 하며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옆지기의 한마디는 늘 뼈를 때린다.
담배를 못 끊는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은, 들고양이와 비교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오늘도 나는 담배를 손에 들고, 현관 앞에서는 들고양이들이 꼬리를 치켜세우고 다닌다.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서 가장 말을 잘 듣는 건 고양이들이고, 가장 오래 교육받는 학생은 바로 나인 모양이다.
그래도 들고양이가 하지 못하는 나무로 그릇 만드는 일은 내가 더 잘하지 않을까 ㅎㅎ
참죽접시
지름 130
높이 45
옻칠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