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790 ---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하자
결혼예식장에서 흔히 쓰는 말로 ‘백년가약 백년해로’라고 한다. 백년가약은 남녀가 결혼하여 평생을 함께 지낼 것을 다짐하는 아름다운 언약이다. 마찬가지로 백년해로는 부부가 되어 평화롭게 살면서 함께 늙는다는 것으로 결혼식에서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지 싶다. 덧붙여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야 한다고 여북하면 속담까지 생겨났다. 한마디로 한 번 결혼했으면 죽는 날까지 생사고락을 같이하자는 것이다. 땅속에 뿌리내린 파는 뿌리가 하얗다. 사람은 젊을 때는 머리가 새카맣지만 늙어갈수록 대개는 슬그머니 하얗게 된다. 그만큼 기력이 다해가며 노쇠화하여 머리부터 파뿌리가 된다. 그런데 요즈음은 스트레스를 많아 받아서 그런지 젊어서도 머리가 하얗게되는 사람이 많아졌다. 늙어야 머리가 하얗게 되는 줄 알았는데 나이와 관계없이 결혼과 관계없이 너무 빨리 머리가 하얗게 된다. 젊어서는 검은 머리는 당연한데 흰 머리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뼛속 깊숙이 박혀있었다. 마치 너무 겉늙어 보이면서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괜스레 창피하기도 하고 예의가 아니다 싶어 어떻게든 흰 머리를 감추려고 한다. 몇 개 안 될 때는 하나하나 흰 머리를 뽑기도 하지만 점점 많아지면 감당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검게 염색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 달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염색으로 시침을 떼려 하지만 귀찮으며 부작용도 종종 나타난다. 그렇다고 머리 빛깔처럼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직은 새파랗게 젊은데 어쩌자고 늙어가고 있음을 되새기게 하며 뭔가 다급해져 서두르도록 닦달이라도 하지 싶기도 하다. 부부간에는 백년해로라고 했는데 아니 벌써 이대로 해로의 종점이 가까워지고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흰머리를 숨기며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자꾸 머리에 신경이 가는 것일까. 머리를 정기적으로 까맣게 물들여 감추며 관리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 팔팔하다고 과시하고픈 것이다. 사실 아무도 그토록 관심 두지 않는데 지레 자존심을 들먹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