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참 이상한 것은, 우리는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며, 전능자이시며, 그 누구나 그 무엇보다도 강한 분이시라고 고백하면서도 하나님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의지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가장 강력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은 전지하시고 전능하신 분이신데, 하나님을 제쳐놓고 때로는 헛된 것들을 의지하는 어리석음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의 위대하신 능력과 권능을 직접 경험했던 이스라엘 백성도 그러했고, 심지어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도 하나님께 나아가 제사도 드리고,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조차 때로는 하나님보다 이 땅의 권력이나 물질 등을 더 의지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하나님보다 다른 것들을 의지할 때가 더 많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위기에 맞닥뜨릴 때도 많았습니다. 적의 침략에 의해 위기에 봉착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위기 앞에서 때로는 이방의 우상들을 섬기며 우상들의 힘을 빌어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하기도 하고, 주변의 강력한 국가들의 도움을 의지하여 그 위기에서 벗어나 보려고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오직 하나님만이 의지할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고 고백하게 됩니다. 시편 115편은 그러한 고백을 담은 시(詩)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위기에 맞닥뜨려 매우 연약한 모습을 보였을 때, 대적(對敵)들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라고 조롱하기도 하였습니다(2절). 시편 기자(記者)는 이러한 조롱을 받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간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하늘에 계셔서 모든 것을 행하시는 전능하신 온 땅의 주관자라고 고백합니다(3절). 하늘에 계시다는 표현은 온 세상 만물을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대적들이 이스라엘을 조롱하여도 하나님은 온 만물을 주관하시는 분이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방인들이 의지하는 우상들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으로서, 생명력이 전혀 없는 헛된 존재이며, 그 우상을 만든 자나, 그 우상을 섬기는 자들은 아무런 능력도 행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인 우상과 같은 존재라고 말합니다(4절~8절). 외형적인 형태는 그럴듯하게 갖추었으나 아무런 능력을 행할 수 없는 돌덩이, 쇳덩이, 나무 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헛된 것을 의지하니, 그 어떤 능력이나 보호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라고 선포하면서 하나님만이 우리의 도움이시며, 우리의 방패라고 고백합니다(9절~11절). 9절부터 11절에서는, 처음엔 이스라엘, 두 번째는 아론의 집, 세 번째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을 언급하여 하나님을 의지하라고 말씀합니다. 이스라엘 백성 전체에게, 그리고 이어서 이스라엘 백성 중에 하나님께 제사드리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 제사장과 레위인들을 포함하는 아론의 후손들,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 세상의 모든 자들을 향하여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경외하라고 선포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섬기는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하나님만을 의지하라고 선포합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도움이시고, 우리를 보호하신 방패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따르는 자들을 깊이 생각하시고 복을 주십니다(12절). 하나님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따르는 자들이라면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莫論)하고 복을 주시는 분이십니다(13절).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지하는 자들과 그들의 후손이 더욱 번창하게 하시길 간구합니다(14절). 번창(繁昌)하게 하신다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요세프”(יֹסֵ֣ף)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이 단어의 운형은 “야사프”(יָסַף)로 “증가하게 하다”, “더하게 하다”, “계속하다”, “다시 하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계속하여 늘어나게 하시는 복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지하는 자들은 창조주 하나님께 복을 받은 자라고 선포합니다(15절). 15절에 나오는 “복”(福)은 히브리어로 “베루킴”(בְּרוּכִ֣ים)이란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이 단어의 원형은 “바락”(בָרַךְ)으로 “축복하다”, “무릎을 꿇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권위(權威) 앞에 무릎 굻을 때 하나님의 통치 안에 들어가게 되고, 하나님의 통치 안에서는 우리의 삶이 모두 안정되고, 평안하며, 풍요함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16절에서는 “하늘은 여호와의 하늘이라도 땅은 사람에게 주셨도다”라고 고백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는 온 우주 만물을 통치하시는 분이시지만, 사람에게 땅을 주셔서 그 땅에서 주님께서 주신 복을 누리게 하셨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통치 안에서 우리는 가장 큰 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생명이 없는 자들은 하나님을 찬양할 수 없다고 말씀하면서(17절), 생명을 가진 자라면 이제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권면합니다(18절). 그래서 1절에서도 우리는 영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임을 고백하며 오직 인자하시고 진실하신 하나님의 이름에만 영광을 돌리라고 선포합니다. 물론 1절의 고백은 매우 당연한 고백입니다. 영광을 받으실 분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애쓰고 노력해서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착각입니다. 하나님만이 온 세상의 주관자이시고, 하나님의 섭리(攝理)에 따라 이 세상을 이끌어가시는 분이십니다. 그렇기에 나 자신을 의지하는 교만한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고, 이 세상의 권력이나 물질적 풍요나 능력을 의지해서도 안 되고, 이 땅의 헛된 우상들을 의지해서도 안 되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고 경외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로만 올 수 있는 복을 누리는 삶이 될 것입니다.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곧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많이 주고받아야 할 시절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복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면서 오직 하나님만을 더욱 의지하고 경외하는 삶이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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