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그리고 풍년화 보러 가는 길 – 대모산,구룡산,대모산,불국사
1. 불국사 아래 대모산 북쪽 자락에 핀 풍년화
풍년화(Hamamelis japonica Siebold & Zucc.)를 보면 꽃받침이 네 개로 갈라져있고 그 사이로 노란 꽃잎이
마치 국수 가락 같이 길게 뻗어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늦봄, 초여름에 피는 이팝나무 꽃과 꽃잎 모양이 닮았다. 그런
데 더 들여다보면 이 꽃잎이 작았다가 점점 커지며 길게 자라난 것이 아니라 이미 긴 꽃잎이 꽃봉오리 속에 빙글빙
글 감겨서 웅크리고 있다가 기지개를 펴듯 감긴 것이 풀리며 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중에 ‘삐에로피리’라 해서 입에 물고 훅 불면 돌돌 말려있던 비닐 튜브가 길게 뻗어져 나가고 불지 않으면
다시 돌돌 말리는 그것과 정말 똑같다.
―― 신승희(생태활동가), 용인시민신문, 2018.2.6.자 “가장 먼저 꽃소식을 알리는 풍년화”
▶ 산책일시 : 2024년 2월 25일(일), 흐림
▶ 산책코스 : 자곡동 숲자락공원,대모산,구룡산,대모산,불국사,일원동 한솔공원
▶ 산책시간 : 3시간 10분
▶ 산책거리 : 도상 7.5km
▶ 구간별 시간
11 : 07 – 자곡동 숲자락공원, 산책시작
11 : 28 – 대모산 능선 진입, 대모산 1.0km
11 : 35 - 258m봉
11 : 48 – 대모산(大母山, 293m)
12 : 29 – 구룡산(九龍山, 306m), 휴식( ~ 12 : 44)
13 : 20 – 대모산, 불국사 0.9km
13 : 46 – 한국불교 태고종 불국사
13 : 54 – 풍년화, 풍년화 촬영( ~ 14 : 06)
14 : 17 – 일원동 한솔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산책종료
2. 산책 그래프
눈길이 미끄러운 건 산이 낮다고 해서 덜하지 않다. 대모산, 구룡산 눈길도 미끄럽다. 러셀만 안 했다 뿐이지 설설
기는 건 고산준봉 못지않았다. 아이젠 없이 덤볐다가 된통 혼쭐났다. 안부나 평탄한 곳은 눈이 녹아 진창으로 변했
고, 오르막과 내리막은 3일전에 내린 폭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스키장 슬로프와 같았다.
대모산은 강남구에서 애지중지 가꾸는 산이다. 강남구민 뿐만 아니라 많은 서울시민들이 찾는다. 대모산은 산 모양
이 늙은 할미와 같다고 하여 할미산으로 부르다가 태종의 헌릉(대모산 남쪽 자락에 있다)을 모신 후 어명으로 대모
산(大母山)으로 고쳤다고 한다. 구전에 의하면 산 모양이 여승의 앉은 모습과 같다 하여 대모산(大母山)이라고 하는
설과 여자의 앞가슴 모양과 같다 하여 대모산이라는 설이 있으며, 이 산에는 불국사를 비롯하여 수질 좋은 약수터가
있다.
3. 대모산에서는 북쪽 조망만 열렸다. 롯데월드타워
4. 왼쪽은 용마산과 아차산
구룡산은 아홉 개의 계곡이 있는 산으로, 옛날 길을 지나던 임산부가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열 마리 중 아홉 마리는 승천하였으나 한 마리가 떨어져 죽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에
오르지 못한 한 마리는 좋은 재목, 좋은 재산인 ‘물’이 되어 인간들에게 좋은 역할을 한다고 하여 ‘양재천(良才川)’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5. 구룡산에서 조망,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명소라고 한다. 북쪽 조망만 가능하다.
6. 멀리 가운데는 남산, 그 왼쪽은 안산
7. 멀리 가운데는 불암산, 그 왼쪽은 수락산, 오른쪽은 용마산
9. 다시 대모산 정상
10. 대모산에서 조망, 구룡산을 갔다 오는 동안 날이 약간 걷혔다. 가운데는 남산, 그 뒤 왼쪽은 안산, 뒤 오른쪽은
인왕산, 백악산
이제 풍년화를 보러간다. 홍릉수목원이 지난주에 이미 풍년화가 피었다기에 대모산도 피었으려니 했다. 그 장소는
불국사 아래 대모산 북쪽 자락이다.
불국사는 태고종으로 고려 공민왕 2년(1385년)에 진정국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창건 당시 절 이름은 약사절이
었다고 한다. 본전은 약사보전(藥師寶殿)이다. 다음은 약사보전의 주련이다. 흔히 다른 절의 약사전에서 보는 주련
이기도 한다.
十二大願接群機
一片悲心無空缺
凡夫顚倒病根深
不遇藥師罪難滅
열 두가지 대원으로 온갖 중생 건지시고
한결같은 자비심은 부족함이 없으신대
범부 잘못하여 병의 뿌리 깊었으니
약사여래 만남 없이는 죄업을 소멸하기 어려우리
11. 풍년화
일원동에서 불국사를 오가는 길은 대로다. 대로 따라 5분 정도 내려오면 대로 옆 비탈에 풍년화가 세 그루 있다.
예전에는 더 많았는데 공원을 조성하는 데크로드를 만드느라 베어냈다고 한다. 아마 대모산 유일의 풍년화가 아닌
가 한다. 오늘에야 활짝 피었다.
풍년화 이 꽃송이 저 꽃송이 들여다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연만한 아주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풍년화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네. 대개는 아직 떨어지지 않은 마른 나뭇잎으로 알고 그냥 지나치는데.”
신승희(생태활동가)의 위의 글을 계속한다.
“우리가 풍년화라 부르는 것은 1930년대 일본에서 처음 들어온 노란 꽃 피는 풍년화이다. 그 후 중국, 미국 등의
풍년화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래서 노란색 꽃잎을 가진 풍년화도 있고, 붉은색 꽃잎을 가진 풍년화도 있다.
심지어 봄에 피지 않고 가을에 피는 풍년화까지 다양한 풍년화들이 이 땅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숲에서 자라는
풍년화는 본 적이 없다. 대부분 공원이나 식물원 등에서 기르고 있는 나무들이다. 추위와 공해에 강해 제주부터
중부지방까지 관상용이나 조경용으로 많이 심고 있는데,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겨울에 꽃이 피어서야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역시 꽃은 나무의 명찰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풍년화 쓰임에 대해서는 연구나 알려진 바가 미흡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나무였다. 영어로는 ‘위치 헤이즐(witch hazel)’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마녀의 개암나무란
뜻인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다. 열매가 개암나무 열매처럼 생겨서 그런 건지, 향이 좋아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래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피부질환에 사용했다고 하고 풍년화 식물 이름인 학명에서
따온 ‘하마멜리스’란 이름으로 피부상처 치료용 연고 등으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첫댓글 좋은 꽃 구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