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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하봉 정상
바꾸어 말하면 참된 등산가는 새로운 등반을 시도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성공하거나 실패
하거나 그 투쟁의 재미와 즐거움에 기쁨을 느낀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그것을 느껴야 한다.
―― 앨버트 프레드릭 머메리(Albert Frederick Mummery, 1855~1895)
※ 머메리 특유의 등반방식을 머메리즘(Mummerisum)이라고 한다. 그는 정상에 오르는 루
트의 개척성과 난이도 일반을 중시하는 소위 등로주의(登路主義)를 애용했다.
▶ 산행일시 : 2019. 3. 16.(토), 흐림, 눈, 추운 날씨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모닥불, 중산, 악수, 한계령, 소백, 산정무한, 수담, 사계, 향상,
해마, 도자, 무불, 메아리)
▶ 산행시간 : 7시간 59분
▶ 산행거리 : GPS 도상 10.1㎞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 버스터미널 출발
08 : 11 -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09 : 15 -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다래골, 산행시작
09 : 58 - 731.1m봉 아래 무덤, 첫 휴식
11 : 10 - 임도
12 : 48 ~ 13 : 27 - 가리왕산 하봉(△1,381.7m), 점심
15 : 44 - 임도, 오두치(烏頭峙)
16 : 18 - 826.3m봉 직전 안부, 하산
16 : 40 - 어도원리 산골짜기 민가, 임도
17 : 14 -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로미지안 가든’ 입구, 산행종료
17 : 47 ~ 19 : 43 - 진부, 목욕, 저녁
21 : 5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
2. 산행 고도표
▶ 숙암리 다래골
남양주 삼패사거리에서 여느 때처럼 두둑한 빵 봉지를 든 한계령 님이 타자 잠시 빵 배급하
느라 부산스럽다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강동대교로 한강을 건너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해서는 차내 소등하고 자세 보전하여 일제히 잠을 청한다. 안개 낀 고속도로다. 이래서
는 차장 밖으로 추읍산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 나 역시 안심하고 쪽잠에 빠져든다.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근처였다. 누군가 “눈이다!” 하는 탄성이 터지고 주변이 갑자기 환
해진다. 김이 서린 차창을 내다보는 밖은 우리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설경으로 가득 찬 게 아닌
가. 잠이 확 달아난다. 차창에 눈 박고 간다. 영동고속도로가 설국 유람의 길이다. 그러고 보
니 어제 건성으로 들었던 일기예보가 생각난다. 강원도 정선과 평창, 횡성의 산간지역에는
15일 오후부터 16일 오전까지 대설주의보가 내렸고, 눈은 최고 20cm에 이르는 폭설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횡성휴게소에 들른다. 스패츠를 미처 준비하지 않은 네댓 일행은 휴게소 잡화점에서 스패츠
를 산다. 발목이 짧은 스패츠뿐이다. 15,000원. 이때도 나는 곧 스러질 춘설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눈이 깊다 해도 등산화의 긴 발목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횡성휴게소에서
가리왕산 하봉 들머리인 숙암리 다래골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인데 더 자지 않고 차
창 밖의 설경을 감상하며 산행을 준비한다.
진부시내를 지나 좌우로 해발 1,000m급의 준봉들이 도열한 협곡인 오대천 59번 도로에 들
어서고 차창 밖 설경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산굽이 돌때마다 우리는 와이드 화면의 아이맥스
파노라마 실경에 환호작약한다. 한동안 현란하게 전개되던 화면이 정지하고 숙암리 다래골
입구다. 우리로서는 좋지 않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말하련다. 작년 3월 31일 일이다. 우리 오지산행은 장전계곡 입구에서 가리왕산 상봉을
넘고, 중봉을 지나 하봉까지 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봉에는 알파
인 스키장 시설이 그대로 있어 CCTV는 눈을 부릅뜨고 지켰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산 아
래에 있는 사무실의 CCTV 모니터에 의해 실시간으로 관찰되었다.
다래골 입구에서 산행을 마친 우리가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여러 산림청 직원들이 우리를 에
워쌌다. 그들은 우리가 하봉에서 어디로 하산할지를 몰라 12명이 넘는 직원이 출동하여 하
봉을 포위하고 등로가 있을만한 데는 직원을 배치하였다고 한다. 그래도 찾기가 어려웠는데
운이 좋게도 휴게소에서 (우리의 연락 받은 두메 님) 빈 노란 미니버스가 이동하더란다. 그
버스 뒤를 쫓았더니 우리가 나왔다.
왜 잡는데요?
경방기간이라 입산금지입니다.
어디에 경방기간이라서 ‘입산금지’한다고 일반인이 알아보게 써 붙여 놓았나요?
이거 왜 이러셔 아마추어 같이. 인터넷에 가리왕산을 검색하면 금방 다 알 수 있어요. 1인당
10만원인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고 버너나 라이터 등 화기도 없다 하니 2만원씩 깎아드
리고, 인원은 CCTV에 다 찍혔으나 협조를 잘해주셨고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시겠다니 최대한 배려하여 4명을 줄여 6명으로 해드리리다.
3.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4.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5.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갈미봉 자락
7.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갈미봉 자락
8.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9.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10.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11.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12.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13.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 가리왕산 하봉(△1,381.7m)
우리로서는 유래가 없는 대참사였다. 그때 하산한 데로 오른다. 그때도 잡목이 우거져 엄청
성가셨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첫 몇 발자국은 임도 따라 산자락을 비스듬히 오르다가 저수
탱크 지나고부터는 가시덤불 숲속이다. 다만, 오늘은 일목일초마다 탐스런 설화가 만발하여
겉보기에는 호사스러운 발걸음이다. 눈이 소복이 쌓인 발아래 쓰러진 나뭇가지 두께를 잘못
가늠하여 미끄러지고 너덜의 눈 속 허방을 잘못 디뎌 엎어지기도 한다.
어젯밤에 온 눈을 소급하여 맞는다. 나뭇가지 건들면 수그린 목덜미에도 설편이 우수수 쏟아
져 장난인 듯 느닷없이 느끼는 찬 기운에 몸서리친다. 설화를 용감히 무찔러가다가 금방 눈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깝다마는 미리 스틱으로 나뭇가지 건드려 눈을 털어내고 간다. 고도
를 얼추 높여 눈이 없어도 흐릿하던 인적은 그나마 눈으로 덮였다. 새길 낸다.
설중에 울창하여 더욱 보기 좋은 금강송 숲을 오르고 731.1m봉 바로 아래 무덤가에서 첫 휴
식한다. 입산주 탁주 안주는 중산 님의 홍어회다. 구린 듯 구수한 냄새가 먼저 한 안주한다.
아무렴 이런 설경을 맨 눈으로 볼 수는 없지. 자작하여 거푸 마신다. 안개는 몰려왔다 몰려가
기를 반복한다. 안개 속 설경도 가경이다. 저 위쪽의 설경이 궁금하여 잰걸음을 하다가도 혹
시 놓치고 가는 설경이 있을까 자꾸 뒤돌아본다.
오르막이 가팔라지고 굵은 돌무더기를 조심스레 딛고 올라 임도다. 절개지가 높다. 오른쪽
사면으로 비켜 잡목 숲을 헤치고 잠깐 오르면 능선이다. 안개 속을 간다. 얼마 전에 눈길 러
셀한 멧돼지 발자국을 따르다 바위지대에서는 나도 머뭇거린다. 이쪽저쪽 쑤셔보고 바위에
쌓인 눈 쓸어 직등한다. 작년에도 이랬던가 싶게 암릉이 자주 나온다. 멀찍이 비켜간다.
휴식할 데가 마땅하지 않아 그저 간다. 가파름이 잠시 주춤한 데는 1,227.5m봉일 것. 스마트
폰 GPS를 들여다보기도 귀찮다. 저 공제선 너머가 하봉 정상이라 여겨 내쳐간다. 안개는 점
점 더 짙어진다. 어둑하다. 드디어 눈앞이 휑해지고 하봉 정상이다. 춘설이 흩날리는 설원이
다. 늦은 점심밥 먹는다. 달달 떨어 젓가락질이 서툴다. 산행준비가 약간 소홀했다. 비닐 쉘
터라도 가져왔더라면 얼마나 푸근했을까.
이곳 기온이 영하 2도라고 한다. 차디찬 실바람이 속속 파고든다. 더구나 신가이버 님이 나
오지 않아 우리가 영양실조에 걸리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넙죽이 오뎅탕도 없고 짜파구리도
없다. 낙지라면을 끓이려고 생낙지를 가져왔다는 산정무한 님은 사계 님과 함께 임도를 맴돌
고 있단다. 식후 커피 만해도 그렇다. 도자 님 커피 2봉지를 묽게 끓여 12명이 마신다.
하봉 정상은 온통 침침한 안개 속이라 CCTV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도 우리를 보지 못할
것이다. 설원을 가로질러 일단 하봉을 남진하여 내린다. 산행표지기 한 장이 안내한다. 쭉쭉
내린다. 암릉지대인 1,321.9m봉 지나서 방향착오다. 뒤돌아 오르다 사면을 길게 트래버스
한다. 주릉에 올랐어도 암릉의 연속이라 마루금을 계속 붙들기가 어렵다. 오르고 내리고 설
사면을 누빈다.
14.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15. 오대천 59번 도로 주변의 설경
16. 하 봉 자락
17. 하봉 가는 길
18. 하봉 가는 길
19. 하봉 가는 길
20. 하봉 가는 길
21. 하봉 정상
22. 하봉 정상
23. 오두치 가는 길
▶ 오두치, 어도원리
우리 오지산행이 처음 여기를 온 것은 14년 전인 2005.1.15.이었다. 그때는 새벽 05시에 동
서울을 출발하는 당일산행으로 대화 하안미리 대치동에서 시작하여 중왕산, 가리왕산 상봉,
중봉, 하봉, 민둔산, 비봉산을 넘어 정선으로 갔다. 도상 19.5km. 대간거사 님과 신가이버
님, 나도 함께 했다. 지금 우리가 길을 잃은 건 아니다. 그때도 이렇게 험난했다. 가파른 사면
을 골로 갈 듯이 떨어져 내리다가 잡목 성긴 데를 골라서 돌고 돈다.
어디고 손발을 둘 데 없이 이러면 아무리 멋진 설경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행들은
지난주 황정산을 내릴 때보다 더 고약한 것 같다고도 한다. 임도를 200m쯤 남겨두고 능선에
올라선다. 쌓인 눈은 등산화 발목을 넘지 않았으나 바지자락이 푹 젖어 그 물기가 정강이를
타고 양말까지 스며들었다. 축축한 발바닥 느낌이 불쾌하다.
잡목 숲속 눈송이 털며 사면 지쳐 임도에 내려선다. 철조망 쪽문이 열려 있다. 산정무한 님과
사계 님은 임도로 돌아 이 쪽문을 지나서 오두치로 간다고 했다. 그들은 임도 왼쪽에서 왔을
것인데 쪽문 오른쪽 임도에도 눈길 인적이 있다. 우리말고도 임도 트레킹을 한 이들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산정무한 님과 사계 님이 쪽문을 발견하지 못하고
임도 따라 산굽이굽이 알바한 발자국이다.
쪽문을 지나 한 피치 내리면 야트막한 안부인 오두치다. 다시 시작하는 오르막은 843.4m봉
이고 그 다음은 암릉구간이라 오른쪽의 가파른 사면을 길게 내렸다가 트래버스 하여 오른다.
민둔산은 진작 놓아주었다. 상정바위, 민둥재, 900.1m봉도 놓아주고 이왕 마음 씀에 통 크게
바로 눈앞의 828.4m봉까지 놓아준다. 여태 옥죄던 마음고생을 벗어내니 홀가분하다.
안부에서 단체 기념사진 찍고 어도원리를 향하여 내린다. 금년겨울 들어 가장 장관인 설경이
다. 걸음걸음 아껴 걷는다. 어도원리 산골짜기에 내려서고 외딴 집 앞으로 임도가 났다. 전후
좌우 산자락의 설경을 구경하며 임도를 내린다. ‘정선 몽마르트 문화거리’라는 표지판이 있
는 59번 도로다. 도로 옆으로 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국풍 이름의 ‘로미지안 가든’이라는
안내도가 있다.
긴 데크계단을 오르면 로미지안 가든이라고 한다. 로미지안 가든은 엘베스트 그룹의 손진익
(1940~ ) 회장이 천식을 앓던 아내를 위해 가꾼 치유의 숲이라고 한다. ‘로미지안’은 손 회
장이 아내(김종희 여사)와 연애편지를 주고받을 때 썼던 아내의 애칭 ‘로미’에 본인의 호인
‘지안(智眼)’을 더해 숲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두메 님은 로미지안 가든 입구에서 우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새 오대천 건너편 백석
봉 자락의 눈은 다 녹았다. 산행 시작할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서거정(徐居正, 1420∼
1488)이 보던 「춘설(春雪)」 또한 오늘과 같았다.
납제 전에는 왜 삼백을 보이지 않다가 臘前何不呈三白1)
봄에야 다시 와서 온갖 꽃들과 겨루는고 春後還來鬪百紅
달밤에 소복단장한 매화를 언뜻 흉내 내더니 乍學梅花粧夜月
동풍에 춤추는 버들개지 모습을 먼저 탐하네 先偸柳絮舞東風
가련하여라 해만 보면 모조리 녹아 버려서 可憐見日都消盡
얼음을 못 이루고 이내 허사가 되어 버리네 無計成氷旋作空
경각에 옥산 이룸은 내 좋아할 바 아니요 頃刻玉山非我愛2)
대숲이 푸른 빛깔 잃음에 놀랄 뿐이라네 驚心篁竹失靑蔥
주1) 납제는 동지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에 지내는 제사를 말하고 삼백(三白)은 세 차례
눈이 내리는 것을 말한다. 농가의 말에 이 납제를 지내기 전까지 세 차례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하였다. 이것을 흔히 납전삼백(臘前三白)이라고 한다.
주2) 옥산(玉山)은 하얗게 눈 덮인 산봉우리를 형용한 말이다.
24. 오두치 가는 길
25. 오두치 가는 길
26. 오두치 가는 길
27. 오두치 가는 길의 금강송
28. 오두치 가는 길의 금강송
29. 826.3m봉 직전 안부에서
30. 어두원리 주변
31. 뒤가 백석봉
32. 백석봉, 산자락은 눈이 다 녹았다
33. 거무소 주변, 멀리는 갈미봉
첫댓글 맨 위의 사진은 메대장님이 앞장서서 눈길 뚫는 모습입니다.^^
흑백톤의 칼라사진이네요. 겨울 휘날레를 맛지게 장식했군요. 참여한 모든 대원들 행운을 축하드려오.
눈이 많이 내렸네요. 눈은 호강하고 손발은 고생하셨네요^^
오대천변 설경 사진은 멋진 작품입니다. 오두치 가는 길 사진은 배낭커버 새깔이 흑백의 풍광을 살아나게 하네요.
하봉 스키장 시설에 감시카메라가 없었나 보네요. 작년 그때 리프트 앞에서 카메라로 다 보고 있는 줄 도 모르고 스키 활강 폼 있는 대로 잡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하봉에서의 이날은 안개가 하도 많이 껴서 한치앞도 보이지 않아 카메라가 있으나 마나였습니다 마지막 설산행,,,아주 좋았습니다
대박 눈이네요~ 작년에 대참사...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