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따를 때, 술을 부어 잔을 채우는 것을 ‘치다’라고 하고, 술을 잔에 넘치도록 많이 따르는 것을 ‘안다미로’라고 합니다. 술을 마실 때,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은 ‘풋술’이고, 술 많이 마시는 내기는 주전(酒戰)이라고 하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라고 하며, 미친 듯이 정신없이 술을 마시는 것은 ‘광음(狂飮)’입니다. 술기운이 차츰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은 ‘우럭우럭’이라고 하고, 술에 취해 거슴츠레 눈시울이 가늘게 처진 모습은 ‘간잔지런하 다’ 고 하고, 술에 취해서 눈에 정기가 흐려지는 것을 ‘개개풀어지다’고 하며,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었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한 상태는 ‘불콰 하다’고 하며, 술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해 딱 알맞게 취한 상태를 ‘거나하다’고 합니다. 술이 거나하여 정신이 흐릿한 상태는 ‘건드레하다’고 하며, 비슷한 상태인 몹시 취하여 정신이 어렴풋한 상태를 ‘얼큰하다’나 ‘얼근하다’고 합니다. ‘알딸딸하다’도 비슷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 정신이 없는 것을 주전(酒癲/酒顚)이라 고도 합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독한 술기운은 ‘ 소줏불’입니다. “술을 한량없이 마시는 모양이나 또는 그런 상태”를 ‘억병’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한 모습을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먼저, ‘해닥사그리하다’는 게 있습니다. 술이 얼근하게 취하여 거나한 상태를 말하죠. 해닥사그리한 단계를 지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한 상태를 곤드레만드레’라고 하고,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나 또는 그런 사 람”을 ‘고주망태’라고 합니다. 술을 마신 다음 정신없이 쓰러져 자는 것은 ‘곤드라졌다’고 합니 다. ‘곯아떨어지다’와 같은 말이죠.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푹 쓰러져 자는 것을 ‘군드러지다’고도 합 니다. “술에 취하여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은 ‘잔주’라 고 하고, “술 마신 뒤에 버릇으로 하는 못된 언행”은 ‘주사(酒邪)’라고 하며,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은 ‘주정(酒酊)’이라고 합니다. 술에 잔뜩 취한 것은 ‘만취(漫醉/滿醉)’나 ‘명정(酩酊)’이라고 합니다. 술 마신 다음날, 술 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들척지근한 냄새를 ‘문뱃내’라고 하고, 정신이 흐려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고 흐리멍덩한 상태는 ‘옹송옹송 하다’고 합니다. 술을 마셔도 취기가 없어 정신이 멀쩡한 상태는 ‘맨송하다’나 ‘민숭 하다’고 합니다. 술은 마시고도 취하지 않고 맨송맨송하면 본전 생각날 것 같지 않아 요? 술은 취해야 제 맛인데... 늘 대중없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합니다. 끝으로 술잔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배(杯)는 나무로 만든 술잔, 잔(盞)은 낮고 작은 잔, 상(觴)은 물소나 쇠뿔로 만든 잔, 작(爵)은 쇠로 만든 발이 달린 술잔으로 보통 한 되들이 정도의 큰 잔, 굉(觥)은 소의 뿔로 만든 잔을 말합니다. 주도유단(酒道有段)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주졸(酒卒)의 경지에는 가급적 다다르지 마셔야 합니다. 주졸이란 아시다시피 술로 인하여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니까요!
碧庵이 보내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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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술 이야기가 이렇듯 재미난줄 몰랐어요. 개인적 술을 좋아하여 자리가 되면 거절하지 못하고 마시고 있지만 주량이 적어 아직 필름이 끊어져 본 적은 없었으니 진정 술 꾼은 아닌가 봅니다. 체력이 저하 되면 술을 이기지 못할 지경에 이르겠지요.
그나저나 술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서민의 술 좌석이 여간 부담 되지 않겠군요. 그래도 "한잔해~" 그 말이 차마 정겹습니다.
그래도 한 잔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