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만 후회안하실거에여~*
너의 결혼식 #1
아침이 밝아온다.
이런 벌써 시간이 9시가 다 되어 가는군.
어제 친구들과 결혼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술을 좀 많이 마셨더니만 너무 늦잠을 자버렸군.
빨리 챙기지 않으면 결혼식에 늦겠다.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깔끔하게 면도를 한후,
준비해 둔 양복을 걸쳐 입었다.
원래 내 스타일 자체가 양복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잘 안맞는 감도 있었지만,
얼굴을 찌뿌렸다 폈다하면서
양복에 얼굴을 맞춰보았다.
이제 남은건 헤어 스타일뿐,
오늘은 결혼식인걸 감안하여
평소에 안하던 올빽 스타일을 한번 시도해 보았다.
역시 평소와 는 달라서 잘 안 넘어가긴 했지만,
그럭저럭 봐줄만하게 만들어졌다.
이제 출발하는 일만 남았나.
서둘러 집을 빠져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힘찬 소리로 불렀다.
택시 기사도 나의 이런 기쁨 마음을 아는지
'어서옵쇼~' 라는 큰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똑같은 큰 소리로 목적지 결혼식장을 말해준후,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말로 멋진 풍경이다.
지금까지 서울하늘 아래 살면서,
이렇게 멋진 풍경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풍경을 바라보며,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예 아주 좋은 사연 보내주셨구요,
신청곡 틀어드리겠습니다.
이소라, 김현철이 부르는 '그대안의 블루'......'
기사아저씨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그대안의 블루가 흘러나온다.
훗훗, 그대안의 블루.
그녀와 나의 사랑의 시발점이 된 노래.....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건 대학교 과 OT때였다.
그때 난 3학년이었고,
그녀는 그해 들어온 새내기 신입생이었다.
하지만 우리 둘은 모든 면에서 너무 달랐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내가 학비를 벌어
근근히 대학을 다니는 고학생이었던 반면,
그녀는 재벌집 총수의 딸이었다.
그리고 외모만 보더라도,
나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에 불과했는데,
그녀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려온 천사였다.
나는 이런 그녀를 그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 취급했었다.
눈길을 준 다는건 사치에 불과했으니까.
그녀 역시도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의 장난이었을까,
아니면 우리는 원래 서로를 만나도록
운명지어진 사이 을까,
이렇게 서로 안맞는 우리 둘이
마주할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흔히 OT가면 제비뽑기를 하여 남,녀 한명씩 뽑아
커플송을 부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와 내가 여기에 우연히 뽑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과애들에게는 다소나마 인기가 있던
내가 뽑혀서 그런지 몰라도,
과 친구와 후배들은 열광을 하며 나와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엄청난 환호에 얼떨떨해 하며 무대로 나가
곡을 고르려고 하는데, 한 친한 선배가 일어나서
'너희둘 이 곡 불러서 100점 나오면
너흰 CC가 되는거야~!!' 라고 외쳤다.
다른 모든 과 친구와 후배,
선배들이 열광하며 '100점 씨씨'를 외쳐댔다.
나와 그녀 모두 얼굴이 술먹은 사람처럼 빨개졌다.
나는 그녀에게 곡을 고를 것을 권유했다.
'아무거나 한번 골라봐요.
그냥 대충 부르고 들어가게요.'
'저 혹시.. 이 노래 아세요??'
그녀가 내게 내민곡은
이소라, 김현철이 부른 그대안의 블루였다.
그 당시 대히트였던 곡이어서 나 역시도
노래방에서 많이 연습했던 곡이다.
' 아.. 저두 이 노래 좋아하는데.. 이걸루 할까요??'
그녀는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고,
노래방 기계의 반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대안의 블루가 흘러나왔다.
'난 난 눈을 감아요..
빛과 그대 모습 사라져..
이젠 어둠이 밀려오네......'
그녀의 고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면서,
장중은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모두 도취한 듯 조용해 졌다.
드디어 내가 받을 차례인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자주 즐겨부르는 노래였지만,
이렇게 아리따운 그녀와 함께 부르니
마이크 잡은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난 배에 힘을 한껏 준 다음 그녀의 노래를 받았다.
'저 파란 어둠속에서..
그대 왜 잠들어가나..
세상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내 부분이 끝난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그녀도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렇게 예쁠수가 없는 것 같다.
그녀가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띈다..
내 노래에 만족을 했나..
'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 어둠은 사라지네....
시간은 빛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 같다.
물론 그녀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내 곁에 있어서 그런면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과 노래를 하면서
이렇게 서로 음이 잘 조화를 이룬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른 노래는 내 귓가에는
김현철과 이소라가 부른 원곡보다도
더 아름답게 들렸다.
나 뿐만이 아니었을까.
노래를 듣는 OT를 온 모든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눈도 껌뻑이지 않고 노래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떨까.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건 아마도
내 앞에 서 있는 그녀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에 도취해 있는사이,
노래는 벌써 끝부분에 다다르고 있었다.
' 그대 눈빛속의 나.. 내 눈빛속.. 그...대~~~~~~ '
지금까지 난 너무 어렵게 살아왔다.
행복이란게 어떤건지 살면서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난 그때 행복이란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사람들이 왜 사랑을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지도.
노래가 끝나고 나자 그녀는
수줍은 듯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했고,
사람들의 환호성에
노래방 기계에서 나는 팡파레 소리는 묻혀버렸다.
' 아..그렇게 해서 그 처자랑 사귀게 된건가 총각??'
'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참 우연이었죠..하하
'
기사아저씨는 내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차를 모시면서도 백밀러로
나를 흥미로운 눈초리로 연신 쳐다보신다.
' 자네 한마디로 횡재 했구만.. 허허허~''
나는 아저씨의 말을 웃음으로 받으며..
다시금 옛일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그래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었지.
그렇게 말이야..